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철학] 이건희 회장이 지금 벌떡 일어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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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철학] 이건희 회장이 지금 벌떡 일어난다면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9.22 15:3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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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속 여전한 우리사회의 방향타 ‘신경영 철학’ 을 돌아보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재 속 그의 역발상과 도전의 리더십의 신 경영철학을 다시금 상기해본다. ⓒ뉴시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재 속 그의 역발상과 도전의 리더십의 신 경영철학을 다시금 상기해본다. ⓒ뉴시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을 간 적이 있다. 몇 년 전이다. 이건희 회장이 있는 곳은 보안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맨 꼭대기 VIP동이다. 20여 층 위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로비부터 뭔지 모를 의약품 냄새 같은 것이 진동했던 기억이 난다. 입구를 지키고 선 보안요원들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지만 처음 그 층에 들어서는 사람에게는 답답함을 확 안기는 공기였다.

이건희 회장. 삼성을 대표하는 회장 자리에 있지만 공식 석상에서의 부재는 7년째가 돼간다. 2014년 5월 10일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을 맞아 병원으로 옮겨진 후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재의 시간이 익숙해져가는 동안 이따금 연초 신년사를 통해서나 그의 존재가 실존하고 있음이 전해질 뿐이다.

42년 1월 경북 대구에서 태어난 이건희 회장은 올해 나이 79세가 됐다. 서울대 사범대학 졸업 후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며 경영 준비를 했다. 삼성물산 부회장 등을 거쳐 그룹 전체의 수장이 된 건 그의 나이 45세 때다. 1987년 아버지(창업주 이병철) 사후 경영권을 승계 받으며 삼성전자 회장에 오른 것이다.

창업주가 삼성물산을 발판으로 인수합병을 거쳐 국내 재계 1위라는 삼성 그룹을 탄생시킨 주역이라면 이건희 회장은 전자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삼성을 진두지휘해오는 동안 TV, 스마트폰, 반도체 등 세계 1등 제품을 20여 개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글로벌 브랜드 순위 10위권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실적 역시 크게 상승했다. 매출은 취임 첫해(87년) 기준 10조 원에서 2018년 기준 387조 가량으로 치솟았다. 시가총액은 87년 1조원에서 2020년 581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계열사만 해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등 10여개나 된다. 직원 수만 수십만 명에 이른다.

삼성이 양적 질적 면에서 비약적인 팽창을 이룩한 데에는 미래를 향한 과감한 도전 속 창조적 역발상과 혁신을 강조해온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철학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신경영 철학은 이건희 회장을 상징하는 대표 키워드 중 하나다.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서 처음 선포한 이래 지금까지 그의 경영 마인드를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매김해왔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2류 내지, 2.5류, 잘 해봐야 1.5류까지는 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류는 절대 안 된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이처럼 사실상 모든 것의 변화를 주문했던 이건희 회장은 평소 ‘위기 경영 철학’에 주안점을 두고 질적인 성장을 강조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점도 오늘날의 삼성을 만드는 데 주요한 동력이 됐다. 초창기 휴대폰 생산 과정에서 불량품이 다수 발생하자, 15만 개의 휴대폰을 산처럼 쌓아 직원들 보는 앞에서 폐기, 경각심을 높인 전대미문의 일화는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코로나19 위기 속 세상은 한순간 바뀌었고, 능동적 경영 마인드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아쉽다는 생각이다. 27년 전 정치권이 아닌 재계에서 쏘아올린 '변화와 초일류 철학'은 우리 사회 수준을 몇단계 높였다. 그 철학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주요한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건희 회장이 지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아마도 선명하고 강한 메시지의 부활로 다가오지 않을까. 이 시절에 너무나도 목마른 그 메시지 말이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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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라 2020-10-03 21: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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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라 2020-10-03 21: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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