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개각 정부, 부동산 정책기조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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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개각 정부, 부동산 정책기조 바꿔라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12.12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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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최고 치솟는 집값·전셋값
서민 民生 주거불안 방치할 건가
정책 기조 안 바꾸면 개각 허사
확실한 공급으로 불안감 잠재워야
과거 ‘코드성’ 발언 우려 나와
전임자보다 더한 국토장관 철학 경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개각은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아 전격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 

여론이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한 덩어리는 부동산 실책, 또 한 덩어리는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22%), 법무부·검찰 갈등(9%),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7%)이 차례로 상위권에 올랐다.

따라서, 이번 개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역시 부동산정책 사령탑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교체다.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정책 실패로 무주택자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고 한 문 대통령의 말을 더 이상 믿는 국민도 없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 내정자가 전임자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하게 달라진 정책 기조를 보여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개각은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아 전격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뉴시스

반면교사(反面敎師) 있는데도 실책 되풀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 3년반 동안 총괄해온 부동산정책의 결과는 실로 처참하다. 지금까지 24차례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50% 이상 폭등했고, 최근에는 전셋값마저 급등하고 있다. 정부를 믿고 따라온 시민들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김 장관 교체는 올바른 선택이지만, 변창흠 카드가 반전의 기회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현 정부와 부동산 철학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김현미 장관을 바꾸기로 한 결정은 당연했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대란으로 키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장관은 지난 3년6개월 재임하는 동안 숱한 논란을 불렀다. 정책은 사사건건 시장과 충돌했다. 그 부작용으로 집값은 다락같이 올랐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까지 껑충 뛰는 바람에 조세저항 조짐도 보인다. 정책은 신뢰가 생명이다. 하지만 김 장관은 바로 그 신뢰를 잃었다. 교체는 불가피했다.

현 여권은 열린우리당 시절인 2004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152석)을 얻고도 민생 문제보다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에 몰두했다가 몰락을 자초한 적이 있다. 뚜렷한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있는데도 또 민생과 관련된 실책을 반복하고 있으니, 그 같은 일이 재연되지 말란 보장도 없다. 

총체적 ‘부동산 난국’ - 개각 목적은 ?

그런 점에서, 이번 개각 역시 알맹이 없는 국면 수습용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변창흠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그의 이념적 성향 때문에 주무 장관이 바뀌어도 부동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하다. “김현미보다 더한 장관이 왔다”는 일각의 평가와 함께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변 후보자의 대책이 지금까지 낸 24번의 부동산 대책의 바통을 이어받는 25번째 대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은 기존 수요 억제 중심 기조를 공급 증대 기조로 바꾸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개각의 과정부터가 문제다. 국토부 장관을 교체하면서 청와대는 “김현미 장관이 성과를 많이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주택 정책을 제일 잘한다”고 평가한 변창흠 LH 사장을 새 국토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지지율 하락에 떠밀려 부동산 담당 장관을 교체하면서도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 없고 또다시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를 강행한 것이다. 

지난달 전국 주택 전셋값은 7년1개월 만에 최대로 올랐다. 서울이나 지방 가릴 것 없이 뛰고 있다. 특히 이사철을 앞두고 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총체적 ‘부동산 난국’이다. 이번 개각은 집값 급등과 전·월세 대란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는 인사다.

변 내정자는 정부의 주택정책에서 최우선 순위는 서민의 전반적인 주거안정이란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소신이라는 이유로 무리한 정책 실험을 강행함으로써 국민이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홍수를 막기 위해서는 튼튼하고 높은 제방도 필요하지만, 거대한 물줄기가 흘러갈 수 있는 길을 터 주어야 한다.

수요억제 일변도, 문제 해결 요원

청와대는 이번 개각에서 김 장관 교체가 경질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직전에 나온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악으로 나왔고, 가장 큰 요인이 부동산 정책이었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 달여 전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며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 국민의 주거안정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전세 시장은 전혀 안정되지 않았고, 월세와 매매 시장까지 들썩이는 총체적 난국이다. 

이번 교체는 난맥상을 보이는 부동산 정책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현 정부 들어 집값 폭등과 그에 따른 보유세 인상, 전세난과 전세값 폭등 등으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모두 불만이 팽배했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먹히니 정부는 갈수록 센 정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센 정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과 전셋값은 오르고, 집 없는 서민들의 부담은 커졌다. 자기 집 한 채 가진 사람들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집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팔지 않으면 한 푼도 내 손에 들어오는 게 없는데, 공시가격이 올라 세금 부담만 늘어났다. 

변 후보자가 장관이 되고서도 이런 생각을 고집한다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2기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집값 폭등의 원인을 투기 세력에 돌리면서 수요 억제 일변도의 정책 기조를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길은 요원하다. 

