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추미애 對 윤석열…여권의 오만과 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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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추미애 對 윤석열…여권의 오만과 독선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11.21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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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대권지지율 1위 향배
여야에 던지는 통렬한 경고
‘정치 이대론 안 된다’는 뜻
정치 중립 허물고 국회 능멸 秋
秋 위헌 법률 제정까지 지시
與 ‘찍어내기’가 尹총장을 1위로
기각된 尹총장 아내 압수 영장 파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현직 검찰총장이 대권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치적 의미와 대선정국 귀결점이 주목된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정치권 밖 인사들이 하루아침에 유력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것은 정치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반드시 성취돼야 할 시대적 과제다.

더욱이,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검찰의 현직 총장이 1위에 오른 것은 한마디로 여야를 망라, ‘웃픈’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씁쓸하다. 특히, 그 인기도가 여권 핵심과의 갈등 속에 탄력이 붙었다는 점을 주목치 않을 수 없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이 무한 반복되는 듯한 구조로 나아가자 여론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대립은 점점 더 목불인견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양쪽이 충돌을 빚다 못해 이제는 법무부가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조사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려다가 대검이 반발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윤 총장의 정치적 부상과 인기 상승은 1차적으로 추 장관의 이같은 ‘윤 총장 때리기’가 역효과를 낸 탓이다. 그럼에도, 추 장관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의 비판과 압박은 더 거세지고 있다. 이에 맞서 국정감사 등을 통한 윤 총장의 소신발언이 이어진 데다 ‘퇴임 후 행보’에 대한 화법 등으로 야권 성향 국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직 검찰총장이 대권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현직 검찰총장이 대권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추 법무, 끝 없는 일탈 

그 과정에서 추 법무장관의 위법적 조치와 마구잡이 행태 등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인사권·감찰권·수사지휘권의 잇따른 남용에 이어 이번에는 휴대전화 비밀번호 잠금 해제를 강제하고, 이를 거부하면 처벌하는 법률 제정까지 추진하겠다고 한다. 명백한 반(反) 헌법적 발상이다. 추 장관의 일탈이 끝이 안 보인다.

특히, ‘휴대전화 비번 공개법’ 추진은 단순히 윤석열 검찰총장 공격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위헌적 발상일 뿐 아니라 검찰 개혁의 요체인 ‘인권 수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도 이러한 막장드라마에 지쳤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 완수를 외치면서도, 오히려 외부 비판엔 귀를 닫고 검찰을 분열과 갈등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법무부 장관이 인권 침해에 앞장서고 있다”라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악순환 가속화 가능성

대중적 관심사는 윤 총장의 행보와 앞으로의 갈등기류다. 올 초 한때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했던 윤 총장은 언제부턴가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지지율 상승을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다. 

윤 총장이 대권주자로 부상한 이상 '수사 불신-법무부·여당의 공세-윤 총장 지지율 상승'의 악순환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검사들이 풍파에 휩쓸리고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서울중앙지검이 청구한 윤석열 검찰총장 아내 관련 압수수색 영장은 통째로 기각됐다. 윤 총장 아내 기획사가 작년 6월 주관한 전시회에 기업들이 협찬한 것은 뇌물이라는 혐의였다. 

추 장관은 이처럼 인사권·수사지휘권 남용, 특수활동비 감찰 등으로 윤 총장을 찍어내려고 기를 쓰고 있다. 그럴수록 추 장관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은 국민이 아닌 정권 보호를 위한 것이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세균 총리는 국회 예결위에서 이같은 '추-윤 대결사태'와 관련, “총리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도, 기자 간담회에선 “(윤 총장은) 조금 자숙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 장관은) 조금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추미애·윤석열을 동렬에 놓고 양비론을 보이는 것 같다. 

이것은 왜곡이다. 이미 윤 총장을 검찰에서 실질 권한을 무용화시킨 ‘식물’로 만들지 않았는가. 정 총리는 물타기 식으로 윤 총장을 끌어들이지 말고, 추 장관 해임부터 문 대통령에게 당장 건의하는 게 옳다.

