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판메이커 안철수, ‘글쎄’… “YS 40대 기수론式 시대정신으로 나서야”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정치텔링] 판메이커 안철수, ‘글쎄’… “YS 40대 기수론式 시대정신으로 나서야”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11.22 2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에 대한 이 썰 저 썰에 대한 이야기
이번 편은 야권의 판을 바꿔온 安제안과
역대 판메이커, 서울시장 재보선에 관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혁신 경쟁을 할 수 있는 혁신플랫폼을 야권에 제안했다. 이를 통해 야권이 힘을 합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 청년 학교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혁신 경쟁을 할 수 있는 혁신플랫폼을 야권에 제안했다. 이를 통해 야권이 힘을 합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 청년 학교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정보와 평론의 믹스매치, 색다른 어젠다 제시 지향의 주말판 온라인 저널, ‘정치텔링’이 꼽은 요즘 여론의 관심사 중 이것.

‘안철수 제안, 판 흔들까’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 판세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입니다. 새정치에 대한 시대정신을 갈망하는 국민 열망은 ‘안철수 현상’을 소환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군 중 50%대 지지율에 육박하던 안 대표는 지리멸렬한 야당(당시 민주당)을 자극하며 시민단체 출신의 무소속 후보였던 박원순 변호사를 전폭 지원했습니다. 단 5%에 불과하던 박 변호사를 당선시키고 만 것입니다. 이후 박 변호사는 민주당에 입당합니다. 이는 안 대표가 바라던 그림은 아니었다는 전언입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얼마 전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8년여 전 처음 압도적 관심을 받을 당시 실제 이분(안철수)은 정치할 마음이 없었다. 현 정부(당시 이명박 정부)는 아니다, 라고 판단할 즈음 시민활동가 박원순 후보가 기성 정당에 기대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럼 내가 당신을 지원하겠소, 한 것이다. 할 마음이 없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양보가 아닌 셈이다. 그런데 당선되자마자 민주당으로 들어간 모습에 허무하고 허탈해했다더라.”

 

安, 판 흔들다


서울시장은 이후 내리 민주당이 차지하게 됩니다. ‘이명박-오세훈’체제로 이어지던 보수의 판이 진보로 바뀌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이 과정 초입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안 대표는 서울시장의 판세만 바꾼 게 아닙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을 창당, 36석을 얻어 여소야대의 판을 만들어버립니다. 이후 대권은 제1야당에 돌아갔지만 안 대표는 중요한 선거마다 판을 흔든 ‘판메이커’역할을 해온 바 있습니다.

현재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야권이 혁신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22일 공개된 안철수 유튜브 채널인 ‘안박싱’에서도 국민의힘 김세연 전 의원과의 대담을 통해 비호감인 야권을 변화시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혁신 경쟁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지금 여야 대결 구도가 ‘호감 vs 비호감’,  ‘신사vs꼰대’,  ‘민주vs적폐’ 인 것 같다. 이 구도가 유지되는 한 이길 수가 없다. 야권 혁신의 10대 과제를 제언하게 된 이유다. 한마디로 대결 구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유능한 미래 디지털 세력이 되자’,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 되자’, ‘소통과 공감 능력이 많은 정치 세력이 되자’고 했다. 한 방에 이미지를 바꿀 방법은 없다.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 차곡차곡 쌓아 대결구도를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

 

安, 야권에 던진 '화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박싱'에서는 22일 김세연 전 의원과의 대담을 공개했다.ⓒ안철수 대표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박싱'에서는 22일 김세연 전 의원과의 대담을 공개했다.ⓒ안철수 대표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혁신플랫폼이 그 대안입니다.

“야권의 위기상황이냐, 아니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위기상황이 아니면 이대로 가면 된다. 야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위기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면 변화를 해야 한다. 현재는 (2030세대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 제1야당에 대한 호감이 없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지지율) 20% 돌파를 못하고 거기에 갇혀 있다. 제1야당만으로는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힘들다. 선거에서 승리하기가 힘들다. 야권 전체가 힘을 합해야 대등한 정도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혁신 경쟁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것이다. 제1야당뿐만 아니라 중도, 합리적 개혁을 바라는 진보적인 분들까지 협력할 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거다. 당장 선거 경선만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가 어떤 모습인가를 함께 치열하게 의견 나누고 경쟁하고 합의하자는 거다.”

‘플랫폼’이라는 게 신당을 얘기하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에 대해서도 안 대표는 스펙트럼이 넓을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기에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쓴 거다. 모든 걸 포괄하는 표현이 플랫폼이다. 지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따라서 각자가 생각하는 해법이 다를 거다. 조금만 노력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느슨한 연대 정도가 충분하다. 정말로 심각하다고 하면 가장 끝에 있는 걸(신당) 선호할 거다. 근데 잘못 와전돼 정당을 만들자, 이런 식으로만 알려졌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여러 의견들이 나올 수 있어서다. 야권 혁신의 화두를 던진 것이다.”

