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어느 땐데’…중견건설사들, 아직도 ‘부모님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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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어느 땐데’…중견건설사들, 아직도 ‘부모님 안녕하십니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12.11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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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법 허점 노려 가족관계 등 민감 정보 요구·수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블라인드 채용법(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일부 건설업체들이 법의 허술함을 노리고 구직자들에게 민감 정보를 여전히 요구·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지난해 7월 블라인드 채용법 시행 전후 두 차례에 걸쳐 인권침해 여지가 상당하거나 블라인드 채용법 취지에 반하는 항목들을 입사지원서에 포함시킨 국내 중견건설사들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우린 블라인드 채용 몰라” 간 큰 중견건설사들,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466, 블라인드 채용법 시행됐는데…여전한 건설업계 ‘부모님 계십니까’,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7485)

해당 기사에서 다뤘던 업체는 계룡건설, 금호건설(금호산업), 대방건설, 동부건설, 신동아건설, 요진건설산업, 우미건설, 태영건설, 한신공영 등이었다. 그후 약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아직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항목을 입사지원서 양식에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기사에서는 다루지 못했으나 부영, 호반건설 등도 마찬가지였다.

위는 금호건설, 아래는 대방건설의 입사지원서 ⓒ 시사오늘
위는 금호건설, 아래는 대방건설의 입사지원서 ⓒ 시사오늘

금호건설은 누가 지원자에게 자사를 추천했는지 '추천인'(성명, 추천인과의 관계, 연락처, 소속, 비고 등)을 물었으며, 학력사항에 '편입' 여부와 '주간·야간'을 적도록 했다. 대방건설은 구직자의 '취미', '특기'를 물었으며, 학력사항에서는 '편입' 여부와 '주간·야간' 확인은 물론, '지도교수'와 '연구실명' 등을 기재토록 했다. 한신공영도 '취미', '특기'를 물었다. 모두 블라인드 채용법에 저촉되진 않으나 법 취지에 반하는 사항들이다.

특히 '추천인', '지도교수', '연구실명' 등은 채용 과정에서 부당청탁, 직권남용, 뇌물수수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은 항목이다. '특기', '취미' 등은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개인정보라고 볼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위부터) 우미건설, 호반건설, 신동아건설의 입사지원서 ⓒ 시사오늘
(위부터) 우미건설, 호반건설, 신동아건설의 입사지원서 ⓒ 시사오늘

지원자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건설사들도 여럿 있었다. 우미건설은 가족사항에서 '형제관계'(O남 O녀 중 O째), '가족관계'(성명, 연령 등), '동거여부' 등을 물었고, 지원자의 '특기'와 '취미'도 적도록 했다. 호반건설도 '형제관계', '가족관계'를 기재토록 했는데, 다만 가족들의 '연령'은 묻지 않았다. 신동아건설은 가족사항에서 '본인가족관계'(0남 0녀 중 0째)와 '직계존속(부모님) 생존여부'를 적도록 했다. 부영그룹도 '가족관계'(성명, 생년월일)를 물었으며, 지원자 본인의 '시력'도 기재토록 했다.

블라인드 채용법에서는 구직자 본인의 출신지역, 혼인 여부, 재산 등과 구직자 본인의 직계 존비속·형제자매의 학력, 직업, 재산 등에 관한 정보를 기업에서 요구·수집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법에서 직접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항목들만 지원서에 그대로 남겨 놓은 셈이다. 법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 계룡건설, 동부건설, 요진건설산업, 태영건설 등도 지원자의 '편입' 여부를 적도록 했으며, 이중 태영건설은 '검정고시' 여부도 확인했다. 또한 언급된 모든 건설사들이 입사지원자가 경력자일 경우 '퇴직사유'를 기재토록 했다.

왼쪽 위는 태영건설, 아래는 동부건설, 오른쪽은 부영그룹의 입사지원서 ⓒ 시사오늘
왼쪽 위는 태영건설, 아래는 동부건설, 오른쪽은 부영그룹의 입사지원서 ⓒ 시사오늘

'편입', '주간·야간', '검정고시', '퇴직사유' 등은 블라인드 채용법에 위배되는 항목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구직자 인권이 침해될 공산이 크다는 측면에서 이들 항목을 입사지원서, 이력서, 경력기술서 등에서 제외토록 권고하고 있다.

인권위는 "학력 관련 정보 중 차별의 개연성이 있는 항목으로 본교·분교 여부, 소재지, 주간·야간 여부, 편입 여부 등이 있다. 실제 채용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학력·학벌 차별 사례의 주요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입사지원서에서 경력사항 중 '퇴직사유'와 '연봉' 비교적 개인의 사적 정보에 해당하며 업무 연관성도 적다"며 "특히 퇴직사유는 전(前)직장과 어떤 이유로든 의견이 맞지 않아 퇴직한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 사유를 밝히는 건 재취업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고, 오히려 응시자에 대한 편견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하고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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