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박인터뷰] 봉영식 “북한 원전 이적행위 주장 무리…탈원전 정당성 확보 차원일 듯”
스크롤 이동 상태바
[단박인터뷰] 봉영식 “북한 원전 이적행위 주장 무리…탈원전 정당성 확보 차원일 듯”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1.02.04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영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
“국제법 어기지 않고서야 산업부 공개 자료만 보면 이적행위라 보기 어려워”
“월성 원전 폐쇄한 것에 대한 정당성 얻고자 北 원전 건설 자료 삭제했을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논란이 연일 시끄럽다.

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3일 국정조사 공식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2018년 정부의 탈원전 조기 결정 이후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전달된 USB,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작성됐다가 감사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삭제해 문제가 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자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여당은 거부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원전 건설을 제안한 적이 없다며 맞서는 중이다. 산업부도 지난 1일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자료를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삭제된 파일 외에도 내부 다른 컴퓨터에 원문이 남아있어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남북 경협 활성화를 대비해 만든 아이디어 검토 차원이었다며 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크게 두 반응으로 나뉘는 듯하다. 산업부가 공개한 자료가 과연 삭제된 원본이 맞을지에 의문을 가하는 경우다. 이에 좀 더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견지하는 쪽.

또 다르게는 산업부 공개 자료가 원문임을 전제로 볼 때 야당의 주장처럼 이적행위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견해가 있다.
 

봉영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 겸 정치학 박사ⓒ뉴시스
봉영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 겸 정치학 박사ⓒ뉴시스

 

봉영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 겸 정치학 박사도 후자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보고 있다. 지난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관련 이유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통상 이적행위라고 한다면?

“북한이 주적이지 않나. 그 관점에서 북한을 도와줬으면 이적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한 북한 원전 건설 논란을) 예로 들면 원자력 잠수함 건설 등에 필요한 기술을 북에 직접 넘겨줬다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그것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일이기에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다.”

-  북한 원전 논란 어떻게 보나.

“산업부의 문서를 보면 아이디어 차원이고 북에 실질적으로 제안을 한 것은 아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닌 것이 된다. 단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에 왜 쓸데없는 시간과 노력을 낭비했느냐는 점은 의아스럽다.”

- 무슨 말인지?

“우리는 NPT(핵확산금지조약) 회원국이다. 국제법의 제재를 받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완료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원전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라이선스를 보유한 미국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랍에미리트 공화국에 원전 수출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 사안이다. 이걸 모르고 누가 산업부 공무원한테 아이디어를 짜 보라고 했다면 정말 기초적인 국제법규에 대한 지식도 모르고 지시한 것이 된다. 한마디로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거다.”

-  처음에 자료 삭제는 왜 한 것으로 보나. (산업부는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 전 조기 폐쇄를 결정한 것에 대해 최재형 감사원장이 2019년 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자 한밤중 530개의 파일을 삭제한 바 있다. 북한 원전 건설 관련 자료도 이 안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 추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면서 지금까지 후폭풍이 되고 있다.)

“월성 원전 폐쇄의 정당성을 갖기 위해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적행위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 야당 요구인 USB 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

“이적행위가 아니라면 공개할 의무가 없지 않겠나.”

-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새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을 주적이라고 한 표현이 삭제됐다. 일본에 대해서는 동반자라는 표현에서 이웃 국가로 변경했다. 이렇게 해서 달라질 만한 것은?

“남북 관계가 달라지기를 기대하고 그렇게 한 것 같다. 북한 달래기다.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은 점, 대북 전단 살포금지법을 처리한 점 등 모두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이 극단적인 도발을 하지 않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근데 비판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그래도 소용이 없다. 버릇만 나빠진다고 하는 것이고 말이다.”
 
- 한미일 동맹을 강조한 바이든 정부와의 외교 관계상 이 문제가 영향을 미칠까.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 안 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한 단계 격하시킨 것은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반가운 현상은 아닐 것이다. 아직은 문재인 정부와 일본의 스가 정부와 뭘 한 것이 없다. 앞으로 한미일 3자 협력과 대북 정책 공조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에 주목할 것으로 본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