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피 3000 전망에 들떠야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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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스피 3000 전망에 들떠야만 하나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12.17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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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과 경제의 괴리↑…‘장밋빛 전망’보다 ‘냉철한 분석’ 필요한 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2756.82)보다 14.97포인트(0.54%) 오른 2771.79에 마감한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31.27)보다 8.38포인트(0.90%) 오른 939.65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093.3원)보다 0.7원 오른 1094.0원에 마감했다. ©사진=한국거래소/뉴시스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2756.82)보다 14.97포인트(0.54%) 오른 2771.79에 마감한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31.27)보다 8.38포인트(0.90%) 오른 939.65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093.3원)보다 0.7원 오른 1094.0원에 마감했다. ©사진=한국거래소/뉴시스

'흐름에 따라가야 하나'

요즘 연일 코스피를 두고 나오는 '장밋빛 전망'을 보면 이런 노파심이 든다. 증권사들은 내년에는 증시가 3000pt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고, 투자자들은 어떤 종목에 투자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와 걱정을 내놓기란 어려운 일이다.

실제 올 한해 우리 증시는 '선방'했다. 코로나19 불확실성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을 지켰고, 하반기 백신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는 떠나갔던 외국인 투자자들을 불러 들였다. 그렇게 코스피는 올 한해 27.4%(12월 16일 기준) 상승했다. 이같은 흐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반등할 것이라는 게 시장과 국내외 투자자들의 평가이며, (이는) 우리 기업들의 높은 경쟁력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장밋빛 전망'이 걱정스러운 이유는 무엇보다 개인·외국인 투자자들의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애초에 저가매수나 저금리 기조 등으로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과거보다 큰 변동성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다. 

일례로, 지난달까지 순매수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에는 1조3550억 원(12월 16일 기준)의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이들은 지난달 이후 코스피의 상승을 이끈 결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순매도세로 돌아서는 최근 며칠간, 해외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서 비롯된 추가 부양책과 백신에 대한 기대감, 브렉시트 이슈 등이 잇따라 부각됐고, 외국인 투자심리는 이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아직 변동성이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유동성'만을 두고 '밝은 내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르다고 본다.

또한 금융경제의 유동성을 받아내야 하는 실물경제의 부진도 우려스럽다. 실물경제란 재화·서비스가 돈(화폐)과 함께 움직이는 경제를 의미하는데, 현재 경기는 계속 부진하고 일자리도 줄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1100원을 밑도는 원·달러 환율의 약세에 수출도 걱정이다. 게다가 기획재정부는 17일 올해 성장률이 -1.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본시장은 유동성이 넘쳐나는데, 실물경제는 그렇지 못한 '괴리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마저도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글로벌 실물경제의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실물'과 '금융'간의 괴리 현상이 자산가치의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장 변동성이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이같은 괴리 현상이 계속될 수록 현재 위험자산(주식 등 가치변동이 큰 자산)의 가치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는 금융경제에 도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코스피 3000'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가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내놓는 '숫자'에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개개인의 재무 건전성을 살필 때다. 또한 정부가 할일은 금융경제와 실물경제의 균형을 맞추는게 최우선이다. 투자가 금융경제를 이끌고, 이것이 실물경제를 떠받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 12년이 지난 현재 세계 금융 시장은 그보다 더 불확실한 감염병에 잠식됐고, 백신 개발과 경기부양책도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롤러코스터급 등락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럴수록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게 현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코스피 3000' 발언도 걱정스러운데, 이를 두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입씨름하는 것도 참 볼썽사나운 일이다. '정쟁(政爭)'은 다른 곳에서 하기 바란다. 지금은 '장밋빛 전망'이나 '이유없는 싸움'보다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때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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