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증시록] 박스권 깨진 코스피, ‘조정의 시대는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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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자의 증시록] 박스권 깨진 코스피, ‘조정의 시대는 시작됐나’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1.02.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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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거래일만에 3000선 깨져…기관·외국인 순매도세 계속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급등이 증시 영향…자금 유출에 부진
금리, 당분간 상승 전망…모멘텀 개선 긍정적이나 투심 압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누가 알았을까"

최근 주식시장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2020년, 2000선에 머물던 코스피는 코로나19의 여파로 1400선까지 떨어졌다가 3000선 부근까지 떠올랐고, 개인 투자자들의 '동학개미운동'은 국내주식을 넘어 해외까지 번졌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는 상승을 견인했으며, 시가총액(코스피+코스닥)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를 바탕으로 한 증시 '활황'은 계속될까. 아니면, 거품처럼 꺼질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지난 2주간 수급별 동향을 살펴보고 전문가 전망을 모아 의미있는 기록(記錄)을 만들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21년 2월 15일~2월 26일 코스피(종가 기준)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 그래프=정우교 기자
2021년 2월 15일~2월 26일 코스피(종가 기준)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 그래프=정우교 기자

박스권을 단단하게 형성했던 코스피가 결국 3000선(이하 종가 기준) 밑으로 내려가면서 '조정장'이 시작된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수익률)의 급등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끼쳐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16거래일만에 3000선 깨져…기관·외국인 순매도세 계속돼

지난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코스피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75.11 포인트 떨어진 2994.98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9일 2976.21포인트 이후 16거래일만에 3000선 아래로 하락한 것으로 그동안 코스피는 3000~31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해왔다. 

이때 기관·외국인의 순매도세는 계속됐다. 기관 투자자의 경우, 지난 10일부터 22일까지 7거래일간 연속 순매도하며 총 4조 4895억 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 투자자도 이달 17일부터 5거래일간 2조 2477억 원을 연속 순매도했다. 여기에 개인의 순매수세가 한풀 꺾이고 기타법인들도 순매도에 가세하면서 24일 3000선이 붕괴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다가 다음날인 25일에는 전거래일보다 104.71포인트가 뛴 3099.69로 마감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증시도 부진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478.54포인트(3.52%) 내린 1만 3119에 장을 마감했다. 또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과 비교해 559.85포인트(1.75%) 떨어진 3만 1402.01에, S&P500 지수는 96.09포인트(2.45%) 빠진 3829.34에 마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급등이 증시 영향…자금 유출에 부진

한국과 미국 증시의 부진은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의 급등이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익률이 오르고 있는 채권시장으로 주식시장의 자금이 흐르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같은 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6%를 돌파했다. 이는 1년만에 최고치로, 조 바이든 정부의 경제 부양 정책, 코로나19 백신 등의 기대감이 금리를 견인했다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채권의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통상 채권의 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만기 이익이 정해져 있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보다 낮은 가격에 사들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 경우,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은 주식시장(위험자산)에서 채권시장(안전자산)으로 흐르게 되고, 자금이 빠져나가는 주식시장은 당연히 부진할 수 밖에 없다. 앞서 5거래일간 이어졌던 국내 증시 속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도 이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통상 미국 금리가 오르면 미국으로 자본이 유출돼 신흥국 증시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면서 "실제로 지난 2013년 5월 22일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를 되돌릴 수 있다는 언급만으로 국내 증시는 6월 한달간 6.7% 하락했다"고 회상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질 경우, 그만큼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하락 요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서 연구원의 의견이다. 

 

코스피가 전일대비 2.80%(86.74p) 내린 3012.95에 마감한 지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936.21)보다 22.27포인트(2.38%) 내린 913.94에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107.8원)보다 15.7원 오른 1123.5원에 마감했다. ©뉴시스
코스피가 전일대비 2.80%(86.74p) 내린 3012.95에 마감한 지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936.21)보다 22.27포인트(2.38%) 내린 913.94에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107.8원)보다 15.7원 오른 1123.5원에 마감했다. ©뉴시스

금리, 당분간 상승 전망…모멘텀 개선 긍정적이나 '투심' 압박

결국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할수록 국내 증시의 부진도 계속되겠다는 의미인데,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저금리 기조를 약속했음에도 국채금리의 상승세를 멈출 수는 없었다. 이를 두고 시장 관계자들은 앞으로 미국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은 계속되겠으며, 이에 따라 코스피도 계속 영향을 받겠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금리의 상승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려지겠다는 전망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투자심리 위축을 야기한만큼, 당분간 미국 금리의 향방에 주목하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해보인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27조 3000억 원을 순매수했고, 2월에도 4조 9000억 원을 순매수하는 등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기 때문에, 금리의 방향은 (앞으로)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코스피 기간 조정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이익 모멘텀의 개선은 긍정적이나 금리 상승 압력이 상존해 지수는 방향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할인율에 민감한 성장주의 비중을 일부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2월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6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86.74포인트(2.80%) 하락한 3012.95로 마감하며 3000선을 지켜냈다. 개인 투자자는 이날 3조 7896억 원을 순매수했고,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각각 1조 332억 원, 2조 8358억 원을 순매도했다. 같은날 코스닥은 전거래일보다 22.27포인트(2.38%) 떨어진 913.94에 마감했다. 개인 투자자는 3978억 원 순매수했으며,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1576억 원, 2296억 원 각각 순매도하며 장을 끝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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