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의 대책] ‘어디서’·‘어떻게’ 빠진 2·4 공급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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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단의 대책] ‘어디서’·‘어떻게’ 빠진 2·4 공급대책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2.0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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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발표
문재인 정부, 서울 32만 호·전국 83만 호 공급…총 200만 호
"공식 자료 곳곳에 급조한 티 팍팍…실효성 굉장히 떨어진다"
與 "하반기부터 본격 진행되도록 준비…단, 야당과 협의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4일 공공주도 3080 플러스,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변창흠 국토부 장관 ⓒ 사진공동취재단
4일 공공주도 3080 플러스,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변창흠 국토부 장관 ⓒ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예고한 설 명절 전 '특단의 대책'이 공개됐다. 숫자로만 보면 역대 최대 수준 공급대책이다. 하지만 육하원칙 중 '어디서', '어떻게'가 빠진 채로 발표된 상황인 만큼,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4일 문재인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주도 3080 플러스,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 호를 포함에 전국에 83만 호 규모 주택 부지를 추가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주거복지로드맵과 3기 신도시 사업 등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수도권 127만 호 공급 계획과 합산하면 약 210만6000호에 이른다. 이는 과거 노태우 정권이 내놓은 200만 호 공급 계획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 공급대책이다.

우선,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수도권 지역에 약 61만6000호, 지방에 약 22만 호 규모 신규 주택 부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중 서울 지역에 확보되는 32만 호는 분당신도시 3개, 강남3구 아파트 수와 유사하다고 정부는 특히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소규모 재개발을 통한 역세권·준공업지·저층주거지 정비(약 30만6000호) △기존 13년 이상 사업 기간을 5년 이내로 대폭 단축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약 13만6000호) △도시재생 사업방식 개선(약 3만 호) △전국 최대 20곳 공공택지 신규 지정(약 26만3000호) △호텔·오피스 리모델링 활성화 통한 단기 주택 확충(약 10만1000호) 등을 들었다.

이와 함께 정부는 3040세대 등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충분한 내 집 마련 기회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번 대책으로 예정된 물량 가운데 70~80% 이상을 아파트 분양 방식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이중 공공분양 일반공급 물량 비중을 상향(15→50%)하고, 전용면적 85㎡ 이하 일반공급 물량에 추첨제(30%)를 도입해 폭 넓은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용적률 상향과 기부채납 부담 강화 △공공 직접시행 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미부과 △인허가 통합심의 △토지주 추가 수익 △민간사업자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 등 과감한 규제 혁신과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보다 신속하게 공급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따른 도심 내 양질의 주택 공급은 무주택 세대가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의 내 집 마련 꿈이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정부 공식 자료에 삽입된 이미지를 들어 이번 2·4 공급대책이 급조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국토부 자료 캡처
네티즌들은 정부 공식 자료에 삽입된 이미지를 들어 이번 2·4 공급대책이 급조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국토부 자료 캡처

하지만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은 모양새다. 어디에, 어떻게 공급할지가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번 2·4 공급대책에서 정부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공급 방안을 제시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어떤 방식으로 이 같은 사업을 펼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특히 정비사업이나 역세권 개발의 경우 토지주, 집주인, 조합원들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현재 3기 신도시 토지보상 절차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공언대로 5년 안에 신규 주택 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중론이다. 건설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정비사업을 5년 이내에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은 비상식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부가 주택 공급 가능 물량 세부 추계 기준으로 삼은 '기대참여율'에 의구심이 든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재개발 공모 참여율이 25.9%임을 들어 서울 지역 정비사업 기대참여율 기존구역 25%, 신규구역 10%로 공급 물량을 예상했다. 1차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중 가장 기대가 높았던 흑석2구역이 최근 사업 추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점, 지난해 알짜 단지들이 공공재건축을 일제히 포기한 점 등을 감안하면 '예상치'가 아니라 '희망사항'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역세권 개발(도심공공주택) 공급 물량에 적용한 기대참여율에 대해서도 비슷한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역대급 공급을 하겠다는 의지만 담긴 대책이지, 어디에 부지를 마련하고 어떻게 공급량을 확충할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런 언급도 없다"며 "특히 토지 소유주들에게 추가 수익을 제공하겠다고 하는데 따져보면 무늬만 파격적 인센티브다. 추가 수익을 10~30% 보장하는 게 아니라 10~30%p다. 이걸로는 전혀 유인할 수가 없다. 토지 소유자 10% 이상 동의를 얻으면 지구지정 제안은 되는데 이후 1년 이내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부분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유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대책 공식 자료에 첨부된 이미지들만 봐도 급조한 티가 난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문서 전체적으로 보면 급하게 만들 수밖에 상황에서 외주 줄 시간은 없고 에라, 모르겠다 그림판으로 그리자고 한 거 같은 합리적 의심이 든다. 담당 주무관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비꼬았다. 다른 누리꾼들도 '중소기업 자료도 저거보다는 좋을 것 같다', '그림판이니 포토샵이니 다 아무 의미가 없다. 공무원들도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자료 만든 것', '공식 자료 곳곳에 급조한 티가 팍팍 난다. 자기들이 봐도 실효성이 굉장히 떨어지니까 대충 만든 것 같다' 등 부정적인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실제로 여당 핵심 인사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번 공급 대책이 심사숙고 끝에 나온 게 아닐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공급 대책 관련 당정협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이 '이번 공급 대책을 위해 당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법안이 무엇이냐'고 묻자 "검토해서 발표되면 할 건데, 이번에 중요한 건 속도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 위한 관련 규제를 완화할 거다. 서울시, LH 등과 관련 규제 완화 협의하고, 재정적 지원 문제도 적극 협의할 계획"이라며 "늦어도 상반기 내에는 (관련 법안 통과를) 다 마무리해야 되는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본격적인 협의를 해야 하고, 야당하고도 협의해야 된다. 야당이 지금까지 공급을 여러 차례 주장했기 때문에 큰 논란이 없다면 관련 법안 통과하고 시행령 준비해서 하반기부터는 이 사업들을 본격 진행할 수 있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내부 교통정리가 채 끝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공정3법 등 통과 과정을 감안하면 야당과의 협의를 언급한 점 역시 물음표가 붙는 부분이다.

한편, 이번 공급 대책을 주도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주택을 공급했고 3기 신도시 등 공급 기반도 확충했지만, 불안심리 해소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주택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도심 내에 충분한 물량의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덜겠다. 앞으로 국회와 협력해 신속하게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서울시 등 지자체와도 긴밀히 협력하겠다. 이 사업은 민간도, 공공도 혼자 할 수 없다. 민관이 협력하면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할 때 비로소 실행력을 가질 수 있다. 공공주도 3080 플러스로 집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내세웠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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