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정치권이 지워버린 성소수자…미래 세대엔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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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정치권이 지워버린 성소수자…미래 세대엔 달라질까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3.07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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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기홍·변희수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청년정의당은 국회 본청 한켠에 故 변희수 전 하사의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뉴시스

정치권은 가해자다. 연이은 성소수자들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누군가의 존재에 ‘보지 않을 권리’를 외치던 정치인도, 이에 동조하며 쉽게 써내려갔을 수만 개의 댓글도, ‘차별하면 안 된다’며 원론적인 수위의 답변으로 회피하려던 거대 양당도, 발언과 보궐선거 지지율 간 상관관계를 정치 공학적으로 ‘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분석하던 평론·언론까지.

그저 ‘자신’으로 살고자 했을 뿐이다. 故 김기홍 활동가는 트랜스 젠더임을 밝힌 후 음악 교사를 그만둬야 했다. 故 변희수 전 하사 역시 성 전환 수술 후 ‘심신 장애’를 이유로 강제 전역 당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생존권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들을 포용하지 않았다. 되레 ‘존재’를 ‘논쟁’의 대상으로 끌고 간 장본인이 바로 그들이었다. 사회는 일자리를 빼앗았지만, 정치권은 존재를 부정했다. 기본권마저 박탈당한 이들은 더욱 고립돼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 젠더 응답자 중 57.1%는 2019년 한 해 동안 우울증을 경험했다.

ⓒ한국갤럽 갈무리
차례로 △동성결혼 법제화 △동성애 △서울 퀴어 문화 축제 등에 대한 인식조사다. 연령이 낮을수록 긍정 응답률이 높다.ⓒ한국갤럽 갈무리

정치권에서 자성의 목소리에 앞장 선 건 다름 아닌 청년 정치인들이었다. 실제로도 △동성결혼 법제화 △동성애 △서울 퀴어 문화 축제 등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연령대가 낮을수록 성소수자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높았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로 봤을 때, 지난 20년 간 인식은 머물러 있었다.

민주당에서는 권지웅 청년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한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사회에 대한 책임을 깊이 느낀다”고 애도했으며, 장경태 청년위원장은 “그동안 소수를 배제했던 정치권의 침묵 때문인가 하는 많은 물음들이 맴돌았다”고 말했다.

90년대 생 여성 의원들도 앞장섰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검은색 양복 대신 트랜스 젠더를 상징하는 화사한 컬러의 정장을, 하얀 국화 말고 알록달록 꽃다발에 무지개 색 리본을 달아 챙겼다”며 애도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들이 성소수자들에게 칼날 같은 상처가 되는 말들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성소수자의 존재는 당신들의 득표를 위해 치워버리거나 지워버리거나, 상처를 줘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미래 세대는 류 의원 말대로 ‘성 전환을 심신장애로 판정한 2021년을 마음껏 비웃’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퀴어 축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내세우던 정치인 대신, 퀴어 축제에 직접 참여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에겐 공공장소에서 음란물을 안 볼 권리가 있다”는 댓글 대신, 미래 세대는 “우리 아이들에겐 공공장소에서 차별하는 사람을 안 볼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부모가 됐으면 좋겠다.

※ 우울감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 △청소년전화 △정신건강상담전화 △한국생명의전화 △자살예방핫라인 △희망의전화 등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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