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칼럼] 전 세계 이상기후, 기후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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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칼럼] 전 세계 이상기후, 기후위기인가?
  • 김세원 APEC 기후센터 전문위원
  • 승인 2021.03.11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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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세원 APEC 기후센터 전문위원)

“2020년, 역대 가장 따뜻한 3년 중 한 해”

지난 1월 14일 세계기상기구(WMO)의 보도자료 제목이다. 그런데 우리를 긴장시키는 것은 그 따뜻했던 3년이 모두 최근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2016년, 2019년, 2020년이 바로 그 3년이다. 서로 간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게다가 더 심각한 것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각 각의 해가 기록상 따뜻한 해 상위 6위 안에 모두 든다는 사실이다. 다음 그림은 WMO가 공식 활용하는 영국기상청 산하 해들리센터의 데이터를 토대로 그린 1850년 이후의 기온 변화 그래프다. 이 추이를 봐서는 WMO의 내년 이맘때의 보도자료 제목은 연도만 바뀌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21년, 역대 가장...”'과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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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1900년 평균 기온 대비 연도별 전지구 평균 기온 편차 (자료출처: 영국 해들리센터)

지구가 현재와 같이 빠른 속도록 가열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인간활동에 있다고 이미 오래전에 과학계가 증명하였고, UN 차원에서는 그 대책을 위한 국제적 행동을 주도하고 있는 마당이니, 이에 대한 추가 설명은 필요치 않을 것 같다. 

지구온난화는 기후의 패턴을 변화시키는데,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그로 인한 복합적 반응 및 악순환의 영향으로 그 온난화 정도가 심해지면서 그로 인한 극한 기상현상 즉 이상기후가 더욱 자주 발생하고 점점 강해진다. 최근 우리가 접했거나 접하고 있는 이상기후에 관해 언론에 등장하는 기사들의 제목을 보면 모두 역대급, 사상 처음, 최장, 최고, 최저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거슬러 올라가 살펴봐도 기사 제목들은 한결같은데, 이는 해를 거듭하면서 기록이 계속 경신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최근 벌어진 이상기후 현상들은 모두 역대급이라 과거의 사례까지 뒤져볼 필요도 없을 정도다. 

우리가 소위 이상기후라 부를 때 이 범주 안에 드는 극한 기상 사건들은 폭염, 폭우, 폭설, 태풍, 가뭄, 이상 장마 등이고 그 영향으로 나타나는 사건들로는 산불, 빙하 붕괴, 메뚜기 떼 확대, 식량부족 등이다. 우선 최근 몇 년 동안 세계기상기구나 세계 유수의 기상 관련 기관들이 발표하여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킨 기상·기후 기록 및 관련 사건을 보면 갈수록 그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 몇 년 안에 발생한 굵직굵직한 이상기후 기록 및 사건을 국가와 지역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북극권의 최고기온 기록 경신

북극권의 온난화는 지구상 여타 지역보다 2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가운데 과거에는 그 지역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온 기록이 세워졌다. 전세계에서 가장 춥다는 시베리아 북극권의 베르호얀스크에서 2020년 6월 20일 최고기온이 38℃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1885년 관측 시작 이래 최고치였다.

역대 최고기온기록 수립

미국 캘리포니아 주 데스벨리에서 2020년 8월 16일 최고기온이 54.4℃까지 올랐다. 이 기록은 미국 서부 연안 지역에서 강하고 광범위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작성되었는데, WMO의 공식기록 검증작업이 끝나면, 이 값은 1931년 이후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기온기록이 될 것이며, 지구 관측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기록이 될 전망이다. 서유럽 역시 역대급의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는데, 특히 2019년 여름은 연일 40℃가 넘는 기록적 폭염을 겪었고 그중 2019년 7월 25일 파리의 낮 기온이 42.6℃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값을 경신하였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근에 역대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2018년 8월 1일 강원도 홍천의 낮 최고기온 41℃와, 같은 날 서울의 39.6℃ 역시 우리나라 기상 관측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이었던 것이다.

2020년 한해는 지구 전체적으로 100여 년 만에 가장 따뜻한 해

2020년은 아시아, 미주, 유럽의 경우 111년 만에 혹은 역대 최고로 따뜻한 해로 기록되었다. 호주에서는 1910년 기록 시작 이후 4번째로 따뜻한 해였고, 지구 전체적으로는 역대 가장 따뜻했던 3년 중 하나였다. 특히 2020년은 냉각효과를 갖는 라니냐가 있던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따뜻했다. 이는 역대 가장 강력한 엘니뇨로 인해 큰 기온 상승이 있었던 2016년과 거의 비슷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의 전 지구적 신호가 이제 자연의 힘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대급 홍수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홍수가 발생하여 동아프리카, 남아시아,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인적 물적 피해가 막대했다. 특히 중국 남부지방의 몬순 기간 내내 폭우가 내렸고 특히 6월2일부터 7월3일까지 매일 폭우경보를 발령할 정도였다. 12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되었고 경제적 피해액은 한화 7조여 원에 달했다. 이는 1998년 중국 대홍수 이래 최악의 수재라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6월 25일부터 중부지방에서 1973년 이후 가장 긴 54일간의 장마가 이어졌고, 산사태와 홍수 등으로 인해 46명이 사망·실종되었고, 1조 371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2020년 이상기후

- 기상 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1월(2.8℃)
- 4월로는 가장 늦은 서울 봄 눈을 기록
- 6월(22.8℃) 평균기온이 7월(22.7℃)보다 높은 현상, 1973년 이후 처음. 62년 만에 가장 더워- 역대 가장 긴 장마(6.25.~8.16. / 54일)

