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권력이 낳은 기시감을 멈출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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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권력이 낳은 기시감을 멈출 방법은?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12.06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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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이들의 꿈, 제7공화국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권력은 언캐니(uncanny)하다. 분명 낯설지만 익숙해, 묘한 느낌을 준다는 의미다. 데자 부(déjà vu)가 이에 해당한다. 기득권이 된 더불어민주당에게서 과거 권력자의 모습이 보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권력은 그들이 서있는 곳을 바꿨고, 권력을 가진 자들의 행동은 비슷한 형태로 반복됐다. 권력이 낳는 기시감을 멈출 방법은 정치 구조 개편뿐이다.

 

제7공화국을 꿈꾸는 이유


1948년 헌정사(史)가 시작된 이후, 헌법은 총 9차례의 개헌을 거쳤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끝으로 33년째 헌법은 유지됐다. 그러나 그간 87년 체제의 종말을 고하던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왔다. 이들의 주장은 지금의 헌법으로는 더 나은 정치로 나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노무현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등에 대해 질문을 받는 모습이다.ⓒ노무현재단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등에 대해 질문을 받는 모습이다.ⓒ노무현재단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오랜 시간 지역주의에 맞섰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을 통해 “정책 개발보다는 다른 지역 정당과 지도자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선거운동 방법이 됐다”며 “이것이 내가 20년 동안 경험한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 문제였다(290쪽)”고 회고했다.

그는 단순히 ‘국회의원 대폭 물갈이’를 바란 게 아니었다. 그는 “성숙한 민주주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려면 사람만이 아니라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며 “지역감정을 없애지는 못할지라도 모든 지역에서 정치적 경쟁이 이루어지고 소수파가 생존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정치 체제 역시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였다. 차선책으로는 ‘도농복합선거구제’를 생각했다. 이는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작은 도시와 농촌에서는 소선거구제를 하는 혼합형 제도였다. 자서전을 통해 “선거의 승패도, 국회에서 벌어지는 정당 간의 대립도 모두 지역대결 구도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현행 제도를 고수하는 한 앞으로도 (정책 대결을 주문하는 일이) 소용없을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2007년 참여정부 막바지, 그는 원 포인트 개헌을 주장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과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를 비슷한 시기에 치러지도록 주기 조절이 주 내용이었다. 5년 단임제는 임기 말 레임덕을 반복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대안이었다. 또 4년 중임제는 최대 8년의 장기적 비전을 갖고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 손학규

2018년 야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모습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018년 야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모습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016년 손학규 전 대표는 2년간 칩거하던 강진 만덕산에서 내려오면서 “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해서 대한민국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전 대표는 “더 이상 대통령제로는 발전시킬 수 없다”며 제7공화국을 주장했다.

그가 꿈꾸는 제7공화국이란 ‘독일식 연립정부 체제’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해 문제의식에서 나온 대안이었다. 그는 승자독식 체제에서 비롯된 갈등의 정치와 패거리 정치에 회의감이 있었다. 이후 2018년엔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을 내세우며, 10일간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1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승자는 독식하고, 야당은 무조건 반대만 한다”며 “언제까지 이런 갈등의 정치, 극한의 정치를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 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었으나, 통과 과정에서 법안이 누더기가 되고 위성정당 탄생으로 그게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제7공화국을 꿈꿔야 하는 이유


이렇듯 개헌 논의는 수 년 째 진영을 막론하고 제기돼왔다. 모두가 지금의 정치 구조에 한계를 느끼면서도, 권력의 추악한 민낯을 보이면서도, 늘 좌초됐다. 거시적인 정치 구조를 논하기엔, 당장 눈앞의 미시적인 이해관계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구조가 초래하고 있는 폐해를 직시해야 한다. 반복된 권력의 역사 앞에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그 끝에 제7공화국이 있을지, 혹은 새로운 무언가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권의 인식 변화가 있을 것이다.

21세기 정치연구회가 엮은 <정치학으로의 산책>은 “오늘날 ‘정치가 부패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제도가 부족한 것 못지않게 바람직한 제도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정신이 타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154~155쪽)”고 지적했다.

책은 “이 경우에는 제도가 만들어지던 초기의 정신을 부활시키든지 아니면 전혀 다른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제도를 확립할 수밖에 없다”며 “올바른 정신이 뒷받침된 제도 하에서만 바람직한 정치가 전개될 것이고, 이러한 가운데 정치가 발전할 것”이라 강조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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