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코로나 이익공유제’, 상생인가 분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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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코로나 이익공유제’, 상생인가 분열인가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1.17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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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호황 업종의 이익 공유 공정한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감, ‘상생(相生)’.

코로나19 이후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등장한 단어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의 혁신 속도는 상생의 힘을 통해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9차례 상생 정신을 언급했다. 같은 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코로나 양극화를 막아야만 사회·경제적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며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상생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상생은 코로나 시대 공정에 대한 물음에 정치권이 내놓은 답변이다. 불과 한 달 전,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린다”며, 국가적 위기 상황 속 정부의 역할에 대한 해법을 주문했다. 여당은 사회 전체가 고통의 무게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지혜를 이익공유제에서 찾은 셈이다.

이익공유제란 코로나로 호황을 누리는 계층이나 업종이 그 이익을 일부 사회에 기여하는 제도다. 민주당은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 설명했다. 과연 이익공유제는 코로나 시대 공동체 상생의 방안이 될 수 있을까.

 

贊 “우리는 무서울 정도로 연결돼있다”


이낙연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제안한 지 4일 만에 포스트코로나 불평등해소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렸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제안한 지 4일 만에 포스트코로나 불평등해소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렸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익공유제를 찬성하는 측의 문제의식은 ‘양극화’에서 출발한다. 코로나란 국가적 재난 상황은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각자도생 사회에 한층 가깝게 만들었다. 이익공유제는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 해결을 넘어, 코로나 이후 맞닥뜨릴 세상이 덜 불공평하길 바라며 등장한 정책이다.

우선 민주당은 이 제도가 사회주의 개념이 아님을 강조했다. 선진국과 국내 보수 정부 사례를 통해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낙연 대표는 △미국의 크라이슬러 △영국의 롤스로이스 △일본의 토요타 등 자본주의 선진국에서 유효한 성과를 얻었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각각 초과이익공유제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시행했다고 소개했다.

ⓒTF 참고자료 갈무리
유사 제도와의 비교표ⓒTF 참고자료 갈무리

유사 제도와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듯보인다. 이번 제도는 협력주체와 적용분야의 범위가 넓어지고, 공유 대상은 사전 계약한 협력사로 한정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시한 정운찬 전 총리는 “코로나 이익공유제와 초과이익공유제는 개념이 아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를 통해 “초과이익공유제는 강제성도 없으며,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간의 관계에서 오는 이익 공유를 말한다”며 “당 대표 등 정치권에서 발언하는 것만으로도 강제성을 띨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포스트코로나 불평등해소 태스크포스(TF) 회의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기업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제도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법제화를 통해 재정·행정적 지원(인센티브)이 가능해지면, 양극화를 해소하고 코로나 조기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조정식·정태호 의원은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이 대·중소기업 양극화를 해결하고, 중소기업의 경영혁신과 기술력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 봤다. 이들의 생각은 각각 지난해 6월과 12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에 담겼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공식홈페이지
장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 걸려 넘어지면 모두 걸려 넘어지는 줄넘기를 하고 있다”며 ‘특별재난연대세’를 제안했다.ⓒ정의당 장혜영 의원 공식홈페이지

한편 정의당은 제도를 환영하면서도, ‘자발적 참여’에는 우려를 표했다. 김종철 대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국가의 역할이지, 기업이나 개인의 선의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코로나19로 일부 고소득·고성장을 달성하는 기업에게 사회 연대 차원에서 한적으로 ‘특별재난연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지난해 11월에 제출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추가로 걷힌 국세의 절반을 재난관리기금에, 나머지 절반은 고용보험기금에 적립된다.

장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 걸려 넘어지면 모두 걸려 넘어지는 줄넘기를 하고 있다”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때로는 다 따로따로인 것 같지만 사실 무서울 정도로 연결돼있다”고 말했다.

 

反 “기업의 이익 공유가 아닌, 정부의 정당한 보상이 먼저”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익공유제를 반대하는 측은 코로나가 초래한 손실의 책임은 기업의 공유가 아닌, 국가의 보상에 있다고 주장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익공유제를 반대하는 측은 ‘헌법 제23조’을 근거로 반박했다. 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제1항), 공공필요에 따른 재산권 제한 시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제3항). 즉 코로나가 초래한 손실의 책임은 기업의 공유가 아닌, 국가의 보상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경제 주체의 팔을 비틀어 이익까지도 환수하겠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김재식 부대변인은 “정당한 손실 보상을 해야 할 정부의 일을 플랫폼 기업 보고 해달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공익을 위해 특별하게 희생한 자영업자의 불평등을 국민 전부의 평등한 부담으로 바꾸는 일을 플랫폼 기업이 해야 하는가, 정부가 해야 하는가”라 꼬집었다.

아울러 제도의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한편, 상생이 아닌 분열을 초래할 것이란 전망도 존재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낙연표 이익공유제는 첫째 실효성이 거의 없는 정책이며, 둘째 기업들만 압박하는 나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업주들에 대한 보상은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며 “설익은 정책을 통해 또 다시 국민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누지 말라”고 비판했다.

우리가 그토록 지켜내려는 자본주의란 무엇일까. 이익공유제가 코로나 이후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뉴시스
우리가 그토록 지켜내려는 자본주의란 무엇일까. 이익공유제가 코로나 이후에 대한 논의의 신호탄을 알렸다.ⓒ뉴시스

지금껏 한국은 국가적 위기 상황 속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택했다. 나라가 망하거나 기업이 파산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으로 치부됐다. 수많은 가장의 몰락 위에서 매 경제 위기를 극복해온 셈이다. 지금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희생 위에서 방역을 이뤄내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지켜내려는 자본주의란 무엇일까. 경제 위기로부터 기업·국가를 살려내는 일일까, 아니면 개인을 보호하는 일일까. 이익공유제가 코로나 이후 덜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논의의 신호탄을 알렸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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