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문연대라는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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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문연대라는 허상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11.25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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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문연대는 비판과 반대로 결집한 세력…대안 제시 어려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보수 일각에서는 다시 반문 연대 이야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시스
보수 일각에서는 다시 반문 연대 이야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점점 하락하고 있습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6일부터 20일까지 수행해 2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2.7%로 나타났습니다. 부정평가는 긍정평가보다 10.3%포인트나 높은 53.0%였습니다. 임기 내내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문 대통령 지지율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입니다.

이러자 야권에서는 ‘반문(反文) 연대’ 이야기가 솔솔 피어오릅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42.7%니, 53.0%만 결집해도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에서 승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 대통합’이 아니라 ‘반문 연대’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범(汎) 보수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의도일 겁니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반문 연대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문재인 정부는 지지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윤석열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빅 텐트’를 친다면 각종 선거 경선의 흥행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고, ‘인물난’도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문 연대가 승리를 보장한다는 일각의 시선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반문 연대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기능을 넘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겠냐는 겁니다. 다시 말해, 강성보수와 중도보수는 물론 중도진보까지 포괄하는 조직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을 치러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근본적으로 정당은 정책이라는 상품을 개발해 국민을 설득하고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집단입니다. 단순히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론과 시민사회의 역할입니다. 정당은 정부여당의 정책이 왜 잘못됐는지를 지적하고, 그보다 나은 정책을 개발해 국민 앞에 내놓을 의무가 있습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과 정책 대안을 만드는 것이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데 있습니다. 한 목소리로 문 대통령을 비판했더라도, ‘더 나은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생길 공산이 큽니다. 그나마 보수라는 큰 틀을 공유하고 있다면 각론에서는 조정이 가능하겠지만, 아예 틀 자체가 다르다면 접점을 찾기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앞선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53.0%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30.0%에 그쳤습니다. 즉, 국민은 정부여당이 싫다고 해서 무작정 제1야당에게 표를 던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이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제1야당이 ‘더 나은 정책 상품을 내놨느냐’입니다. 그리고 반문 연대는 정책이라는 상품을 만들기에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닙니다. 결국 지금 보수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계산으로 몸집을 불리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든 국민에게 집권여당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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