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의 세상만사] 정치, 그리고 ‘잊히기 싫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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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의 세상만사] 정치, 그리고 ‘잊히기 싫은 사람들’
  •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승인 2020.12.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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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고 정승이 죽으면 텅텅 빈다’는 식의 옛 비유가 있다. 권력을 잡고 시대를 주름잡는 인물의 집안에 경조사가 나면 그에게 얼굴을 비치고 ‘눈도장’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작 본인이 죽으면 상가에 ‘찬바람’만 불 정도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는 세태를 풍자한 말이다.

특히나 정치판에서는 지금도 이러한 씁쓸한 세태들이 목격되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대중의 관심과 지지자들의 표를 먹고산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은 정치인의 생존 가치에 있어 절체절명의 조건이다. 정치인들이 권좌에서 물러나거나 낙선해 낭인으로 살면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찾는 사람’과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지고, 언론 또는 세상 사람들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잊혀 갈 때라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19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느닷없이’ 서울시장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안 대표가 한때 서울시장 후보에서 대권후보, 그리고 여러 창당에 이르기까지 짧은 정치경력에도 불구하고 내로라하는 거물급 정치인들도 해보지 못했던 정치역정을 걸어온 정치인이라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안 대표로선 이번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운명적 타이밍’처럼 여겨졌을 수도 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박원순과의 운명적 대결 국면에서 ‘양보’라는 신선한 결단으로 시작된 그의 정치 역정은 결코 순탄치 만은 않았던 터다. 그렇게 양보했던 박원순 시장의 불명예스러운 중도 하차로 다시 그에겐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기에도 충분하다.

앞서 독일에서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결국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전격 귀국했고, 창당과 함께 지역 후보도 없는 비례 정당으로 겨우 몇 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지만, 이미 ‘정치적 주가’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게 중론이었다.

최근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는 대선주자 지지율 2~3% 내외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하위권에서 좀처럼 반등을 못하고, 쉽게 말해 ‘존재감’이 없어진 것이다. 대구에서 코로나가 창궐할 때 가운을 입고 비지땀을 흘리며 환자를 돌보는 모습에서 역시 안철수는 ‘아직은 신선해’라고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사람들은 그래서 안철수는 의사를 하든지 그냥 기업을 하든지 해야지 정글 같은 정치판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입방아를 찧곤 했다.

안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런 안 대표가  느닷없이 대권을 ‘포기’(?)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 서울시장을 탈환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나섰다. 국민의 힘 단독으로는 힘드니 야권이 힘을 합쳐 서울시장을 탈환하고 ‘야당 연립 서울시’를 세우자는 말도 한다.

세간에선 안철수라는 이름 석자, 그리고 국민의힘 단독으로는 서울시장 탈환이 힘들다는 ‘고백’이라며 참 안쓰럽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대권을 노리다가 갑자기 정권교체를 위해 서울시장에 출마하고 또 ‘범야권 연립정부’라는 지방자치에서 다소 ‘생소한 프레임’까지 만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우고 있다.

당분간 잊힐 뻔(?)했던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프레임’을 가지고 상당 기간 다시 입방아에 오르내리긴 할 듯싶다. 안 대표의 뜻대로 ‘야권 단일후보’가 될지, 또 된다해도 ‘실전’과 ‘위기’에 강하지 못했던 그의 정치 스타일로 무소불위의(?) 집권 여당 세력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흔히 정치판에서 존재감이 사라진 정치인들이 견디기 힘든 무관심을 일깨우고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 선거 때만 되면 당선 여부를 떠나 어김없이 출마하려는 ‘선거 병’이나 ‘출마 병’ 같은 현상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정무수석실 행정관
· 전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 전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 전 국립중앙청소년 수련관 이사
· 전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 전 민족화해렵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 전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 연구원
· 현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현 정치 평론가
· 현 (사)희망래일 ‘70년의 침묵을 깨는 침목 동해북부선 연결추진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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