정치에 레드카드…갈등 국면마다 지지율 상승

윤 총장의 대권주자 급부상은 기존 정치에 대한 '레드카드'의 의미를 겸한다. 

현행 정치가 제구실을 하지 못할 때 정치권 바깥사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새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대쪽 판사’ 이회창, 행정의 달인 고건, 글로벌 리더십 반기문 등이 정치권으로 불려 나와 한때 대권주자 1위를 찍었다.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다 핍박받는 고독한 검찰 수장’으로 각인되면서 팬덤을 형성했다.

윤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 정권 수사를 주도할 때만 해도 보수층 마음을 얻지 못했지만, 문재인 정권 비리에 대한 수사도 밀어붙이자 보수층과 무당파 성향 유권자의 표심이 모아졌다. 

결국은 정부·여당이 자초한 일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사권과 수사지휘권으로 ‘식물 총장’을 만들고, 민주당 의원들이 공격에 가세하여 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했다가 핍박받는 검찰 수장’이 됐다. 

윤 총장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고 있는 추 법무장관 등 여권이 검찰총장 흔들기에 나설수록 지지도가 상승한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실제로 윤 총장의 지지율은 추 장관 및 여권과의 갈등 국면마다 껑충 뛰어올랐다. 

법무 장관이 법치 파괴 획책

이런 와중에, 심각한 문제는 다른 장관도 아닌 법무부 장관이 이젠 내놓고 위헌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추 장관은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윤석열 총장의 특활비 배정에 관한 감찰까지 지시했다. 그것도 모자라 일정 요건이 갖춰지면 휴대전화 잠금 해제 등을 강제하는 초법적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진보성향의 민변·참여연대의 비판에 이어 보수성향의 변호사단체 한변은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제의 핵심은, 추 장관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와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헌법 제8조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추 장관의 움직임에는 이런 법적 체계를 송두리째 파기해도 상관없다는 의도까지 깔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독재적, 전체주의적 발상"이란 비판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법치 수호의 최일선에 서야 할 법무부 장관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법치 파괴를 획책하는 그 무모함이 절망스러울 정도다. 

‘비밀번호 자백법’ 위헌적 발상

추 장관의 ‘비밀번호 자백법’이 위헌적 발상이라는 것은 거의 일치된 견해이다. 헌법 12조2항은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이른바 ‘자기부죄거부의 권리’인데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진술하라는 것은 이 조항에 위배될 여지가 크다. 피의자 방어권 보장 및 인권 보호라는 검찰개혁 방향에도 역행한다. 

이 법이 도입되면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기본적 방어권까지 허물어질 수 있다. 또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어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경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통신의 비밀’을 각각 보장한 헌법 17조와 18조에 위배될 수 있다.

논란이 일자 추 장관은 영국에서 법원 명령이 있을 경우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설명했으나, 이는 테러나 중요 범죄 등 다중의 이익이 걸린 경우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될 뿐이다. 

민주화 이후 압수수색이나 인신 구속 등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강제수사는 되도록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사회적 합의였다. 그런데도 법무장관이 인권 옹호의 수장이 되지는 못할망정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위험천만한 ‘빅브러더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추 장관 결자해지해야

추 장관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장을 어떻게든 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에 옭아매려는 것이다.

추 장관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있다"고 했다.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한 검사장과 채널 A 전 기자의 '검·언 유착 사건'의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소리다. 그러나 '검·언 유착' 사건은 이미 실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완견' 검사들이 탈탈 털었지만 추 장관이 기대한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민변, 참여연대, 서울변회에 이어 대한변협도 이같은 추 장관의 발상이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행위”라는 성명을 냈다. 보수·진보 시민단체와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이 분출하는 매우 드문 상황이다. 추 장관은 이쯤에서 법 제정 시도를 깨끗하게 접는 게 옳다. 추 장관은 결자해지해야 한다. 