과거에 비춰 한결같은 모습입니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권을 거치면서 여당이 잘못된 길을 간다고 판단될 때마다 야권의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판을 개혁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과 달리 그 힘은 줄어들었습니다. ‘판메이커 안철수’의 제안에 대해 정치 원로와 평론계는 어떤 생각일까요. 우선 ‘판메이커’로  생각할까요. 더불어 새로운 판메이커는 어떻게 될까요. 또 판을 바꾸기 위해 야권에서 사활을 걸려는 내년 재보선 서울시장 선거는 현재 볼 때 어떻게 전망될까요.

세 가지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역대 판메이커와 요즘 판메이커는 △판메이커 안철수와 그의 제안에 대해서는 △내년 서울시장 재보선 전망에 대해서입니다. 22일 통화한 김대중 동교동계의 ‘리틀 DJ'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국민의힘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민주화의 대부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강상호 국민대 교수, 정세운 정치평론가의 이야기입니다.

 

① 정치권을 재편한 역대 판메이커로 볼 때 요즘은?


왼쪽부터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강상호 국민대 교수, 정세운 정치평론가ⓒ시사오늘
왼쪽부터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강상호 국민대 교수, 정세운 정치평론가ⓒ시사오늘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이하 한화갑) :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는 그분들이 (판을) 만들었지요. 상명하복의 시대, 모든 사람들이 달라붙고 쳐다보고. 본인들이 개척해 만든 시대였소. 노무현 때는 소위 ‘노무현 그룹’들이 재야에서 동참했지요. 김대중 대통령이 길러놓은 정치 세력들까지 합류했고요. 이명박‧박근혜 때는 당원들이 달려들어 판을 만들었지요. 문재인은 노무현 중심으로 새로 생긴 세력이 만들었고 말이요.”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하 장기표) :  “판을 만드는 정치가가 지금은 없지요.”

강상호 국민대 교수(이하 강상호) : "3김 시대는 판을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잖아요. 세 사람 다 지역의 수장이었어요.(김영삼 영남, 김대중 호남, 김종필 충청) 3김이 움직이면 판 자체가 요동을 쳤죠. 지금은 3김처럼 뚜렷하게 지역적 기반을 갖고 확고하게 판을 바꿀만한 개인은 없는 것 같아요. 3김 시대와 지금하고의 차이점이 아닌가 싶어요.”

정세운 정치평론가(이하 정세운) : 요즘 야권의 판메이커 하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정도일 듯요. 본인이 킹이나 중심이 되기보다 한 발 뒤로 물러나 ‘마포 포럼’등을 통해 정권 교체, 보수 탈환을 위한 전현직 의원들의 구심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② 안철수 혁신플랫폼 제안, 어떻게 생각?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3김 시대에는 이들 지도자가 판을 주도해갔지만 이후에는 인물이 주도하기보다는 세력이 주도해갔다고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는 말했다. 사진은 과거 3김이 만났을 당시 DJ(김대중)가 YS(김영삼)를 가운데 앉으라고 손을 잡고 끌고 있다.ⓒ뉴시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3김 시대에는 이들 지도자가 판을 주도해갔지만 이후에는 인물이 주도하기보다는 세력이 주도해갔다고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는 말했다. 사진은 과거 3김이 만났을 당시 DJ(김대중)가 YS(김영삼)를 가운데 앉으라고 손을 잡고 끌고 있다.ⓒ뉴시스

 

한화갑 : "이걸 봐야 해요. 과거 3김 시대에는 인물 중심으로 연대나 협력이 이뤄졌어요. 근데 노무현 대통령 때는 인물 중심이 아니요. 시대 흐름에 부흥한 거요. 문재인 대통령은 말이요. 노무현 후계 세력으로서 정권을 잡았지만 노무현 때처럼 협치를 못하고 있어요. 힘으로 밀어붙이려 할 뿐이요. 무슨 일이 생기면 대통령이 해결하는 게 아니라 방관하고 있어요. 리더십의 결례예요. 그러니 앞으로는 보통 사람 중에서 지도자가 나오는 정치 형국이 될지 몰라요. 옛날 같으면 지도자 중의 지도자가 대통령이 됐는데, 앞으로는 인기만 있는 보통 이하의 사람 중에서 나올지 모른단 말이요.”

