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美 북핵 “새 전략” 선언과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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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美 북핵 “새 전략” 선언과 한국의 선택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1.3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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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위협 심각” 못 박은 바이든
단계협상·다자압박 외교 나설 듯
외교전략 수정 시급한 과제
한·미 동맹, 북한보다 우선
소통·조율…전략적 모호성 접어야
규칙에 기반한 세계질서 기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조지프 R 바이든 2세가 대북(對北) 전략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취임 이틀 만에 “새로운 전략(new strategy)을 채택하겠다”고 공표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관점은 의심의 여지없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다른 확산 관련 활동이 세계의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전략'을 내세웠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기조로 대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새 전략으로의 전환은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협의 속에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한 철저한 정책 검토로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정상 간 담판 형식을 통해 해묵은 북핵 문제의 극적인 해결에 도달하고자 했던 트럼프 전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과의 결별 선언이기도 하다. 전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대신 실무협상부터 밟아 가는 ‘보텀업’과 동맹과의 공조를 중시하는 다자주의적 접근을 취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일단, 對北 압박에 무게를 두면서 기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조지프 R 바이든 2세가 대북(對北) 전략의 대전환을 예고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조지프 R 바이든 2세가 대북(對北) 전략의 대전환을 예고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남북, 동맹 균열과 안보 불안 초래

다행인 것은 미국의 새 안보라인이 북핵 문제에 정통한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대화’와 ‘평화’ 타령만 하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대화·협력 중심의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했지만, 북핵 폐기 진전은 전혀 없었고 한미 동맹 균열과 안보 불안만 초래했다.

새 전략을 짜는 민감한 때인 만큼 북한은 또다시 무모한 도발로 미국을 자극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 정권 교체기 때마다 무력시위로 새 행정부를 테스트해온 버릇을 절대 되풀이해선 안 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2일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핵(무력)’을 36차례나 언급했다. 이어진 야간 열병식에선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공개하며 핵무장 야욕을 과시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앞으로 몇 주 동안 김정은의 현란한 미사일 발사나 무력시위를 피할 길이 없을 것”이란 사설을 낸 건 북한의 위험한 도발 가능성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3월 한·미 연합훈련이 시험대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대북 인식까지 드러냈다. 

북한이 핵 보유국을 자처하고 핵군축 카드를 꺼내려 하는 마당에 비핵화 의지를 신뢰한다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미국 외교안보팀이 대북 강경파로 교체된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엔 한·미 동맹이 최우선이고, 북한은 하위 변수라는 믿음을 바이든 행정부에 심어 줘야만 회담이 성공한다. 바이든은 동맹주의자다. 동맹을 우선하지 않는 나라와는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인물임을 문 대통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약속한 만큼 동맹관계의 균열이 커지기 전에 서둘러 대북정책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을 조정해야 한다.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양국 관계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 북한 하기에 따라 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더 강경해질 수도, 더 유연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식 접근법’ 앞으로 없다

그런 점에서, 미국 백악관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은 큰 변수다. 

이는 단계적 실무협상과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한 다자압박 외교로 바뀔 공산이 크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제재·압박의 강도가 더 세질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 비핵화는커녕 핵능력을 고도화할 시간만 벌어주었다는 불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틀 만에 북핵에 대한 입장을 천명한 건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세 번이나 만났지만 북한은 해마다 6~7기씩 핵무기를 늘려 최다 70~80기의 핵무기를 축적하는 등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상 간 친분이나 대통령 돌발 행동을 통한 대화 진전과 같은 ‘트럼프식 접근법’은 앞으로 없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진행 중인 압박 옵션들과 미래의 어떤 가능성에 관해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들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했다. ‘압박’을 유지하며, 미래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시 접근법과 함께 동맹들이 참여하는 다자주의 해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북한이 미국 신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간보기든 협상용이든 핵실험 또는 미사일을 동원한 무력 시위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해 온 전례를 바이든 행정부 외교당국에 상기한 효과는 있어 보인다. 만일 북한이 너무 일찍 높은 수준의 트리거를 당긴다면 자칫 북미 관계는 현재의 '평화적인' 교착상태보다 더 얼어붙을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재점검에 착수한 만큼 한미 간 소통과 이견조율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미 외교의 우선순위에 북핵이 올려질 가능성이 커진 건 긍정적이나, 자칫 ‘억제’에 치우칠 경우 한반도가 다시 격랑에 휩싸일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창의적 북핵 해법 논의 필요성

한미 양국 간 조율도 막 시작된 모습이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첫 통화를 가졌고,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전화 인사를 나눴다. 양측은 통화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재점검에 착수한 만큼 한미 간 소통과 이견 조율은 더욱 중요해졌다. 조속한 시일 내에 우리 외교안보 라인과 바이든 외교팀의 협의를 거쳐 북한과의 협상 전략을 짜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40분간 유선 협의한 것은 긍정적이다. 

통상 한미 양국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현안 조율을 거쳐 5, 6월쯤 정상회담을 가져왔다. 하지만 지금은 한미 정상이 서둘러 만나 창의적 북핵 해법을 논의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우리 정부가 적극 움직이지 않으면 한반도 평화 문제는 바이든 정부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북한이 민감해 하는 3월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대화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한반도는 다시 긴장의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확장억제', 한국에 핵우산 제공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후보자처럼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북한을 다루면서 평양에 불신이 깊어진 한반도 전문가들로 채워지고 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 결과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북한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방침이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선 언급됐다. 

