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밑천 드러난 부동산대책, 치졸한 文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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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밑천 드러난 부동산대책, 치졸한 文정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11.19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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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전세대책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가 19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극심한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2년 간 전국에 11만4000가구 규모 전세형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보유 중인 공공임대주택을 전세형으로 전환해 연내 입주자를 모집하고, 거주기간 최대 6년을 보장하는 공공전세 주택이라는 새로운 임대주택을 선보여 공급량을 늘린다는 방침입니다. 또한 이낙연발(發) 논란이 있었던 상가, 오피스, 숙박시설(호텔) 등을 리모델링해 전세형 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번 대책을 보니까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는 드라마 명대사가 떠오르더군요. 전세형으로 전환해 공급하겠다는 공공임대주택은 '3개월 이상 공실인 공공임대'라는 조건이 붙었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 집이 수개월 간 주인을 찾지 못했다면 분명 뭔가 이유가 있겠죠. 더욱이 공공임대주택이든, 공공전세든 대부분 수요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다세대, 연립, 빌라 등일 텐데 그것이 과연 현재 전세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상가, 오피스, 숙박시설(호텔) 등을 설계변경해 주거용으로 전환해 1인 가구용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안은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 들지만, 악화된 여론을 어떻게든 환기시키지 않는 한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이네요.

규모 자체도 터무니없이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국에 다세대·연립 11만4000가구를 공급하면 전국적인 전세난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순진한 인사가 도대체 누군지 정말 궁금합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오늘(19일)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번에 11만4000호를 추가 공급해 오는 2021년 공급물량은 10년 평균에 비해 수도권은 5만 호, 서울은 1만 호 이상 늘어나게 된다"고 자평했습니다. 그야말로 '난센스'입니다. 기존 공급 예상 물량에서 11만4000호만큼은 제외해야 이치에 맞지 않을까요. 원래 임대시장이나 매매시장에 있던 다세대, 연립, 빌라 등이 자리만 옮기는 건데, 장관님께서는 마치 집이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계산을 하시니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11·19 전세대책의 함의는 '밑천 다 드러났다'로 보입니다. 머리 똑똑하시고 높으신 분들도 어쩔 도리가 없어 아예 손을 놓은 상황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확실한 대책이 있다면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을 것"이라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었죠. 뾰족한 수가 있더라도 오는 2021년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인 만큼, 강력한 대책을 내놓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컸을 것으로도 보입니다. 부처 간 이견도 컸다고 전해지고요.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1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렇다 보니,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대책이 발표됐고, 급기에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치졸한 모습도 노출됐습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1·19 전세대책 관련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전세대출 규제는 왜 포함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것은 국토부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다. 전세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고충도 함께 봐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대책은 금융대책보다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집중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맞습니다. 국토부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죠. 때문에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매번 국토부를 비롯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규모 부동산대책을 발표했습니다.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세율 인상을 추진했고, 6·17 부동산대책에서는 규제지역을 새롭게 지정하고 대출규제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는 오직 공급대책만 포함됐고, 다른 내용은 다 제외됐습니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이고 정무적인 판단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당초 업계에서는 전세가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이제는 폭등한 전세가가 집값까지 위로 밀어내는 양상이어서 문재인 정부가 공급대책은 물론, 금융 규제, 규제지역 추가 지정 등 종합적인 부동산대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그 전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정부는 대책을 한번에 내놓지 않고 나눠서 공개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 금융당국은 11·13 신용대출을 발표하고 1억 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가 1년 이내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해당 신용대출을 회수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부동산 대출규제입니다. 그리고 국토부는 조만간 수도권과 지방 일부 지역 규제지역 지정 여부를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예상되는 지역은 경기 김포,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 대구 수성구 등입니다. 국토부 측은 "규제지역 지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 등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대한 빨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원래는 한 번에 발표하던 부동산대책을 이번에는 유별나게 세 차례에 걸쳐 공개하고 있는 셈입니다. 속이 뻔히 보이는 모습입니다.

이 같은 행보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세력과 부동산대책을 옹호하는 국민들마저 저버리는 처사라는 생각입니다. 참 가지가지 합니다. 최소한 국민들을 상대로 정부가 치졸한 일을 벌이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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