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들이 개발도상국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기후위기부터 노동문제까지
스크롤 이동 상태바
한국 청년들이 개발도상국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기후위기부터 노동문제까지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10.13 2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이카 이노포트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개발도상국 사람을 돕고 싶었다”
“기업 이익 아닌 소외된 이들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불평등 해결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첫째, ‘누구나’ 대단한 꿈을 꿀 수 있고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사회인가?

둘째, 대단한 꿈을 꾸지 않은 ‘누구라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

오찬호 작가의 저서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좋다’고 말하기 위한 조건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소한 위 두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질문에 부정적으로 답한 40명의 한국 청년들이 있었다. 이들은 무뎌진 불평등한 세상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일상에 지쳐 무감각해진 사회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질문에만 그치지 않고,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노동 △교육 △관광산업 등 다양한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직접 모색했다. 더 나아가 해결책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BM)을 만들고, 현지 검증 가능한 MVP(Minimum Viable Product‧최소기능제품)를 도출했다.

수상상 팀과의 인터뷰는 11일 저녁 비 대면으로 이뤄졌다.ⓒ줌(Zoom) 화면 갈무리
수상상 팀과의 인터뷰는 11일 저녁 비 대면으로 이뤄졌다.ⓒ줌(Zoom) 화면 갈무리

이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더 브릿지가 주관하며, 신한은행이 후원한 프로젝트로, 40명의 청년들이 6주간 함께했다. 수상 팀과의 인터뷰는 11일 저녁 비 대면으로 이뤄졌다.

 

캄보디아 농업이 기후변화에 대처할 방법…‘수경농업’


캄보디아 2팀(HIVEGIE)은 기후변화를 대처할 방법으로 ‘수경농업’을 제안했다. 김현호 참가자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플랫폼으로 다른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울림이었다”고 말했다.ⓒHIVEGIE팀 발표 갈무리
캄보디아 2팀(HIVEGIE)은 기후변화를 대처할 방법으로 ‘수경농업’을 제안했다. 김현호 참가자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만든 플랫폼으로 다른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울림이었다”고 말했다.ⓒHIVEGIE팀 발표 갈무리

캄보디아에게 기후변화는 치명적이다. 캄보디아는 우기에 의존한 농업 방식을 활용하고 있으나, 건기가 길어지며 농업 생산량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캄보디아 국민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우승을 차지한 캄보디아 2팀(HIVEGIE)은 ‘수경농업’을 제안했다. 수경농업이란 토양 대신, 작물 생육에 요구되는 무기양분을 적정 농도로 용해시킨 배양액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형태다. HIVEGIE팀은 이를 기존의 토양오염, 해충, 관개시설의 부족을 해결할 캄보디아의 돌파구로 판단했다.

“1차적으로 기후변화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꾸준한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집중했다. 그렇게 도출해낸 결과물이 바로 수경농업이다. 캄보디아의 농촌조합(Cluster)을 활용해, 공유 수경농업 농장을 도입할 것이다.”

이들은 쿨 체인 시스템을 통한 공급 체계도 구축했다. 수경농업을 통해 생산된 농산물을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소비자와 공급자인 농부, 도시와 농촌이 이어졌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신선하고 빠르게 채소를 제공받고, 농민은 소득 증대가 가능해진다.

“수경농업은 장점이 많은데도 불구, 현실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벽이 높았다. 그들에게 수경농업을 전파하려면 벽을 낮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비자와 농민을 잇는 올가닉 커넥션(Organic Connection) 구축은, 공급과 유통뿐만 아니라 유기농 브랜딩으로 인한 농민의 소득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네팔 관광산업이 코로나19에 대처할 방법…‘장비 대여’


네팔 5팀(RENPAL)은 네팔 청년들의 여행 문화 활성화 방안으로 ‘장비 대여’를 제안했다. 박선경 참가자(좌측에서 세 번째)는 인터뷰를 통해 “기업 이익 아닌 소외된 이들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NPAL팀 제공
네팔 5팀(RENPAL)은 청년들의 여행 문화 활성화 방안으로 ‘장비 대여’를 제안했다. 박선경 참가자(좌측에서 세 번째)는 인터뷰를 통해 “기업의 이익이 아닌, 기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NPAL팀 제공

