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부동산] “집값 올라서 좋기만 해” vs. “집 사도 못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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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부동산] “집값 올라서 좋기만 해” vs. “집 사도 못들어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10.03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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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당첨 불가, 구축 들어가는 것도 짜증 나는데…"
"정부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자산가치 뛰어 행복"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제261호 커버스토리는 '부동산 정책의 敵'이다 ⓒ 시사오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추석 명절 민심은 어떨까 ⓒ 시사오늘

최근 대한민국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떠들썩하다.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추석 '밥상머리 민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시사오늘>은 추석 연휴 중 대면·비대면 방식으로 부동산 관련 민심을 추적해 봤다. <편집자 주>

무주택자 vs. 유주택자
2030세대 vs. 4050세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집값 폭등으로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실정인 데다, 잦은 정책 발표로 기존 유주택자 또는 다주택자들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다만,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 반응이 다소 엇갈린 눈치였다.

-경기 수원 30대 중반 미혼 남성
"부동산 공부할수록 '미친 정부' 같아"

"얼마 전에 셋방 살이를 드디어 졸업하고 내 집을 마련했다. 워낙 매물이 없어서 집을 구하기 힘들었다. 좀 살 만한 역세권 아파트는 이제 '영끌'을 해도 못 사겠더라. 그래도 회사 근처에 집을 장만하게 돼 너무나 만족스럽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 은행 소유 주택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추석 연휴 직전에 집주인과 가계약을 하러 부동산중개업자를 찾았는데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제때 집에 들어갈 수 없을 가능성도 있으니 준비하라는 말이었다. '내가 실거주를 해도 기존 세입자가 나가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거냐'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더라. 일단 울며 겨자 먹기로 가계약을 좀 걸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좀 공부를 했다. 난 원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인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정말 '미친 정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약 어려워서 구축 들어가는 것도 짜증 나는데, 이러면 이제 현금 있는 갭투자자들만 집을 사라는 의미나 다름이 없다. 아무래도 연휴가 끝나면 기존 세입자를 한번 만나야겠다."

-경기 고양 30대 초반 기혼 여성
"3기 신도시 광 좀 그만 팔았으면"

"전세를 살고 있고, 결혼한지는 3년 정도 지났다. 자녀계획은 아직까지는 없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까 어지간한 수도권 지역에서 청약 당첨은 불가능하더라.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몇번 넣어봤는데 운이 나빠서 그런지 다 떨어졌다. 그런데 최근에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해서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그건 당첨돼도 걱정이다. 최대 10년은 전세를 계속 구해야 하는데 요즘 전세는 물론이고, 월세도 급등했기 때문이다. 남편이랑 대화를 나눴는데 지금 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에 우리 같은 사람들을 몰리게 하려고 전세 매물을 묶고 있는 것 같다는 데에 공감했다. 3기 신도시 입주를 해도 걱정이다. 그때쯤이면 자녀들이 있을 건데 학군도 불안하고, 교통도 '헬'일 텐데 어떻게 살지 막막하다. 남편이 그러더라. '3기 신도시 광 좀 그만 팔았으면 좋겠다. 신도시가 무슨 개껌이야? 하루아침에 뚝딱 나오게? 수도권에 지하철 없는 신도시가 웬 말이야'라고.

-대전 40대 중반 기혼 남성
"솔직히 집값 뛰어서 너무 좋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원래 하던 장사가 안돼 정말 힘들었다. 가게를 정리하니까 집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빚은 없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값이 팍팍 오르더라. 집에서 놀면 뭐하냐는 생각에 부동산 공부를 했고, 기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좀 투자를 했다. 사람들이 누구나 비판하는 갭투자였다. 난 집값이 폭등했다고 분노하지 않았다. 솔직히 집값이 뛰어서 너무 좋다. 자식들 학원비 걱정 이제 할 필요 없고, 마누라도 바가지를 긁지 않는다. 요즘엔 규제도 강해지고 해서 좀 어려워진 건 사실이지만 그나마 충청권은 아직 괜찮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집값이 우상향을 이어가고 있으니까 몇년만 좀 버티면 더 자산가치가 오르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손가락질을 해도 상관없다. 난 가장이고, 우리 가족이 행복하면 그걸로 됐다."

-광주 20대 후반 미혼 여성
"왜 집에 대한 고민은 점점 깊어지나"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다. 광주도 집값이 무섭게 올랐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좀 거품이 빠지는 것 같아서 예비 신랑이랑 돈 모으고, 부모님들께 도움을 좀 요청하면 지은지 오래된 아파트는 하나 살 수 있겠지 싶었다. 그런데 지난여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 신축 아파트가 상승하니까 구축 아파트도 덩달아서 뛰기 시작했다. 부동산을 몇 군데 돌아보니 내가 결혼할 때면 노후 아파트는 가격이 많이 떨어질 거라는 설명을 하던데, 그래도 굉장히 불안하다. 고민도 많아졌다. 그냥 전세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파트는 포기하고 빌라나 다세대를 알아볼까도 생각 중이다. 주변에 취직은 포기하고 일찍부터 부동산 공부를 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나이도 어린데 벌써 다주택자다. 집에 대한 고민이나 걱정이 전혀 없는 것 같더라. 우리 집이 그렇게 못 사는 편도 아니고, 나도 열심히 일했고 그 친구보다 정정당당하게 땀을 흘리며 돈을 벌었는데 왜 점점 집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는 건지, 솔직히 정부여당이 좀 원망스럽다."

-서울 50대 후반 기혼 남성
"집값 올라 노후 걱정은 사라졌는데…이젠 아들 걱정"

"얼마 전에 딸내미를 시집보냈다. 집 살 때 보태서 쓰라고 명예퇴직해서 들어온 돈을 좀 챙겨줬다. 그때만 하더라도 연금도 있고, 재취업을 하면 되니까 노후 걱정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재취업길은 사실상 끊어졌다. 나이도 많고 기술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을 써주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내 표정이 어두웠던 모양이다. 같이 식사를 하는데 집사람이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더라.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노후 걱정은 말라는 거다. 주택연금 얘기였다. 수억 원이 뛰는 바람에 내후년쯤 가입하면 월 200만 원 정도는 평생 받을 거라고 설명하더라. 좀 더 알아봐야 할 테지만 그 얘기를 들으니 안심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나는, 그리고 우리 가족은 분명 그 정책으로 인해 수혜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평생 일해서 모은 자산가치가 올라서 노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만족한다. 하지만 내 걱정은 덜었는데 미혼인 아들이 걱정이다. 아직은 철이 없어서 그런지 자기는 결혼 생각 없다고, 결혼해도 자기가 집을 알아서 하겠다고 하는데 부모 마음이 편치 않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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