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포스트 심상정 체제 개막…정의당의 살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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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텔링] 포스트 심상정 체제 개막…정의당의 살길은?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9.27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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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지도부, 민주당 이중대 논란 벗어날까
정파적 문제 해소, 가치 중심 복구 ‘관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지난 24일 퇴임 기자회견을 갖고 조기에 물러난다고 밝혔다.ⓒ뉴시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지난 24일 퇴임 기자회견을 갖고 조기에 물러난다고 밝혔다.ⓒ뉴시스

 

정치에 대한 이 썰 저 썰에 대한 이야기
이번 편은 정의당 시즌 1의 막을 내리며
조기 퇴임 심상정 메시지, 포스트에 관심

정보와 평론의 믹스매치, 색다른 어젠다 제시 지향의 주말판 온라인 저널, ‘정치텔링’이 꼽은 요즘 여론의 관심사 중 이것.

- 심상정, 정의당 대표직 조기 퇴임이 말해주는 것
- 시즌2 개막, 포스트 심상정 체제의 가야할 길은?
- 민주당과의 정략적 선택 끊고, 긴 호흡 필요 왜

 

1. 심상정 퇴임, 막 내리는 시즌1


“더불어민주당과의 개혁 공조는 불행한 기억밖에 없다.”

‘정의당의 오늘’은 이 말로 요약됩니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지난 24일 조기 퇴임하면서 한 말입니다. 회환이 묻어나는 말입니다. 노회찬 전 대표를 비롯해 조준호, 천호선, 이정미, 심상정까지 당 대표 5기로 이어오는 동안 정의당은 범진보 공조 속 양적인 확대를 이뤄왔지만 민주당의 2중대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때로는 정의당의 정의가 실종됐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여당의 부조리 논란에 침묵하면서 ‘정의당의 데스노트’ 의미마저 퇴색됐다는 눈총도 있어왔습니다. 지난해 민주당과 추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무늬만 바뀐 빈껍데기, 누더기 선거법이라는 오점을 남겼습니다. 4‧15 총선의 최대 수혜정당이 될 것처럼 예상됐지만 민주당이 위성정당 카드를 꺼냄으로써 최대 피해자로 전락한 바 있습니다.

자업자득일 수 있습니다. 당 강령에는 승자독식에 맞서겠다고 했지만 가치 정당으로서의 소신을 지키기보다 당리당략을 쫒은 결과로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20석 원내교섭 단체로서의 꿈이 멀어진 것도 명분과 원칙에 입각한 개혁 경쟁 대신 이익 공조에 치중하다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평가입니다. 이 모든 과정에 대한 회한이 심상정 전 대표의 ‘불행한 기억밖에 없다’는 발언을 통해 함축해 있다는 해석입니다.

정의당의 시즌1은 심상정 전 대표의 조기 퇴임과 함께 막을 내리는 분위기입니다. “정의당 시즌 2를 하루빨리 선보이기 위해서 조기에 물러나기로 결심했다” “새 지도부는 누가 되더라도 정의당 시즌2를 여는 혁신 지도부가 될 것이다” “진보정치 1세대와 3세대를 연결해줄 교량으로서 거대양당과 차별화된 세대 연대의 팀 정의당을 완성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말로 시즌2의 개막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정의당 6기 새지도부 당대표로 누가 선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종민, 배진교, 김종철, 박창진 후보.ⓒ뉴시스
정의당 6기 새지도부 당대표로 누가 선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박창진, 김종민, 배진교, 김종철 후보.ⓒ뉴시스

 

'포스트 심상정'