상황은 강경하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서욱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핵심 축이자 가장 모범적인 동맹”이라고 평가하고 “미국의 ‘확장억제’를 통해 한국을 방어하겠다”고 약속했다. 

확장억제는 한국에게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등을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전통적인 동맹관계로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최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ㅅ’ 등을 공개하며 핵 위협 강도를 높인 북한을 향해 “도발 말라”는 경고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북한 핵능력 고도화를 초래한 전례를 상기해야 한다. 북한에 메시지를 내고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할 이유다. 새 전략의 결정과 실행을 위해 지역 동맹국들과 사전 긴밀한 협의를 약속한 만큼 한국 입장도 경청해야 한다. 

한국, 바이드 정부와 협의 적극 활용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해 논란을 불렀다. 북한이 중단을 요구한 3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미국이 아니라 북한 측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 기조가 급변하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하자”며 대북 관계 개선에 집착하고 있다. 남북미 간의 정상회담 이벤트 추진 과정에서 키맨 역할을 했던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새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도 이런 발상에서 이뤄졌다. 정 후보자가 중재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바이든 진영이 ‘성과 없는 리얼리티쇼’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도 문 대통령은 이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 

이제, 바이든 행정부가 새 북핵 정책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부는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국이 새 북핵 접근법 찾기에 나선 만큼 정부도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美 '협의체' 확대에 적극 참여를

과거의 사례도 참조해야만 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한·미 정상은 “북핵은 심각한 위협”이란 공동성명(2015년)을 냈다. 당시 바이든 부통령은 오바마와 회담하기 위해 방미한 박근혜 대통령을 이례적으로 관저에 초대해 오찬을 대접하며 공동성명의 틀을 논의한 바 있다. 

문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게 되면 북핵의 위협에 대한 인식부터 공유하고, 그 사실을 공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미 간에 신뢰가 회복돼 워싱턴에 대한 서울의 발언권이 커질 수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정부 당국은 바이든 취임을 계기로 서울에 대한 워싱턴의 불신을 해소하고, 갈등의 골을 좁히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에 불신이 강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우리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impose)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우리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 ‘균형 외교’ 등을 내세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 보기만 해서는 자칫 동북아에서 외톨이가 될 수 있다. 

한미 동맹을 중심에 두고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 회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올해 영국에서 개최하는 주요 7개국(G7) 회담에 한국 등을 초청해 ‘민주주의 10개국(D10) 협의체’로 확대하려는 구상 등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전략적 협의 신속히 시작해야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성급한 대북 접근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막고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하리란 우려를 낳을 뿐이다. 급할수록 동맹을 중심에 두고, 향후 두세 달이 걸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리뷰 기간에 공동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구축해 가는 것이 순서다. 

‘안으로 통합’을 강조하는 바이든의 메시지는 한국 사회도 곱씹어 볼 것이 많다. 바이든이 치유하려고 하는 분열 갈등 증오가 만연한 사회상,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모습이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게 국내 현실이기 때문이다. 

법과 절차, 상식과 합리를 무시한 정치권의 일방통행과 편가르기로 심각한 국론분열을 맞이한 게 오늘날 한국의 ‘민낯’이 아닌가.

미국 민주당과 한국 진보 정권이 겹치는 기간은 북미·남북 관계를 개선할 좋은 기회이다. 이런 차원에서 양국 정부는 전략적 판단과 협의를 신속히 시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는 점을 명심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관계 개선에 힘을 써야 한다. 

미·중 갈등 조짐…실리적 양강 외교를

한편, 미국과 중국을 겨냥한 실리적 양강 외교도 중요하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 간 신경전이 본격화하며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예상대로 대중 압박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국무, 국방장관이 청문회에서 대중 강경책을 연발했고 재무, 상무장관도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관행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질세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다보스 포럼 연설을 통해 "힘 있는 자가 최종적인 발언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첫 한미 외교장관 통화에서도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에 방점을 뒀다고 한다. 미중 갈등은 주요 동맹국과 최다 교역국 중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우리 정부에는 큰 부담과 동시에 극복해야 할 난제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 주석 간에 지난 26일 정상 통화가 이뤄져 주목됐다. 두 정상은 시 주석 방한 추진, 시 주석의 문 대통령 비핵화 노력 지지, 문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건설적인 역할 당부, 2021~2022년 '한중 문화교류의 해' 선포, 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에 관해 대화했다. 

한중 정상 간 통화가 한미 정상 간 통화보다 먼저 이뤄진 점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하다 보니 정상 간 전화 통화 순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데, 여러 현안이 얽힌 양강 외교에서 중요한 건 형식보다 실리가 아닌가 싶다. 유연하고 균형 잡힌 국익 외교를 펼쳐나가기 위한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다듬어야 할 때다. 

굳건한 한·미동맹이 열쇠

이제는,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북핵을 실질적으로 폐기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한반도 평화 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다. 

바이든이 제시한 ‘안으로 통합, 밖으로 동맹’은 여러모로 한국 사회가 직면한 안팎의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엄혹한 국제정세 전환기에 나온 귀중한 메시지를 가볍게 넘기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굳건한 한·미동맹이야말로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을 풀 수 있는 핵심 열쇠임을 명심해야 할 때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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