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 간다②] 혼자 사는 노인들, 여유로운 노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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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간다②] 혼자 사는 노인들, 여유로운 노년은 없다
  • 방글 기자
  • 승인 2020.10.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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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율 1위…청장년 빈곤율의 5.4배
열심히 살았지만 뒷방 늙은이 취급 ‘서러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혼자사는 노인의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혼자사는 노인의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뉴스에서는 연일 2030세대가 빚투, 영끌에 한창이라고 떠들어댄다.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겠다는 패기가 부럽다. 대출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진 거라고는 깔고 앉은 집 한 채가 전부인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가 바쁘다. 느지막이 얻은 빚 때문에 노년이 비참해지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면 젊음이 좋기는 좋구나 싶다.

시대가 변해도 한참 변했다. 지금의 노인들은 한국 경제성장의 주역이다. 국가 경제는 세상이 주목할 만큼 급격하게 성장했다. 젊은 시절 묵묵히, 열심히 일해 국가를 선진국 대열에 앉혀놨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늙고 병들었고, 주머니 사정은 좋지 못하다.”

전쟁 후 폐허 수준이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세계 12위까지 올라왔다.

반면 한국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48.8%로 세계 1위다. OECD 평균이 12.1%인 것과 비교하면 4배 높다.

노인의 48.8%가 가난하다는 말은, 두 명 중 한 명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008년 노령연금, 2014년 기초연금 제도가 도입됐지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부족한 금액이지만, 받는 것도 어딘가 눈치가 보인다.

뉴스에서는 한국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젊은이 한 명이 노인 두 명을 부양해야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말한다. 저출산에 고령화가 이어진다면 국민연금 고갈 사태가 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면서 한국 노인들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 기대여명보다 높은 수준이라, 65세 이상 노인들이 앞으로 21년은 더 살거란다.

노인 잘못이 아니지만, 노인을 탓하는 것처럼 들린다. 노인이 된 것이 젊은이들에게 부담인 것처럼 보인다. 열심히 일해 국가를 부유하게 하고,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을 길러냈지만 어쩐지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된 것 같다.

‘일하는 노인들’ 고령자 고용율, 전체의 절반
GDP대비 노인 위한 공적 지출 2.2%에 그쳐

그들도 한 때, 여유로운 노후를 꿈꿨다. 지금 고생하면 미래에는 풍요로울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먹고 살기 바쁘다.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이 일을 한단다. 사실상 도움이 필요한 노인(48.8%) 중 아프지 않은 사람 대부분이 노동자인 셈이다.

65세 이상 고령자 고용율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2.9%로 전년 대비 1.6%p 상승했다. 15세 이상 인구 전체 고용율(63.3%)의 절반이 고령 노동자다.

한국은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분류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812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5.7%를 차지한다.

한국의 GDP 대비 노인에 대한 공적 지출 비율은 2.2%에 불과하다.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7.7%를 노인에 대한 지출로 사용하고 있다.

노인 연금 소득 수준을 보면, OECD 국가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 노인 단독가구의 경우 소득의 11.9%, 노인부부가구의 경우 소득의 22.5%가 연금에서 나온다. 네덜란드 노인들은 소득의 90.6%를 공적 연금이 해결해준다. 프랑스와 독일, 스웨덴은 각각 88.5%, 86.7%, 85.9% 수준이다. 노인 복지 비용을 지금보다 3배를 늘려야 OECD 평균에 다가간다.

이번 국감에서도 노인 빈곤 문제가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노인 빈곤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70세 이상 노인 100%에게 기초연금을 40만 원씩 지급해야 한다”며 “약 10조 원의 예산이 추계되는데 이에 관한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현재 노인의 문제는 지금 청장년 미래 노후 문제”라며 “노인 빈곤을 해결하는 문제를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양 부담의 문제로 받아들이거나, 청년과 노인을 일자리 경쟁 관계로 만들어 세대 간 갈등으로 부각시키는 등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조 원이나 더 투입한다니, 엄청나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OECD 평균치에서 한참 뒤떨어져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근로연령 빈곤율(청장년) 보다 5.4배 높다. 청년들의 취업난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사회는 노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은 가난을 겪어보지 않아 견디기 힘들다’고 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향해서는 ‘노인들이 돈 쓸 데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국민연금을 축내고,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사람들이지만, 앞으로 기대수명은 계속해서 길어질 거라고 우려한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기댈 곳이 없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빈곤하게 된 이유에 젊은이가 있다.

젋어서 번 돈은 자녀 교육비와 결혼비용으로 다 써버렸다. 늙어서는 자식이 있으니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자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자식이 원수가 됐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려고 해도, 부양의무자가 있어서 선정이 어렵다.

근로 능력이 없는 노인이 스스로 가난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송수영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노인빈곤은 개인이 해소할 방법이 없다”며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지금 노인빈곤을 해결하지 못하면 4-50대가 노인이 됐을 때,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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