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 간다④]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재테크 올인하는 2030세대 슬픈 자화상
스크롤 이동 상태바
[나혼자 간다④]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재테크 올인하는 2030세대 슬픈 자화상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0.10.1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포세대·헬조선 이어 '빚투·영끌' 등장…불확실한 미래 속 결혼·연애 대신 재테크가 우선
청년 창업 정신 부재도 고민거리…나를 위한 투자=1인 가구 증가로 이어져, '인구절벽' 우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현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들의 불안감은 '빚투·영끌'로 대변된다.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고픈 젊은이들의 절박함이 녹아있는 것이다. ⓒ 시사오늘 김유종
현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들의 불안감은 '빚투·영끌'로 대변된다.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고픈 젊은이들의 절박함이 녹아있는 것이다. ⓒ 시사오늘 김유종

시대가 변해도 젊은 세대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나아지는 법이 없다. 한때 연애와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의 등장이 그랬고, 희망이 안 보이는 한국 사회를 표현한 '헬조선'이 유행어처럼 쓰였을 때가 그랬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달라질 것은 없으니, 앞선 자조적인 표현들을 써가며 스스로를 달래본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들의 불안감 역시 다양한 신조어를 통해 함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빚내서 투자한다는 의미의 '빚투', 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에 나선다는 뜻의 '영끌'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표현들은 극심한 취업난과 더불어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속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고픈 젊은이들의 절박함이 녹아있어 씁쓸함을 더한다.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마지막 기회를 잡겠다는 이들의 몸부림은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사회 내 계층 이동 사다리가 빈약해져 불투명한 미래 속 불평등과 양극화를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투자 외에는 없는 상황임을 방증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젊은 세대의 불안감이 빚어낸 지금의 슬픈 자화상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사회 문제로 들여다봐야 함이 분명해 보인다.

취업문 좁아지니 20대 마통·주린이 늘었다…“불평등이 원인”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열심히 일해 저축하고, 가정을 꾸리며 남들처럼 사는 것이 미덕처럼 받아들여졌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부터가 녹록치 않아 출발점부터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하반기 취업환경 체감도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대학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이 취업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응답을 내놨다.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415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해당 조사에서 56.8%의 응답자가 지난 상반기보다 취업이 더 어려워졌다는 의견을 보인 것.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채용 기회 감소와 입사 경쟁 심화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 마냥 좁아진 취업문 앞에서 젊은 세대들은 일차적인 좌절감을 맛본다. 설령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보고 있노라면 내 집 마련은 꿈조차 꾸기 어렵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주식 시장 내 동학개미운동, 여전한 집값 상승 여력이 부각되는 사회 분위기는 자산 증식을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는 젊은 세대들의 '빚투'와 '영끌'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젊은 세대 층에서의 높은 투자 열기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신규 개설한 증권계좌 수는 30대가 317만6282개, 20대가 287만3326개로 연령대별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해당 기간 30대의 증권계좌 잔고와 예수금은 각각 19조100억, 5조807억 원 가량 불어났다. 특히 같은 기간 20대의 증권계좌 잔고는 6조1325억 원(지난해 말 대비57.8%)이 늘었고, 주식 매매에 쓰이지 않은 예수금도 1조4881억 원(193.4%)이나 증가했다.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 역시 20대의 경우 올해 8월 말 3798억 원 규모로 133.8% 늘었다.

장 의원은 또 다른 자료를 통해서도 올해 6월말 기준 저축은행 마이너스 통장 대출 이용차주 중 절반 이상이 20대라는 점을 강조, 20대가 증권사 신용융자, 저축은행 마이너스 통장 등으로 몰리는 상황은 결코 간과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올해 6월말 기준 저축은행 마이너스통장 대출 차주는 2만4997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57%에 달하는 1만4245명이 20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신규차주의 경우에도 20대가 올해 상반기에만 4978명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장혜영 의원은 "올해 주가가 급등하면서 주식시장에 많은 자금이 많이 흘러들어 갔지만, 20대의 경우에는 폭등을 보였다"며 "20대가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한탕주의 때문이 아니라, 갈수록 심화되는 자산격차 속 탈출구를 찾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사라진 청년 창업 정신…자립 기반 부재 속 경제 역동성 저하 우려