네팔의 80%는 산악지대로, 산악 여행에 따른 관광 수입에 의존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업계는 117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으며. 4개월 동안 지속된 락다운(Lock-down) 정책으로 해외 관광객의 유입이 불투명해진 실정이다. 이에 업계는 국내(네팔) 여행객으로 눈을 돌렸다. 그중에서도 도시 인구 중 60%를 차지하는 30세 이하의 청년 세대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준우승을 차지한 네팔 5팀(RENPAL)은 ‘장비 대여’를 제안했다.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SNS에 민감하다는 점에 착안해, 제휴업체 최대 3곳을 방문해 후기를 SNS에 업로드하면 장비를 대여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이들이 작성한 후기는 플랫폼을 통해 홍보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로써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신할, 국내 여행객 활성화가 주요 과제였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 평균 가처분소득은 월 11만원 수준으로, 트래킹 장비 마련이 쉽지 않다. 산악 장비는 해외 여행객을 기준으로 해 대여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하는 세대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장비를 무료로 대여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이다.”

이 모델이 차별화되는 점은 관광객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장비 대여료를 낼지, 무료로 대여하는 대신 SNS에 콘텐츠를 올릴 것인지를 택하게 된다. 그러나 후기의 신뢰도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RENPAL팀은 리뷰 업로드 7일 후 보증금 환급을 통해, 최소 7일간의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료로 장비 대여를 택할 경우, 보증금을 지불하게 된다. SNS 리뷰를 올리고 링크를 보내주면, 7일 후에 보증금을 환급할 생각이다. 그러면 최소 7일 동안은 해당 리뷰가 다른 여행객에게 홍보가 된다. 후기가 평생 남아있을 수는 없겠지만, 게시물이 최신 순으로 나열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한 광고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생각한다.”

 

캄보디아의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해결할 방법…‘음식 배달’


캄보디아 3팀(Double Double)은 캄보디아의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해결할 방법으로 ‘음식 배달’을 제시했다. 남혜림 참가자(좌측에서 두 번째)는 “우리는 모두 불평등 해결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며 “불평등이 심화되며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것도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사다리이자 통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Double Double팀 제공
캄보디아 3팀(Double Double)은 캄보디아의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해결할 방법으로 ‘음식 배달’을 제시했다. 남혜림 참가자(좌측에서 두 번째)는 인터뷰를 통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모든 사람은 무엇인가를 할 수 있고, 함께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Double Double팀 제공

캄보디아의 노동 가능한 연령대 인구 중 43%는 15~29세 사이의 청년 세대다. 그러나 이들은 직업 교육훈련 부족으로 노동 숙련도가 높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높은 비정규직 비중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초래했다. 이는 곧 높은 청년 빈곤율과 실업률로 이어졌다.

준우승을 차지한 캄보디아 3팀(Double Double)은 ‘한식 배달 서비스’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청년 여성에겐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활동을, 직장인에게는 영양가 있는 식사와 시간 절약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문제 분석 과정을 통해 캄보디아 청년 실업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실업률 자체보다, 단순 노동이 반복된다는 데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낮은 고등학교 및 기술학교 입학률은 불안정한 단순 노동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특히 청년 여성은 ‘여성은 가사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회‧문화적인 분위기와 어려운 경제 상황이 맞물리며, 자아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가정경제 부양에 대한 책임까지 느끼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우리 팀은 이들에게 어떻게 비전을 꿈꾸며, 성장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지 고민했다.”

Double Double팀은 MVP 과정에서 여성(Doubler)들을 고용해, 조리와 배달 훈련을 시키고 실제로 진행했다. 고객은 프놈펜의 직장인들로, 평균 식사시간은 23.75분에 불과했다. 고용된 Doubler는 직장인들에게 영양가 있으면서도, 빠른 식사를 제공하게 된다. 이로써 청년 여성은 진입장벽이 낮은 기술로 첫 시작의 부담을 낮추면서도, 훈련을 통해 점차 성장하게 된다. 초기에 두려움이 컸던 여성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감과 행복감을 느꼈다고 전하기도 했다.

“교복 치마에 불만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교복 치마 자체를 없애는 것은 건강한 평등이 아니라 생각했다. 남녀 모두 성향에 따라 치마든 바지든 입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자유이자 평등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통상적으로 여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조리 파트와, 남성적으로 여겨지는 배달 파트를 모두 열어줌으로써, 청년 여성들의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 않았다. 이는 양성 평등, 여성의 역량 강화,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