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 치 앞만 보는 부동산 정책, 선거철 ‘空약’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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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 치 앞만 보는 부동산 정책, 선거철 ‘空약’될까 우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1.20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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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에 대한 충분한 고민 있었는지 의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2021년 벽두부터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역세권 복합개발 시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로 상향할 경우 용적률을 700%까지 높일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긴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금융위원회는 2021년도 업무보고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시 적용되는 DSR(총부채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 40% 규제를 9억 원 이하 주택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규제 강화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다. 20여 차례나 부동산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집값을 잡지 못했는데, 임기를 고작 1년 앞두고 내놓은 정책들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겠냐는 비판 여론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새해 초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을 살펴보면 디테일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이 급조된 것 같다는 의구심을 감추기 어렵다.

우선, 역세권 용적률 700% 상향 정책의 경우 서울 내 지하철역 등 철도역사 100여개 인근 지역이 해당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가운데 '닭장 아파트'를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인프라를 갖춘 곳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안 그래도 극심한 도심권 교통정체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고, 몇몇 지역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 교육시설의 포화라는 큰 부작용을 낳을 공산이 크다. 인프라 구축 방안을 먼저 수립했거나 적어도 병행 추진해야 이를 예방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고민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공공 임대주택 기부채납도 어떻게 입주민 간 반목과 보이지 않는 차별을 해소할지에 대한 고민이 동반돼야 한다.

DSR 규제 확대도 그렇다.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차원이지만, 가뜩이나 집값·전세가 폭등으로 국민 주거권이 불안해진 실정에서 돈이 있는 사람들만 집을 사라고 국가가 천명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같은 비판이 나올 걸 미리 알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준비한 카드는 '융통성'과 '최장 40년짜리 장기 모기지'다. 어처구니가 없다. 융통성이라는 건 일선 현장에서 시장 구성원들끼리 알아서 발휘하는 것이지, 정부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장기 주담대는 설마 국민들에게 '40년 동안 노예처럼 일해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말을 완곡하게 전한 것인가? 무주택자들의 원성이 끊이질 않는다.

한 치 앞만 보고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생각을 놓을 수가 없다. 특히 주택 공급 대책의 경우에는 선거용 '공(空)약'이 될까 심히 우려스럽다. 실제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무주택자·1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대출 규제와 보유세 완화를 언급하며 표심을 적극 공략했지만, 돌아온 건 무주택 실수요자 대출 규제 소급적용 논란을 야기한 6·17 부동산대책이었다. 선거 직전 정부가 내놓은 광역교통개선대책도 핵심인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임기 초에 실행해도 시간이 부족한 공급 대책을 이제서야 꺼내다니 너무 속 보이는 처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설 연휴 전 주택 공급에 있어서 '특단의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LTV·DTI 규제에 대해 묻자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얼버무린 대통령의 약속이다. 그럼에도 믿고 싶다. 많은 국민들이 같은 심정일 것이다. 먹고살기 정말 팍팍하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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