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세종의 한글과 이건희의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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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경제] 세종의 한글과 이건희의 반도체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0.11.0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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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 이건희, 두 거물은 초일류로 통한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세종과 이건희, 두 인물은 초일류로 통한다. 사진제공=뉴시스
세종과 이건희, 두 거물은 초일류로 통한다. 사진제공=뉴시스

창업-수성-경장

국가든 기업이든 1대가 창업을 하면, 2대는 수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2대가 수성을 잘해야 3대가 새로운 혁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3대가 제 역할을 하면 롱런할 수 있다는 역사적 사례가 많다.

고려는 태조 왕건이 왕조를 개창하고 혜종과 정종의 혼란기를 겪고 광종이 왕권을 확립해 수성을 했다. 이는 후일 성종이 고려의 통치체제를 완성시켜 475년 고려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조선도 마찬가지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 왕조를 개국했다. 태조 말년 1~2차 왕자의 난의 혼란기를 거쳤지만 태종 이방원이 강력한 왕권을 확립해 세종의 치세가 가능한 토대를 만들었다.

세종은 경장을 넘어 요즘 말로 초일류를 추구한 위대한 군주다. 세종은 한민족의 정신적 먹거리인 한글을 창제했다. 한글이 없었다면 한민족은 중국 한자 문명에 갇혀 아직도 문화 식민지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또한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는 역사의 무대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세종이 우리 한민족에게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은 우리도 고유 문자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것이다. 당시 조선은 수 천년동안 중국 한자 문명에 빠져 문화 사대주의가 만연된 문화 식민지였고, 중화문명이 최고라는 자문화 중심주의의 포로였다.

하지만 세종은 한글 창제를 통해 문화 사대주의를 깨뜨리고, 중화문명의 포로 신세를 박차고 나와, 문화 독립을 성취한 위대한 군주가 됐다. 특히 소중화라는 굴욕적이고 비굴한 문화 사대주의로 똘똘 뭉친 조선의 사대부들과의 치열한 투쟁에서 승리를 거둔 진정한 문화 독립군이 세종대왕이다.

세종의 초일류 상품인 한글은 창제된 지 600여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문자로 칭송을 받고 일부 국가에서는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원조 한류의 대표 주자다. 진정 초일류의 원조는 세종대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세종은 인재 양성에 있어서는 조선 최고의 욕심쟁이였다. 세종이 적극 후원한 집현전의 인재들은 세조와 성종의 치세를 이끈 일등 공신이 됐다. 이들은 세계 최강 명나라와 도적 같은 여진과 일본 사이에서 동북아의 신흥 강국 조선을 지켜냈다.

지난 주 우리는 대한민국을 초일류로 이끈 위대한 기업인 이건희 삼성그룸 회장을 잃었다. 故 이건희 전 회장은 2세 기업인이었지만 선대 이병철 전 회장을 뛰어넘는 혁신가였다. 지난 1987년 매출액 10조 원 대에 머물고 있던 삼성그룹을 33년 만에 387조 원 대의 초일류 글로벌 그룹으로 이끌었다.

이건희 전 회장은 경영이 뭐냐고 물으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인은 반도체가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통찰력으로 무리한 사업 확장이라는 내부 인사들의 거센 반대를 꺾고 과감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오늘날의 초일류 삼성 반도체를 만든 선각자였다. 

그는 ‘자동차가 전자 제품이 될 것’이라는 동물적인 사업가의 혜안을 발휘해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을 펼쳤다. 배터리는 반도체를 뛰어넘는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만들었다.

삼성은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 양성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라면 거의 모든 이들이 삼성에 취업하고 싶어 한다. 이병철 전 선대회장과 이건희 전 회장이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을 중용한 덕분이라고 판단된다. 조선의 세종이 집현전 학사들을 아꼈던 것처럼 말이다.

세종이 우리도 고유 문자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한민족의 문화 식민지에서 벗어나게 했듯이. 이건희 전 회장도 ‘우리도 초일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꿈을 실현시켜 우리도 초일류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세종과 이건희, 두 거물은 초일류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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