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전 향년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진 뒤, 6년 반 동안 투병해왔다. 심폐소생술(CPR)까지 받고 소생해 치료를 받아왔지만,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셋째 아들로 194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53년 선진국을 배우라는 부친의 뜻에 따라 일본 유학길에 올랐고, 일본 와세다대학과 상학부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66년에는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에 재학 중이던 홍라희 여사와 만났고, 이듬해 결혼했다.

이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가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로 반도체 사업에 진출할 것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에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누비며 하이테크 산업 진출을 모색했고, 1978년에는 삼성물산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후계자로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1987년 이병철 창업주 별세 이후, 수장으로서 삼성을 이끌었다.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그래야 비서실이 변하고 계열사 사장과 임원이 바뀐다. 과장급 이상 3000명이 바뀌어야 그룹이 바뀐다. 앞으로 5년간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그래도 바뀌지 않으면 그만두겠다. 10년을 해도 안 되면 영원히 안 되는 것이다.”

특히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비상경영회의에서 본사와 각국 법인장을 불러놓고 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은 이 회장의 유명한 어록 중 하나로 남았다. ‘신경영선언’으로 초일류 삼성의 기틀을 닦고, 제 2의 창립을 선언한 것.

이를 통해 반도체와 스마트폰, 바이오 등 신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1987년 10조 원이 채 못되던 삼성그룹의 매출은 2018년 기준 386조원을 넘기면서 39배 늘었고, 시가총액은 1조 원에서 396조원으로 396배 증가했다. 

2020년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623억 달러로 글로벌 5위다. 스마트폰과 TV,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한 20여개 품목에서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반도체 사업은 1984년 64MB D램을 개발하고,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잇다.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44.3%에 달하기도 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장례는 고인과 유가족 뜻에 따라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