변 내정자 정책 철학, 기대보다는 우려

그러나 변 내정자가 과연 정책 기조 변화를 이끌어낼 역량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변 사장은 지난 8월 국회에서 "최근 세 정부(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의 주택 정책 순위를 매기면 문재인정부가 제일 잘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공기업 수장이라 해도 공감하기 어려운 ‘코드 맞추기’ 발언이었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임·전전임 정부 때보다 훨씬 높았다는 현실을 도외시했다. 그는 이전에도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 “재건축 완화가 주택 가격을 상승시킨다” 등의 주장으로 시장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줬다. 

변 내정자는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책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다. 집값이 급등해도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며 투기 수요가 원인이라고 한다. 부동산 동호회 사이트를 투기의 온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평가를 받을 인물이 전임자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려면 굳이 장관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

변 내정자는 주택 공급을 민간에 맡겨둬선 안 되고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는 철학도 갖고 있다. 장관 내정 후에도 “서울의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는 안 된다”며 공공 재개발을 강조했다. 시장에선 반시장 기조가 전임자보다 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 내정자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11·19 대책 중 공공재건축은 이미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고, 그가 주도했던 도시재생 사업도 주택 공급 없이 ‘벽화만 그리는' 환경 미화 사업으로 전락했다. 

정책 전환은 안 하고 또 다시 ‘코드 인사'를 내세울 거면 무얼 하러 장관을 교체하는가. 한마디로, 변 내정자는 과거 경력이나 발언으로 미뤄볼 때 기대보다는 우려를 더 하게 한다. 

반(反)시장정책 어불성설 결과 

지난 과정을 되돌아 봐야 한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의 파노라마였다. 집값을 잡겠다며 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 및 취득세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자고 나면 집값은 올랐다.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은 전셋값 폭등을 견인했고, 전세 난민을 양산했다. 전세 난민이 늘어나니 잔잔했던 월세 시장까지 보증금이 폭등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정부는 수도권 127만가구 공급 계획을 담은 8·4 대책과 전세 안정화를 위한 11·19 대책을 내놓았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시장 원리에 따라 수요가 몰리는 곳에 공급하기보다 숫자 채우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세대란에 대해서도 그 원인 진단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아니라, 공실 공공임대 등 단기 대책에만 매달린다. 이런 반(反)시장정책으로 집값과 전셋값을 잡겠다는 건 어불성설일 뿐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지역 전셋값 상승률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1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6069만원이다. 전달보다 2390만원이나 올랐다.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로는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8590원을 받는 근로자의 연봉 2154만 원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그것은 임대차법 등 반(反) 시장정책이 전셋값 상승의 주범임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다.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와의 격차를 줄이고, 결국 매매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그다음은 전셋값이 더 오를 게 뻔하다.

더욱이, 전셋값 상승은 연쇄적으로 월세난으로 이어져 11월 전국 주택과 서울의 월세는 각각 0.18%씩 올랐다. 한국감정원이 월세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7월 이후 가장 많이 상승한 수치다. 전세와 월세 이용자의 대부분이 서민층이란 점에서 그 충격은 고스란히 서민층에 돌아간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더 멀어졌고, 주거불안마저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은 그렇게,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주택공급 확대방안 내놓아야

정부는 김 장관 교체를 부동산정책 전반을 되돌아보고 크게 쇄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기조는 그대로 두고 일부 정책만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장관 한 사람만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문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24차례의 부동산 대책은 모두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 어떤 대책도 효과가 없었고, 집값·전셋값 폭등에다 서민 주거불안만 키운 '불량 정책'이었다는 데 이론이 없다. 이는 수요와 공급이란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데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다. 집값 안정엔 양질의 주택 물량을 대량 공급하는 것 외엔 백약이 무효다. 

공공임대주택은 정부가 전면에 나서 적극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한편 민간주택에 대해서는 시장의 흐름에 맞는 주택 정책들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공급은 충분하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즉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대부분이 욕망하는 지역인 서울 강남과 목동 등의 노후아파트 단지에 대한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새집’을 대거 공급하는 것이다. 또 서울 수요를 분산하는 차원에서라도 수도권 교통을 크게 개선하기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과감하게 해야 한다.

변 내정자는 예전에 토지임대부주택과 환매조건부주택 도입 등 부동산의 공공성을 강조했지만, 이런 인식만으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민간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국토부 장관 교체를 계기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 일변도'에서 '물길 트기'로 전환되어야 한다. 신도시 택지 개발, 역세권 개발,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집값 대책, 정권 명운 좌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준 교훈은 어설픈 규제는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땜질 처방을 접고 수요에 부응해 질 좋고 가격이 적정한 집을 충분히 공급하는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장을 이기려다가 ‘시장의 역습’을 당해 서민들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국토부 장관 교체가 총체적 실패로 접어든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기조를 원점에서 되돌아보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최근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집권 이후 최저치로 추락하는 등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이 크다. 정부는 민심의 변화에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개혁적인 정책과 진지한 국정운영으로 신뢰 회복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집값 급등은 정부가 어정쩡한 정책으로 투기세력에게 계속 먹잇감을 던져줬기 때문이다. 결국 매매가격을 잡는 것이 문제를 푸는 처방이다. 부동산정책이 문재인 정권의 명운을 좌우한대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그런 각오로 집값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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