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우리는 공존할 수 있을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주간필담] 우리는 공존할 수 있을까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12.19 1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에 따른 고통 분담은 ‘공존’ 위한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자영업자의 희생 덕분에 앞선 코로나 대유행 시기를 무사히 지나왔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들과 함께 공존할 방법을 모색할 때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자영업자의 희생 덕분에 앞선 코로나 대유행 시기를 무사히 지나왔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들과 함께 공존할 방법을 모색할 때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집밥이 그리울 때면 찾던 식당이 문을 닫았다. ‘쇠질’에 매력을 느끼게 해준 헬스장은 불이 꺼졌다. 늘 북적이던 국회 앞 카페들도 한산해졌다. 길을 걷는 곳곳마다 ‘임대(권리금 없음)’ 문구가 심심찮게 보였다. 한낱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아쉬움을 토로하는 일이었다. 그 식당 고추장찌개가 참 맛있었는데, 이제 막 근육이 붙는 느낌이었는데, 거기서 책 읽기 괜찮았는데….

하지만 자영업자의 상황은 다르다. 2019년 기준 취업자 중 25%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사업장 전망을 묻는 항목에 ‘폐업을 고려할 것’이라는 답변이 50.6%, ‘폐업 상태일 것’이 22.2%에 달했다.

폐업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문 닫을 가게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코로나19란 변수가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망하지 않아도 됐을’ 가게의 문도 닫혔다. 가게의 생사(生死)가 더 이상 시장 논리만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가의 방역 조치에 협조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들의 희생 덕분에 앞선 코로나 대유행 시기를 무사히 지나왔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할 때다. 우리는 단골 식당과 카페, 집 앞 실내 체육시설을 지킬 수 있을까.

 

왜 임대료는 2.5단계에 멈추지 않을까


왜 임대료는 2.5단계에는 멈추지 않을까. 이 문제를 제기한 청원은 16일 기준 15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왜 임대료는 2.5단계에는 멈추지 않을까. 이 문제를 제기한 청원은 17일 기준 15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수도권 2.5단계를 하루 앞둔 7일이었다. 시작은 국민청원이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수십 개의 글이 올라왔다. 그 가운데 ‘코로나 전쟁에 왜 자영업자만 일방적 총알받이가 되나요?’란 제목의 청원에 가장 많은 사람이 지지를 보냈다. 17일 기준 15만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들은 집합금지 기간에도 나가는 비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청원자는 “코로나로 집합 금지가 되면, 돈을 납부할 모든 게 집합금지 기간만큼 같이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 갚는 게 아니라 정지를 시켜달라는 것”이라며 “대출 원리금, 임대료, 집합금지 때문에 사용 못하고 내는 공과금, 이런 부분이 같이 멈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한 임대료’를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영업이 제한 또는 금지되는 경우 매출 급감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다”며 “사회 전체가 고통의 무게를 함께 나누고,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높여나갈 방안에게 다양한 해법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고통 분담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을 발의했다. 이는 집합금지 조치가 취해졌을 경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집합금지 업종에는 임대인이 차임 등을 청구할 수 없게 하고, 집합제한 업종은 임대료 절반 이상을 청구할 수 없는 개정안이다.

이 의원은 “장사가 멈추면 임대료도 멈춰야 한다”며 “감염병 예방조치에 대한 피해를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대인과 금융기관, 정부가 함께 나누는 것이 공정이라 강조했다.

정의당은 국가와 건물주, 임차인이 각각 3분의 1씩의 재정 부담을 나누는 안을 제시했다. 김종철 대표는 제12차 대표단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 2단계가 적용된 지역에서 임대료 고통을 함께 분담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한다”며 “국회의 여야 정당들이 합의하면 대통령이 긴급경제명령으로 실행하는 방향으로 실행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개인과 공동체…코로나19가 던진 질문


16일 헬스클럽관장협회는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거행했다.ⓒ뉴시스
헬스클럽관장협회는 16일 생존권과 영업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거행했다.ⓒ뉴시스

인류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에서 오랜 기간 논쟁해왔다. 기원전부터 이어져 온 인간의 실존적 고민은, 오늘날 ‘자유주의 대 공동체주의 논쟁’으로 굳어졌다. 어느 가치에 더 비중을 두고 양자를 조화시킬 것인가가 핵심 문제였다.

코로나19를 마주한 우리는 또 한 번 고민 앞에 섰다. 방역을 위한 대가를 자영업자 개인의 희생으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가 고통을 함께 분담할 것인가. 고통 분담에 도의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늘어난 부채를 국가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뒤따른다. 팬데믹은 사회주의나 전체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도 경고했다.

신동룡 교수의 논문 <법담론에 있어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는 “자유주의를 절대시해 공동체주의의 가치를 부정하거나, 그 역의 상태는 결국 자기의 존립 기반을 극단적 개인주의와 전체주의에 내주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신 교수는 “개인의 욕구 실현의 양태를 범주화한다면 ‘극단적 개인주의-자유주의-공동체주의-전체주의’라는 일련의 띠를 생각할 수 있다”며 “이 띠는 극단적 개인주의와 전체주의가 같이 맞닿아 있는 원형의 띠”라고 설명했다.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가 원형의 띠를 만들듯, 경제도 마찬가지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줄 폐업은, 임대인에게 공실 부담으로 전가된다. 이들이 감당하지 못한 대출 원리금, 공과금, 임대료는 금융기관과 전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전방에서 손실을 감당하고 있던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곧 사회 전체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생각해야만 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