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배달의민족과 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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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배달의민족과 아시아나항공
  • 그래픽= 김유종/글=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11.2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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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이미지 출처= Getty Image Bank)

문재인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추진 중입니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지난 16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한진그룹과 8000억 원 규모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의 모그룹인 한진그룹 오너일가들의 경영권 다툼이 치열한 상황인 만큼, 정부가 혈세를 들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겁니다.

독과점 논란도 있습니다. 2019년 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국제선 70%, 국내선 60%에 이릅니다. 공룡항공사 출범 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KDB산업은행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대로 가면 공멸이다. 이것만이 우리가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도 "글로벌 항공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독과점으로 소비자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일축했습니다.

시야를 좀 넓혀서 이 문제를 살펴봅시다. 최근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과 비슷한 이슈가 배달앱 시장에서 있었죠. 요기요의 배달의민족 인수 문제입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고 싶다면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요기요-배달의민족 통합 시 독점적이고 지배적인 공룡사업자가 탄생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 말이죠. 사실상 기업결합을 불승인한 셈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승인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통합인 데다, 문재인 정부가 그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업종도 다르고, 속 사정도 너무나 다른 두 사안입니다. 외국계기업과 토종기업이라는 차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 1위와 2위 업체 간 합병이고, 이에 따른 공룡기업 출범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기업결합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기업결합 승인 여부는 원칙과 법에 따라 결정돼야 합니다. 요기요-배달의민족은 불가한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가능하다면, 원칙과 법이 사안마다 다르게 적용된다는 의미입니다. 원칙과 법이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동일한 사안에서 정부가 다른 유권해석을 내림으로써 상이한 결과가 나온다면, 정부를 향한 불신의 싹이 시장에 싹틀 겁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의 시장 개입에 있어서 반드시 법치주의가 근간이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원칙과 법에 따라 면밀한 검토를 거친 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할지를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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