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대권이냐 서울시장이냐…野 거물들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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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대권이냐 서울시장이냐…野 거물들의 고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1.07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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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대선 지지율에 서울시장 출마설 돌지만…리스크 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대권과 서울시장을 두고 야권 거물급 정치인들의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시사오늘
대권과 서울시장을 두고 야권 거물급 정치인들의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시사오늘

최근 야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판설이 돌고 있습니다. 본인의 출마 의지보다도, 주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도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고 권유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합니다. 물론 유 전 의원의 등판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대권 주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대권 주자들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는 걸까요. 정치권에서는 요즘 정치를 ‘폴생폴사(Poll生Poll死)’라고들 합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국정 운영 방향도 바뀌고, 출마 생각이 있던 사람도 뜻을 접기 때문입니다. 대권 주자들의 서울시장 출마설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대선 주자들의 대선 지지율이 좀처럼 뜨지 않고 있으니 ‘다른 길’을 모색해 본다는 얘기죠.

사실 서울시장은 대권을 노리는 후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우회로’입니다. 출마 자체만으로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데다, 당선된다면 ‘대한민국 수도의 수장’으로서 다양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선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보면, 선거 과정에서 존재감을 끌어올린 후 시정을 펼치면서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워 ‘대통령 대 서울시장’ 구도를 만드는 정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장 출마가 마냥 ‘꽃길’은 아닙니다. 우선 어떤 방식으로든 ‘예선’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맞붙어야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과거에 비해 지지율이 낮아졌다고는 해도, 어찌됐건 안 대표는 유력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입니다. 게다가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선점 효과’도 누리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와 맞붙는다면,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약 당내 경선 혹은 단일화 과정에서 안 대표에게 패한다면 정치적 내상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그것도 내부 경쟁에서 패한 후보를 ‘경쟁력 있는 대권 주자’로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분명 ‘하이 리턴(High Return)’을 기대할 수 있는 무대지만, ‘하이 리스크(High Risk)’도 떠안아야 하는 무대입니다.

서울시장 출마가 차기 대선 불출마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지금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의 지지율을 모두 흡수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고건 전 국무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장외(場外)’ 후보의 경쟁력은 확신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가 시작되면, 대선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예측 불가입니다.

이런 변수를 고려하면, 지금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방향을 트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닙니다. 양쪽 모두 불확실성이 크다면, 서울시장보다는 대권으로 직행하는 게 더 현명한 결정일 수도 있죠. 대권과 서울시장을 사이에 둔 야권 거물급 정치인들의 치열한 ‘수싸움’도 보궐선거 정국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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