[주간필담] ‘청년 정치인’이 ‘청년’을 대변할 수 있을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주간필담] ‘청년 정치인’이 ‘청년’을 대변할 수 있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9.20 1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펙’과 ‘스토리’에 쏠린 청년 정치인 영입…‘보통 청년들’ 대표할 수 있는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노량진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공무원 준비생들의 모습. ⓒ뉴시스
노량진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공무원 준비생들의 모습. ⓒ뉴시스

선거 때마다 각 정당들은 ‘청년 정치인’ 찾기에 열심이다. 나이 많은 기성 정치인은 젊은층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우니, 나이대가 비슷한 청년 정치인으로 하여금 ‘요즘 젊은 사람’들의 고민을 대변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막상 청년 정치인들이 국회에 입성하고 나면,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젊고 선수(選數) 낮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킬 만한 힘을 갖기 어렵다는 점, 경험이 없어 좌충우돌(左衝右突)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과연 지금 정치권에 들어가 있는 청년 정치인들이, 동년배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청년들이 일반적으로 갖는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다. 네 명 중 한 명이 사실상의 실업 상태(8월 기준 15~29세 체감실업률 24.9%)에 놓여 있는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25%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대기업에 들어간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중소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조금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기 위해 ‘전투’를 멈추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젊음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사랑도 버려야 하는’ 삶을 살아가며, 겨우겨우 결혼을 결심해도 집 한 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의 벽 앞에서 절망한다.

과연 금배지를 단 청년 정치인들 중 몇 명이나 이런 청년들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을까. 비단 제21대 총선에서뿐만 아니라, 역대 모든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공천한 청년 정치인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대학 시절부터 학생운동 혹은 시민운동을 하며 ‘미래의 정치인’으로서의 커리어를 쌓아온 부류, 그리고 성공한 벤처사업가 혹은 전문직으로서 번쩍번쩍한 스펙을 쌓은 부류다.

이들은 저마다 치열한 삶을 살아오며 국회에 입성한 인물들이다. 오랜 기간 정치권에 몸담은 정치 전문가로서, 특정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기업인으로서, 또 사회 문제에 관심이 높은 한 시민으로서 얼마든지 정치에 뛰어들어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다.

다만 이들이 나이대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일반적인 2030세대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성 정치인들의 둔감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과연 이들 중 몇 명이나 취업을 위해 학점 관리에 목을 매고, 영어 성적에 울고 웃으며, 한 달에 수십 장의 이력서를 써내는 ‘보통 청춘’들의 생활을 경험해 봤을까. 같은 나이라고 해서, 이들이 수많은 ‘평범한 청춘’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른 나이에 ‘화려한 스펙’을 갖게 된 사람이라면, 보통 청년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건 아닐까.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공감 간극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공감 간극 효과란 쉽게 말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같은 올챙이라도 개울에서 사는 올챙이와 수조에서 사는 올챙이는 개구리와 올챙이만큼이나 큰 ‘공감 간극’을 가질 수도 있다. 정치권이 정말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나이’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대표성’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