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단 품는 신세계…포스트 코로나 새 도약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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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단 품는 신세계…포스트 코로나 새 도약 ‘시동’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1.01.26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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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선 최근 유통가 트렌드와 맞지 않아 비판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후 르네상스라는 화려한 꽃이 피었다.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달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년사 중)

신세계그룹이 코로나 이후 시대 새로운 판으로 ‘스포츠’ 비즈니스를 낙점했다. 올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위기 속 기회를 찾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코로나19 위기로 스포츠계가 주춤한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엔 야구팬들이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오고, 야구를 활용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콘텐츠로 유통 사업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유통가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9년 11월 21일 오후 화성시 남양로 화성테마파크 사업부지에서 ‘화성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9년 11월 21일 오후 화성시 남양로 화성테마파크 사업부지에서 ‘화성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희정 기자

1353억 원에 SK와이번스 프로야구단 인수

신세계그룹은 인천 SK와이번스 프로야구단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KBO 한국 프로야구 신규 회원 가입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신세계와 SK텔레콤은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신세계그룹이 인수하는 데 합의하고,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마트가 이날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이마트는 SKT가 보유하고 있는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한다. 자산 인수금액을 포함한 총 가격은 1352억8000만 원이다. 지분 인수 금액은 1000억 원이며, 훈련장 등 토지·건물 인수금액은 352억8000만 원이다. 본 계약은 다음달 23일 예정이며, 본 계약 체결 후 한국야구위원회(KBO)·인천시·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의 승인을 통해 인수가 최종적으로 완료될 계획이다.

MOU 체결에 따라 야구단 인수 관련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회사 측은 최대한 빠르게 구단 출범과 관련된 실무 협의를 마무리하고 오는 4월 개막하는 2021 KBO 정규시즌 개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신세계는 이미 창단 준비를 위한 실무팀을 구성했으며 시즌 개막에 맞춰 차질 없이 준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구단 네이밍과 엠블럼, 캐릭터 등도 조만간 확정하고 오는 3월 중 정식으로 출범한다.

2000년 창단한 SK와이번스는 4번의 한국시리즈 제패를 포함, 21년 동안 8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광현 선수를 포함해 김원형, 박경완, 최정 등 국내 최정상급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하며 명문 구단으로 성장해왔다.

신세계는 SK와이번스의 역사를 계승하는 것을 넘어 인천 야구,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의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 팬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구단으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야구단 연고지도 인천으로 그대로 유지한다. 코칭 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과 프론트 역시 100% 고용 승계해 SK와이번스가 쌓아온 인천 야구의 헤리티지를 이어간다. 

또한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를 야구팬들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팬과 지역사회,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하여 장기적으로 돔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확대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외에도 훈련 시설 확충을 통해 좋은 선수를 발굴·육성하고, 선수단의 기량 향상을 돕기 위한 시설 개선에도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신세계그룹은 설명했다.

온·오프 시너지와 고객 경험 ‘두 마리 토끼’ 겨냥

업계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의 SK와이번스 인수 결정이 최근 ‘온라인 시장’과 ‘고객 경험’이라는 유통가의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를 한꺼번에 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산업은 소비자와의 긴밀한 스킨십이 중요한데, 스포츠를 매개로 고객 접점을 늘릴 수 있게 됐다는 데서 영리한 투자라는 것이다.

실제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통합과 온라인 시장의 확장을 위해 수년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왔다. 신세계 관계자는 “기존 고객과 야구팬들의 교차점과 공유 경험이 커서 상호간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해 SK와이번스 인수를 추진했다”며 “프로야구가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하며 확대되는 팬과 신세계 고객을 접목하면 다양한 ‘고객 경험의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는 온·오프라인 통합이 가장 잘 진행되고 있는 스포츠 분야다. 야구를 즐기는 팬들은 모바일 등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열정을 바탕으로 게임,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 회사 측은 이러한 두터운 야구팬 층이 온라인 시장 주도적 소비층과 일치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번 SK와이번스 인수는 최근 신세계가 이마트와 SSG닷컴을 필두로 온·오프의 통합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도 일정 부분 궤를 함께한다. 야구팬과 소비자의 경계 없는 소통과 경험의 공유가 이뤄지면서 상호 간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신세계는 야구장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또 다른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적극적이다. 과거와 달리 매장이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돼야 소비자 발길을 붙잡을 수 있다는 철학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고객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한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야구장을 진화시킬 예정이다.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야구뿐만 아니라 신세계가 선보여 온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신세계는 커피업계 1위 스타벅스를 비롯해 노브랜드 버거와 같은 외식 브랜드뿐만 아니라 편의점 이마트24, PB브랜드 노브랜드 등을 보유 중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 계열사들과의 협업으로 다양한 야구장 콘텐츠가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야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해 ‘보는 야구’에서 ‘즐기는 야구’로 프로야구의 질적·양적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야구장 밖에서도 ‘신세계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상품 개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식품과 생활용품, 반려동물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소개함으로써 야구장 밖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프로야구를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코로나19 사태로 프로야구 운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 부회장과 신세계가 리스크가 큰 결정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최근 유통가에서는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비대면 플랫폼을 구축하는 생존전략을 일제히 펼치고 있는데, 이 같은 흐름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와이번스를 매각한 건 이동통신사라는 특성과 모그룹이 IT에 집중하고 있음을 반영해 e스포츠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건데, 이런 시대 흐름들을 무시한 채 신세계그룹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요즘 유통가 트렌드가 온라인 사업 확대고, 이마트 역시 SSG닷컴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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