‘포스트 심상정’ 체제의 과제 또한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당 대표에 도전한 주자들도 이 점을 주요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때부터 몸담았던 김종민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의 독립을 출마 선언의 일성으로 담았습니다. “땜질식 부동산 정책, 조국에 이어 추미애 불공정 논란, 3연속 성폭력 정당의 민주당은 신기득권 세력”이라며 “2중대 역할을 하지 않겠다. 정의당의 이름 빼고 다 바꾸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정미 전 대표가 속한 조직이자 자주파(NL) 출신의 정의당 내 최대 정파인 인천연합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배진교 후보도 민주당과의 거리두기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경선 기간 민주당을 겨냥해 “자신의 이익에 따라 80% 대다수 시민을 동원한 팬덤 정치는 기승전 검찰개혁이란 마술로 모든 것을 가리기도 한다”며 “진정한 적폐 청산은 80%의 삶을 변화시키는 거다. 20%만의 성채를 쌓고, 대다수 시민들을 성 밖으로 밀어내는 정책들과 맞설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고(故) 노회찬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평등파(PD) 김종철 후보도 “갈수록 보편화되는 민주당과의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정의당이 진보정당답게 선도해나갈 것”이라는 말로 민주당과의 개혁 경쟁에 주력할 계획임을 예고했습니다.

유시민 국민참여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땅콩회항 갑질 논란의 피해자’였던 박창진 후보 경우 결이 좀 다릅니다. 민주당과의 연대 등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면서 외연을 확대할 때 당의 살길이 보인다는 시각입니다.

 

2. 시즌2, 노선 투쟁의 개막


 

하지만 반민주당 노선을 최우선 혁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수인 가운데 민주당과의 거리두기, 정의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궁금한 상황에서 내부에서는 해당 어젠다와는 또 다르게 ‘양성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제언도 들려옵니다. 어떤 얘기일까요.
 

최석 전 대변인ⓒ뉴시스
최석 전 대변인ⓒ뉴시스

 

“살길은 양성화”

지난 25일 <시사오늘>과 통화한 최석 전 정의당 대변인은 당 내 정파 간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정의당의 파이는 더 줄어둘 수밖에 없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습니다.

“과거, 천호선 전 대표가 강조한 바 있듯 살길은 양성화다. 당내 드러나지 않은 조직을 양성화시켜야 한다. 지난 2012년 통합진보당(통진당) 폭력 사태 때 경기동부연합 계파 때문에 얼마나 힘이 들었나.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에 준하는 조직이 존재한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어느 정당이든 정파가 있기 마련이다. 관건은 건전하고 발전적으로 드러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데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작은 정당임에도 진보 정치인들의 입지, 세대교체로의 진입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특정 계파를 통해서만 대안을 찾는다면  그것이 곧 당의 몰락이자 쇠락의 길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3. 내년 재보선 관계 설정은?


내년 재보선에서의 민주당-정의당 관계 설정 역시 새롭게 주목되는 관심사입니다. 심상정 전 대표는 퇴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향해 ‘박원순-오거돈’ 논란에 대한 책임론을 내비치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정의당 후보가 범진보 진영을 대표해 출마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시사오늘
정세운 정치평론가ⓒ시사오늘

“살길은 긴호흡”

차치하고 정의당의 살길은 긴 호흡으로의 전진에 있다는 시각도 전해집니다. 관련해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27일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요즘 들어 김종철 후보가 했던 말이 와닿더라. 정의당 당대표에 출마한 그를 보며 기억이 더욱 선명해 졌다. 당시 진보정당은 의석 하나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정당의 존재 이유를 묻자 ‘우리는 호흡이 길다’는 답이 돌아왔다. 긴 호흡으로 정치적 토양을 바꿔나는 과정 속에서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겠다는 포부도 더해져왔다.

하지만 그 뒤 정의당의 모습이 과연 긴 호흡으로의 전진인 것인지는 당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민주당의 위성정당 변칙에 속았다고는 하지만, 꼼수라 비판받은 선거법을 만든 책임은 정의당에게도 있다. 정당 간 후보단일화는 없다고 했다가 막판에 단일화로 선회하듯 이해득실을 쫒아 간 측면이 없지 않은 것이다. 내년 재보선 역시 민주당을 향해 원리원칙을 언급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가나 당파적 숨은 계산이 우선시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살길은 긴 호흡으로 천천히 뿌리를 내리는데 있다. 가치 중심 정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생정당, 이중대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방법이다.”

한편, 정의당은 결선 투표로 넘어가지 않는 이상 이르면 27일 새지도부가 선출됩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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