히말라야 빙하 붕괴·홍수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붕괴되면서 홍수를 일으켜 2021년 2월 8일 현재 200여명이 실종 또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붕괴의 근본 원인은 지구온난화임이 거의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태풍·허리케인의 이상 행동

바다가 조금씩 데워지는 것과 맞물려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태풍의 발생 수가 최근 들어 늦여름 이후에도 늘고 있다는 것이 감지된다. 2019년 9월에 3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한 것은 최초의 기록이다. 2020년에는 8월 하순부터 9월 초까지 8, 9, 10호 태풍이 연달아 상륙했는데 이 역시 매우 이례적 현상이었다.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 중 파괴력 면에서는 2020년 상륙 태풍 중 가장 강력했던 것은 11월 1일 필리핀에 상륙한 ‘고니’였는데 지금껏 가장 강력한 상륙 태풍이었던 2013년의 하이옌과 거의 동급이었다. 한편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은 2020년에 무려 30개가 발생하여 역대 기록을 경신하여, 허리케인 명명을 위한 목록이 모두 소진되는 바람에 그리스 알파벳을 차용해야 했다. 기록상 최초로 허리케인 시즌이 보통 끝나는 11월에 두 개의 대형 허리케인이 연달아 발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2020년 11월 중순 발생한 마지막 허리케인 아이오타(Iota)는 2020년 들어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었다.

메뚜기뗴
메뚜기떼

최악의 사막 메뚜기 떼 습격

지구온난화는 기온상승, 사막지역의 이례적 강수, 잦아진 열대저기압과 그에 따른 강풍과 같은 기후학적 변화가 메뚜기 떼가 발달하고 이주하기에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2019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25년 만에 최악의 메뚜기 떼의 대습격이 이어지면서 하루에 3만 5천 명분의 식량을 먹어 치워 동아프리카와 인도 파키스탄 일대의 식량안보와 농업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상기후는 이러한 메뚜기 떼가 지속될 가능성을 점점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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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산불 위성사진

역대 최악의 산불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 가뭄은 국지적으로 최악의 산불을 일으켰다. 호주 남동부 지방에서 2019년 9월부터 시작한 산불은 2020년 2월 상순까지 이어졌고 호주 전체 숲의 약 14%가 타버렸는데 그 크기는 한반도 면적의 85%에 달한다. 동물의 피해도 컸는데,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죽었고 특히 코알라는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 한편 미국 서부에 2020년 상반기 동안 이어진 가뭄과 역대급 폭염은 이 지역에 최악의 산불을 불러일으켰다. 그 근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는데, 미국의 정부부처 합동으로 작성된 제4차 국가기후평가보고서(2017)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없었다고 가정한 경우에 비해 2배 많은 산불을 일으킨다고 평가한 바 있다. 

지금까지 제시한 이상기후 기록과 사건들은 주로 최근 1~2년에 벌어진 것들이며 기후변화의 누적된 결과들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최근의 코로나19로 인한 인간활동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며, 이산화탄소 농도는 유의 임계치인 410ppm을 2019년에 넘겼고 2020년에는 412.5ppm 정도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해 가고 있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자 연쇄적 악순환적 반응이다. 지구상 얼음이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지구의 태양열 반사도가 떨어진다. 오랜 세월 영구 동토에 갇혀 있던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가 해방되면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가중시킨다. 바다의 염도가 변해 지구의 해류 순환에 영향을 끼치며, 예년과 다른 특이한 양상의 라니냐, 엘니뇨가 발생해 앞서 경험하지 못했던 이상한 모습의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2020년의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2℃ 더 높았다. 언뜻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은 그 온도 상승이 최근 우리가 목도한 역대 최악의 기후 사건들을 일으켰다. 그런데 여기서 멈췄으면 좋으련만, 기후 관련 각종 지표의 경향은 모두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니 지금의 이상기후는 서막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충격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데, 이보다 더한 충격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의 기후행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과학자들이 예견한대로 이번 세기 말에 3℃ 이상 더 오르게 될 것이고, 이미 그 전부터 지구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 2015년 파리협정에서 지구기온 상승폭을 최대 2.0℃까지만 허용하고 더욱 노력해서 가급적 1.5℃는 넘기지 말자고 합의했다. 그래야 지구가 그나마 살만한 곳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기준으로 45%를 감축해야 하는데, 지난 2월 26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발표한 국가온실가스배출감축목표(NDC) 종합보고서 기준으로 하면 2030년의 감축량은 2010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한 자세와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또한 그 자체가 위기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제법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UN은 최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기후 인식에 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는데, 지난 1월 27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120만여 명) 중 거의 3분의 2가 기후변화를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더 과감한 조치를 촉구하였다고 한다. 기후행동이 힘을 얻어가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계획이나 목표가 훌륭해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연의 관성은 지금도 계속 힘을 발휘하면서 더 깊은 위기로 나아가고 있는데 아직도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추위를 바라보며 “지구온난화가 있긴 한거야?”라는 질문을 던지는 어리석음을 가져서는 안된다. 1.5℃까지는 불과 0.3℃ 남았다.

김세원은...

1961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고,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 대기과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부터 기상청 생활을 시작, 세계기상기구(WMO) 파견관, 국제협력담당관, 기후과학국장 직을 역임하면서 기후와 국제 분야의 남다른 경험과 시각을 쌓았고, 광주지방기상청장직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후. 2020년부터 APEC 기후센터에서 국제기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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