물론 젊은 세대가 좁은 취업문만 바라보고, 재테크에 목 매달 수 밖에 없게 된 배경으로는 우리 사회가 '창업 무덤'으로 전락해버린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김진수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YTN 라디오-생생경제〉에 출연해 우리나라의 청년 창업률이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지적했다. 대학 졸업생들이 창업에 나서는 비율은 2~3%로, 미국의 12~13%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는 것. 이는 청년들의 자립기반이 열악함은 물론 경제 위기와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의 '2020년 창업기업 실태조사' 결과는 더욱 열악한 청년 창업의 현실을 보여준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업력이 7년을 지나지 않은 전국 8000개 표본 기업 중 창업자의 직전 직업이 대학생인 경우는 0.2%로 집계됐다. 창업자 연령 분포 역시 20대 3.4%, 30대는 21.7%로 나타나 2030세대의 창업이 전체 연령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해당 조사에서 창업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이 △창업자금 확보(71.9%)와 창업실패 △재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44.1%)임을 감안할 때, 젊은 세대의 도전은 더욱 녹록치 않아진 것이다.

젊은 창업가의 부재는 창업률 감소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10년간 창업률 역시 지난 2016년 15.2%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이래 3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 자료 상 가장 최근 조사년도인 2018년은 14.7%로 집계됐다. 이는 신생기업수가 총활동기업수 대비 줄어들고 있음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경제 역동성이 둔화됨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적으로는 청년 대상 창업 지원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자영업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혁신형 창업 활성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영속성을 지니지 못하는 정책의 한계와 오락가락식 지원 제도들이 범람하면서 젊은 세대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견인하는 데에는 한계를 지닌다는 평가다.

때문에 그 해결책으로 자영업 창업에 내몰린 은퇴자들의 자금을 혁신형 창업이나 청년과의 공동창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도 나오고 있다. 민간 정책 연구단체인 KCERN(구 창조경제연구회)는 "시니어 마이크로 VC(벤처캐피탈)와 청년 창업가들이 만난다면 공동창업이 확대될 수 있다"며 "기술의 한계에 부딪힌 노년층이 시니어 마이크로 VC 혹은 자문 역할 수행에 나서고, 젊은 청년들의 ICT 기술력과 융화를 이룬다면 창업 기회 확대와 창업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신을 위한 투자에 바쁜 젊은 세대…‘나 혼자 산다’ 미래 대비책 수반돼야

한편 지금과 같은 젊은 세대의 모습은 경제 역동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뿐만 아니라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세와 맞물려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경제적 이유로 자발적 비혼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세대마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재테크에 매몰되다 보면 자연스레 결혼·출산 등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어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인 가구 비율은 30.2%로 가장 높은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 1인 가구 비율이 각각 18.2%, 16.8%를 차지, 70세 이상 1인 가구(18.4%)를 바싹 뒤쫓았다. 젊은 세대들의 '나 혼자 산다'는 풍조가 만연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적으로도 1인 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만 보더라도 연예인들의 싱글라이프를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보여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는 삶의 모습에 공감하고, 그 선택까지도 존중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렇다고 해서 매해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는 혼인건수와 출산율을 간과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지난해 4.7건으로 가장 낮게 집계됐다. 같은 기간 태어난 아이도 30만3100명에 그쳤고, 올해는 30만 명을 하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망자는 이보다 높아 자연인구 감소에 따른 인구절벽에 대비해야 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젊은 세대의 소득 보장과 주거 안정에 대한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을 내비친다. 불평등 심화와 계층 이동 사다리마저 실종된 지금, 자녀에게까지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일갈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한요셉 KDI연구위원은 저출산 분야 정책 제안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결국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 해소와 더불어 신규채용 확대를 위한 청년층 대상의 사회안전망 강화, 커리어 개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정책들을 지속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