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탑 사태 되짚기] 개미 vs 정부, ‘급등락’ 바라보는 두 시선
[게임스탑 사태 되짚기] 개미 vs 정부, ‘급등락’ 바라보는 두 시선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1.02.03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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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 400% 급등 시 8500억 매수…애플·아마존 앞서
정부·금융당국 고민 가중…군집행동發 시장 변동성 예의주시
한국판 ‘反공매도 운동’, 기술적으로 가능하나…쉽지 않을 것
공매도 불만이 시초…“개선되지 않는다면, 폐지도 검토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우교 기자)

한국주식투자자협회 회원들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미국 비디오 게임 소매점 '게임스탑(Gamestop)' 주가의 최근 급등락을 바라보는 국내의 시선이 갈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한국판 '反공매도 운동'을 준비하고 있고, 기재부를 비롯한 정부에서는 이른바 '게임스탑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개인 투자자, 400% 급등 시…8500억 매수로 '화력' 지원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게임스탑의 주가는 다시 떨어졌다. 전일대비 60.0% 떨어진 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한때 347.51달러(1월 27일, 종가기준)까지 올랐던 주가는 개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이 겹치면서 74.1%까지 떨어졌다.

10달러 초반이었던 주가가 100달러를 넘기고, 300달러를 돌파한 이후 다시 폭락할 때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뜨거운 관심'으로 미국의 '反공매도 운동'을 지원했다. 3일(이하 한국시간)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새로운 이사진이 합류할 것이라는 호재가 알려진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게임스탑 주식에 총 16억 593만 달러(이하 매수+매도결제)를 거래했다.

1위 테슬라(35억 7838만 달러)에 못미쳤지만, 애플(12억 3408만 달러)보다 많았으며, 아마존 거래량(6억 2814만 달러)의 2.5배였다. 매수 규모만 살펴봐도 약 7억 6297만 달러(약 8500억 원)로 역시 애플, 아마존보다 우위였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공매도 전쟁'과 비교할 규모는 아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이같은 '폭풍매수' 현상은 국내에 잠재돼 있던 공매도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개인 투자자들은 실제 수년전부터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을 결성, 공매도 폐지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에는 성명서를 통해 공매도 금지는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공매도를 반대하는 홍보용 버스가 여의도·광화문을 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금융당국 고민 가중…군집행동發 시장 변동성 예의주시

이를 지켜보는 정부와 금융당국은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불법공매도를 제재하는 제도를 개선하고 처벌 내용을 담은 법률안 등을 발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게다가 미국에서 일어난 '反공매도 운동'의 상징적인 사건에 국내 투자자들이 합세하면서, 정부·금융당국은 시장의 변동성과 그에 따른 영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2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 게임스탑 등 일부 종목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는 시장참가자들의 군집행동이 시장의 변동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라며 "(특히) 다수의 시장 참가자들이 실시간으로 투자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거래 환경에서 이같은 군집행동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 파장을 예의주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뉴시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뉴시스

한국판 '反공매도 운동', 기술적으로 가능하나…쉽지 않을 것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준비하고 있고, 정부·금융당국이 우려하고 있는 한국판 '反공매도 운동'은 실제 일어날 수 있을까. 시장 관계자들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미국에서 일어난 '게임스탑 사태'는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으로 주식 매수 독려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기 때문에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었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온라인 체계가 잘 구축된 우리나라도 '게임스탑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것이 현실화가 된다면 시세조정 행위 등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관계자는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한국판 게임스탑은 사실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이런 사태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자금의 단결성이 있어야 하는데, 개인들은 외국인·기관과 달리 소액주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파편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게임스탑 사태처럼 독려만으로 하락이 예상되는 주가를 '매수'를 통해 부양한다는 것은 국내 상황상 어렵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더욱이) 거래량이 없거나 부각되지 않았던 종목을 매수한다는 것은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두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소형주들은 비단 공매도가 아니더라도, 주가를 흔드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이것을 버텨내기가 오히려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불만이 시초…"개선되지 않는다면, 폐지도 검토해야"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이번 '게임스탑 사태'와 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反공매도 운동' 전체를 조망했다. 그는 이날(3일) 통화에서 "헤지펀드들은 보통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운용사"라면서 "롱포지션(자산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해 보유하고 있는 상태)뿐만 아니라 숏포지션(공매도)에서도 베팅을 한다"고 말했다. 이번 게임스탑 사태와 한국의 反공매도 운동 조짐은 이러한 베팅에 대해 누적됐던 불만이 새어나왔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서 교수는 같은날 통화에서 "이번 게임스탑 사태는 공매도에 취약한 미국의 시장 여건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하며 "(이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참여 비중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공매도 폐지 및 개선에 관련된 요구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개인적으로도 공매도가 이번에 제대로 개선되지 않으면 더 나아가 폐지까지도 검토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와 함께, 서지용 교수는 한국판 反공매도 운동에 대해서는 앞선 관계자들과 다른 의견을 내놨다. 서 교수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주 외 시장물량이 작은 종목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풍부한 유동성이 모아진다면, 게임스탑 사태처럼 1600%까지는 아니겠지만, 일정 수준 주가를 올리는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봤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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