장기표 : “(안철수 대표의 제안은) 사실 국민의힘에 들어오려는 거로 보여요. 또 바로 들어오는 게 맞는 거예요. 근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안철수 대표보고 들어오라, 적극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잖아요. 오히려 무시하는 듯이 발언하고 어린애 취급하잖아요. 나는 ‘안철수가 사는 길’은 들어오는 게 맞다고 봐요. 근데 그게 잘 안 되니까 새로운 플랫폼을 얘기하는 거예요. 헤쳐 모여 하자는 건데 국민의힘이 응하겠나요. 전혀 응하지 않지. 또 그렇게 하면(혁신플랫폼 얘기를 하면) 국민의힘도 약화시키는 거예요. 안철수 대표 같은 이가 ‘국민의힘으로는 안 된다’ 계속 이렇게 말하면 야권을 약화시키는 것밖에 안 돼요.”

강상호 : “안철수 대표 본인이 정치판을 주도적으로 바꾼 것은 아니었죠. 스스로 판을 만든 게 아니라 대중적 바람에 의한 영향이 컸다는 거예요. 시대요구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찾다가 찾은 사람이 안철수였는데 실망을 한 거고 말입니다. 3김 이후 박근혜 대통령 정도는 지역적 기반에 아버지 후광을 입고 확고한 자기 세력이 있었지만, 안철수 대표는 바람에 의존한 거였다는 겁니다.

혁신플랫폼 제안도 그래요. 판을 바꿔 연대나 합종연횡하자 하는 건데 그건 전략과 전술의 문제거든요. 지난번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야권 내 5자 연대 회의(대선주자급인 안철수, 유승민, 원희룡, 오세훈, 홍준표)를 갖자고 했잖아요. 이 또한 안 대표가 말하는 혁신연대처럼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는 거예요. 대중은 전략적 접근에 식상해 있어요. 국민이 원하는 건 뚜렷한 정치철학, 새로운 메시지를 말해줄 정치인이에요. 이재명 경기지사도 처음엔 자기 메시지를 던지는가 싶더니 주춤하고 있잖아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한테 실망한 이유가 아무런 메시지를 못 내고 있잖아요. 여야 모두 시대정신을 못 보여주고 있어요.”

정세운 : “혁신플랫폼이라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판을 만들겠다는 거면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해야죠. 플랫폼 안에서 함께 뛸 대선주자 급의 선수들을 만나야지요. 오세훈‧원희룡 등을 찾아가 대범하게 제안해야죠. 야권 승리를 위해 누구든 만나고 설득하겠다는 선제적인 자세가 동반될 때 국민은 지도자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과거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와 판을 바꿔 버린 YS(김영삼)처럼 말이에요. 서울시장 재보선만 해도 그래요. ‘안 나간다’ 선 긋는 모습보단 여지를 줘야죠. 유승민 전 대표도 ‘서울시장 안 나간다’고 하는데 두 정치인(안철수‧유승민)이 협소하다는 평가를 받는 원인 중 하나가 이런 이유인 듯싶어요. 한계로 작용하고 말 겁니다.”

 

③ 차기 대권 판 바꿀 서울시장 재보선, 24개 구청장 가진 여가 유리하지 않을까


한화갑 : “구청장을 많이 차지하면 유리한 점은 있지요.(현재 서울은 25개구 중 24개구 구청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집체적인 바람을 안고 가느냐에요. 현재 여론을 보면 야당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못 받고 있고, 여당은 협치를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여 국민이 또 불만이에요. 이론적으로는 제3세력이 나와야 되는데 가능할지는 더 두고 봐야겠어요.”

장기표 : “여당이 국정을 엉망으로 운영하는 데다 故박원순 시장의 성비위 의혹 사건으로 치르게 되니 야당이 압승해야 안 되겠어요? 그런데 그럴 형편이 못 되는 거요. 얼마나 부끄러운 얘기오. 왜 그러냐면 김종인 위원장이 당을 계속 죽이고 있거든. 이 당에는 마치 후보도 없는 것처럼 한단 말이오. 당 사람들도 문제야. 김종인 씨 눈치만 보고 있는 거야. ‘서울시장에 나가겠다.’ 팍팍 치고 나가야 안 되겠나. 그걸 못하는 거야. 이 당 사람들이. YS때의 40대 기수론 같은 패기가 필요한 시점이오.”

강상호 : “시대정신을 말하는 새로운 다크호스가 치고 나온다면 재보선 전망은 달라지겠지요. 현재는 메시지를 낼 인물이 보이지 않아요. ‘구도 대결’로 갈 가능성이 높아요. 여당이 유리할 수밖에요.”

정세운 : “성비위 의혹 사건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여당이 구도상 유리해도 결코 쉬운 선거는 아닐 거예요.”

한편 22일은 YS 서거 5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최양부 전 청와대 농림수산수석비서관은 지난 20일 서울 현충원에서 가진 추모식에서 YS에 대해 기억하고 싶은 한 가지를 묻는 <시사오늘> 질문에 ‘도전과 용기’를 꼽았습니다. 최 전 수석은 “대통령 자격은 스스로가 국민 앞에 시대적 의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나온다”며 “요즘 그런 정치인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