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손학규, 참회와 통합 강조… “文, 이명박·박근혜 사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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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손학규, 참회와 통합 강조… “文, 이명박·박근혜 사면해야”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12.31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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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제와 연합정치, 선거 개혁 반드시 이뤄야” 페북 全文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지난 4‧15 총선 이후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던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020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인 31일 오랜만에 침묵을 깼다. 손 대표는 자신을 비롯한 정치권에 참회와 통합을 강조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손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저와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구현하려 했던 국민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그동안 조용히 지냈다. 제가 지은 죄가 많은데 무슨 말을 할 게 있겠습니까? 4월 총선에 완패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있다. 부족을 탓하며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자신의 근황에 대해 전했다.

손 대표는 이어 “2016년 강진에서 나와 ‘제7공화국’을 표방하며 ‘제3의 길’을 찾았을 때 저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정치의 길을 열고자 하는 열망에 차 있었다. 그러나 다 물거품 됐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누더기가 되고,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으로 무력화됐다”며 “‘제3지대’는 바른미래당의 실패로 좌절됐고, 손학규는 ‘노욕’으로 비하되고 말았다”고 씁쓸해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제7공화국’건설에 방점을 찍었다.  ‘저녁이 있는 삶’을 구현하고자 했던 저의 꿈은 그냥 버려질 수 없는 우리 정치의 이상이다. 다당제와 연합정치, 그리고 이를 위한 선거제도의 개혁은 반드시 이뤄야 할 대한민국의 과제”라고 강조하며 그 꿈은 현재진행형임을 시사했다.

더불어“2020년, 참으로 어려웠던 한 해를 우리는 참회로 마감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부터 참회해야 한다. 이제 정말로 국민 통합을 준비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그 일환으로 “저는 오늘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권한다”며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참회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서도 “참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긴 사람은 자칫 교만해지기 쉽다”며 “‘적폐청산’의 선봉장으로 문재인 정권에게 발탁됐다면, 이제는 미래를 향해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YS이후 한나라당은 수구보수로 탈색됐다고 말했다. 사진은 YS 서거 5주기 추모식 현장인 서울 현충원을 찾은 손 전 대표.ⓒ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손학규 전 대표. 사진은 YS 서거 5주기 추모식 현장인 서울 현충원을 찾은 손 전 대표.ⓒ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다음은 페북 전문

<저와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구현하려 했던 국민 여러분께>

이제 2020년이 끝났습니다. 여러 가지로 어둡고 힘든 한 해였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웠던 경제에,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추고, 부동산 파동까지 겹쳐 일상생활을 하는 평범한 국민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2020년 1월 1일자 신문을 열어 보았습니다. 어느 유력지 1면에 2020년의 <희망인> 박항서 감독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제목은 ‘질 때 잘 져야한다’였고, 그는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사설도 ‘통합’이 주제였습니다. 

요즘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지만, 어쩌다 만나면 많은 분들이 저에게 말합니다. “나서서 말이라도 좀 해라. 나라가 이렇게 어려운데 책임있는 정치인으로  왜 아무소리 않고 가만있느냐. 원로 정치인으로 어른 노릇을 좀 해라.” 

저는 그동안 조용히 지냈습니다. 제가 지은 죄가 많은데 무슨 말을 할 게 있겠습니까? 4월 총선에 완패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소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의 부족을 탓하며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2016년 강진에서 나와서 ‘제7공화국’을 표방하며 ‘제3의 길’을 찾았을 때, 저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정치의 길을 열고자 하는 열망에 차 있었습니다. 이념 대결, 진영 대결을 끝내고 우리도 독일처럼 다당제 연합정치로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이루자는 게 저의 꿈이었습니다. 바른미래당 대표가 되어 제3지대에서 중도정치를 추구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고자 노력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단식농성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 과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누더기가 되고, 그것마저도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으로 무력화되었습니다. ‘제3지대’는 바른미래당의 실패로 좌절되었고, 손학규는 ‘노욕’으로 비하되고 말았습니다. 2020년은 저의 정치적 열정이 이렇게 덧없이 무너져버린 한 해였습니다.

그러나 ‘제7공화국’을 건설해서 ‘저녁이 있는 삶’을 구현하고자 했던 저의 꿈은 그냥 버려질 수 없는 우리 정치의 이상입니다. 이것이 2010년 춘천에서 나오면서 외쳤던 ‘함께 잘사는 나라’의 목표였고, 2000년 펴낸 책 ‘진보적 자유주의’가 가야 할 길입니다. 다당제와 연합정치, 그리고 이를 위한 선거제도의 개혁은 반드시 이뤄야 할 대한민국의 과제입니다.

2020년, 참으로 어려웠던 한 해를 우리는 참회로 마감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참회해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만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완성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입니다. 대통령이 할 일은 국민 통합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예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께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작은 싸움에서 이기려 하지 마십시오. 박항서 감독의 말대로 질 때 잘 지셔야 합니다. 윤석열 사태로 지셨으면 그걸 겸손하게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인사권자로 국민 앞에 사과한다’고 말했지만, 법무장관 후속 인사는 계속 싸움을 키우겠다는 것으로 밖에 읽히지 않습니다. 솔직하고 진솔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국민이 뒷받침합니다.

이제 정말로 국민 통합을 준비하십시오. 저는 오늘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권합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민주화의 모범국가를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직전 대통령을 2명이나 구속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 체면이나 안보 및 경제활동 등 국익을 위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법적인 제약이 있으면 우선 석방부터 하고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사면 절차를 진행하십시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참회의 시작이 됩니다.

공자는 정치를 덕으로 하라고 했습니다. ‘정치를 덕으로 하면 비유컨대 북극성이 제자리에 있어도 모든 별들이 그걸 에워싸고 돈다(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 衆聖 拱之)’는 말입니다. 상대방을 포용하면 다 내 품안에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참회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긴 사람은 자칫 교만해지기 쉽습니다. 이길 때 멋있게 이겨야 하지만, 져야 할 때는 잘 져야 합니다. ‘적폐청산’의 선봉장으로 문재인 정권에게 발탁되었다면, 이제는 미래를 향해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합니다. 윤 총장이 검찰의 독립성과 헌법 정신을 지키기 위해 앞장선 것은 잘 한 일입니다. 그러나 검찰이 혹시 국민의 생활이나 국가의 이익을 위해 해가 되는 것이 없었는지는 찬찬히, 그리고 심각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혹시라도 보복(수사)의 유혹이 있다면 여기서는 과감하게 손을 털어야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도 승리 후에 보복정치를 하지 않고 정적을 끌어안았습니다.

우리 모두 참회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참회는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외적으로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도 절대로 변명을 해서는 안 됩니다. 책임지는 참회이어야지 책임을 회피하는 참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집착은 소신이 아닙니다. 소신으로 잘못 알고 있는 집착이야말로 위험한 것입니다. 그것은 독선일 뿐입니다. 저 자신도 요즘 내가 소신이고 신념이라고 생각해 온 가치들이 혹 집착이 아닌지 반성해 보곤 합니다.

내려놔야 합니다. 나의 이익 뿐 아니라 내 패거리의, 내 진영의 이익도 내려놔야 합니다. 어려운 걸 잘 압니다. 그러나 ‘백척간두에 진일보’하라는 말씀을 따라야 합니다. 나를 버려야 길이 보입니다.

우리 모두 참회로 2020년을 마감하고 2021년의 새로운 희망을 약속합시다.

윤동주의 시, ‘참회록’(1941)의 마지막 줄을 여러분과 함께 되새겨 봅니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2020. 12. 31.
손  학  규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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