그제는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이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추 장관에게 “정도껏 하라”고 주의를 주자 사달이 났다. 친문세력들은 기다렸다는 듯 “소인배, 당신이 뭘 아냐” “다음 공천은 못 받을 것”이라며 극언을 퍼부었다. 이런데도 추 장관은 반성은커녕 정 의원에게 “동지로서 너그러이 받아달라”고 했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당은 ‘우리 편’이고, 야당은 ‘적’이라는 전형적인 편가르기다. 

여권의 자가당착이 윤 총장 1위 배경

추미애 반대편의 윤석열은 누구인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당의 유력 대권 주자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한 건, 그가 얼마 전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공정하게 수사하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뒤 나온 결과다. 

전 정권 관련 수사 땐 정의로운 검사라고 치켜세우더니 자신들에게 칼날이 향하자 적폐 검사로 모는 여권의 자가당착이 윤 총장을 밀어 올린 강한 힘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윤석열 현상’의 1차적 책임은 당연히 정부·여당에 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조국일가 입시비리, 추미애 장관 아들 병가논란, 탈원전 경제성 축소, 라임펀드, 검찰 특활비 등의 사안에서 보여준 ‘내로남불’과 오만함은 많은 국민의 혀를 차게 했다. 윤 총장을 타깃으로 한 추 장관의 인사권·수사지휘권·감찰권 남발은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는 비난을 사며 검사들의 집단반발을 불렀다. 

윤 총장은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도 없다. 오히려 올 초 여론조사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자 ‘조사 후보군에서 제외해 달라’는 뜻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치솟고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힌 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뜻이다. 

‘윤석열을 키운 것은 추미애’라는 시중의 논평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당대표는 물론 추 장관과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한 여권의 거의 모든 인사들이 윤 총장을 몰아붙이고 있으니 많은 국민들은 그가 사실상 ‘100대1’의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 아닌가.

윤 총장 압박, 정권 비리 수사 막겠다는 것

이와 관련, 친정권 성향의 이성윤 검사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의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 ‘코드 수사’ 행태도 도를 넘고 있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그제 윤 검찰총장 부인의 전시기획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통째로 기각당했다. 

이 사건은 윤 총장 부인 회사와 언론사가 공동 주최한 미술전시회에 16개 기업이 후원한 것과 관련, 청탁 의혹이 있다는 진보단체의 고발로 시작됐다. 

사건 진실은 이미 나와 있다. 협찬 업무는 전시를 주최한 언론사 측에서 담당했고 윤 총장 아내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업들도 똑같이 말하고 있고 관련 자료도 남아있다고 한다. 

협찬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뇌물이 될 수 없고, 고발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수사는커녕 당연히 각하(却下)해야 할 사안을 수사한다며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다. 이유는 뻔하다. 윤 총장을 압박해 정권 비리 수사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과 관련, 윤 총장은 국감장에서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밝혀 현실적인 후보가 됐다. 이후 법무연수원 강연에서 “살아 있는 권력의 범죄를 엄벌해야 한다” “검찰의 주인은 국민” 등 발언을 한 것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만하다.

문 대통령 결단 필요

현 야권에서는 아직 유력한 대선 주자로 뚜렷한 인물이 없는 것도 보수층을 중심으로 윤 총장에 대한 기대심을 갖도록 한 측면이 있다. 

정치권은 '윤석열 현상'을 곱씹어 보고, 이를 정치 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여야 모두 각오가 절실한 때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윤 총장이 야권 대표주자로 떠오른 현실에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내부에 여권의 차기 주자와 맞설 이렇다 할 후보조차 내놓지 못하는 무기력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권은 겸허한 자세로 반성하길 바란다. 당장 윤 총장 흔들기를 멈춰라. 그래야 검찰이 살고 검찰 수사도 신뢰를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 대통령이 위헌·불법 혐의가 켜켜이 쌓이는 추 장관을 방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감싼다면 ‘공범’ 의심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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