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계론] 당심과 민심의 괴리…“野, 바꿔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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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계론] 당심과 민심의 괴리…“野, 바꿔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3.13 09: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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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심은 나경원 민심은 오세훈
중도보수가 헤게모니 잡아야 차기 대선 승산 있어
자정능력 상실한 국민의힘…윤석열 중심 신당설 솔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선택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다시 한 번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중도보수신당 창당설이 제기된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민의힘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선택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3월 4일 오 전 시장이 41.64%의 득표율로 나경원 전 의원(36.31%), 조은희 서초구청장(16.47%), 오신환 전 의원(10.39%)을 누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의 승리는 국민의힘이 가진 고민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나 전 의원은 1월 13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 자리에서 “저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오만에 가장 앞장서서 맞서 싸운 소신의 정치인”이라며 “누군가는 숨어서 눈치보고 망설일 때, 누군가는 모호한 입장을 반복할 때, 저는 높이 투쟁의 깃발을 들었다”고 말했다.

나흘 뒤인 17일에는 자신의 SNS에서 짬뽕을 좌파, 짜장면을 우파에 비유하며 “큰 그릇에 짬뽕과 짜장을 부어서 섞어서 주지는 않는다. 시대에 따라 때로는 좌가 옳기도 하고 또 때로는 우가 옳기도 하지만, 둘을 섞어버리면 이도 저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이 ‘강성보수의 대변자’를 자처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전략은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본경선 후보를 추려내기 위해 일반시민 80%·당원 20%를 대상으로 치른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했다. 나 전 의원은 80%의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서 오 전 시장에게 뒤졌지만, 20%가 반영되는 당원투표에서 크게 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반시민 여론조사 100%로 진행된 본경선 결과는 달랐다. 나 전 의원은 여성후보 가산점 10%를 받고도 오 전 시장에게 5%포인트 이상 뒤진 2위에 머물렀다. 당심(黨心)은 ‘빠루(쇠지렛대)를 든 투사’ 이미지를 재소환한 나 전 의원을 지지한 반면, 민심(民心)은 ‘중도 개혁 후보’임을 호소한 오 전 시장을 선택한 것이다.

 

탄핵 계기로 보수 헤게모니 잡은 강성보수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당심과 민심이 멀어진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한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당심과 민심이 멀어진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한다. ⓒ뉴시스

바로 이 대목에서 국민의힘의 한계이자 고민인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포착된다. 정당이 선거라는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민심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군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나타났듯, 국민의힘 당원들은 민심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확장성 있는 후보’보다 ‘선명한 보수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당원들은 지지 정당의 정권 획득을 바란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당심은 민심과 괴리돼 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국갤럽>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직전이던 2016년 12월 6일부터 8일까지 수행해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81%,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14%였다.

하지만 친박(親朴)이 중심이 된 새누리당 대다수는 민심에 운명을 맡길 생각이 없었다. 이에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한편으로는 주도권을 회수해야 보수의 부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중도보수 세력은 새누리당을 떠나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보수는 민심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를 외치는 강성보수로 분리된다.

문제는 보수 주도권 다툼에서 중도보수가 완패했다는 데서 시작됐다. 바른정당은 탄핵 찬성이라는 민심을 따르면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내세워 정권을 재창출하려던 정당이었다. 따라서 반 전 총장이 대권을 잡는다면, 다소간의 타격은 입을지언정 주류 민심과 함께하는 다수파로 존속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면서, 보수의 주도권은 강성보수 쪽으로 급속히 기울었다. 바른정당 출신의 한 인사는 지난해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바른정당은 이념적·지역적 기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반 전 총장의 대선 경쟁력만 믿고 창당된 정당이었다”며 “반 전 총장이 불출마하는 순간, 바른정당 붕괴는 시작된 것”이라고 회고했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후 바른정당 인사들은 하나 둘 자유한국당으로 ‘백기투항’했고, 강성보수의 영향력은 이전보다 더 강화됐다.

강성보수가 기득권이 된 보수정당에서는 중도층을 뜨악하게 만드는 메시지가 쏟아져 나왔다. 강성보수의 마음을 얻어야 당의 대선 후보가 되고 당대표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 2017년 대선 경선과 2019년 전당대회에서 너도나도 ‘박근혜 석방’을 외쳤던 것이나,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나 전 의원이 ‘짜장면론’을 설파했던 것은 이런 맥락이었다.

 

역사는 답을 알고 있다…중도보수 잡아야 승리


중도보수로 분류되는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3자 구도 속에서도 승리를 거두면서 중도 확장력 있는 후보의 위력을 보여줬다. ⓒ선거정보도서관
중도보수로 분류되는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3자 구도 속에서도 승리를 거두면서 중도 확장력 있는 후보의 위력을 보여줬다. ⓒ선거정보도서관

그러나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은 민심과 유리(遊離)된 정당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렇게 보면, 보수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길은 명확하다. 15% 소수파가 주류인 현 체제를 무너뜨리고, 다수의 민심을 따르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그룹 ‘민’ 대표는 지난해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정당을 기업에 비유하자면, 사고 싶은 물건을 만들어 팔아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보수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세상이 보수를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라며 “현실에 맞게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선거에서 계속 질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그렇다면 다수의 민심을 따르는 정당이란 무엇일까. 그 답은 역대 대선 결과가 말해준다. ‘완전한 민주주의’가 이뤄진 이후 열린 다섯 차례 선거(탄핵 정국에서 치러진 제19대 대선 제외)에서 보수는 세 번의 승리를 수확했다. 그리고 그 중 두 번은 보수 진영에서 두 명의 유력 후보가 출마하는 ‘3자 구도’ 속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중도보수로 분류되는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하나회 청산, 5·18 특별법 제정 등으로 군부독재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중원으로 몸을 기울였던 YS는 제14대 대선에서 41.96%를 기록,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가 가져간 16.32%의 득표율이 무색하게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제17대 대선 때의 MB 역시 충청권을 기반으로 15.1%를 득표한 이회창 후보과 무관하게 48.7%를 얻어내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26.1%)를 큰 차이로 눌렀다.

이들이 3자 구도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중도를 포용할 수 있는 후보들이었기 때문이다. YS와 MB는 각각 정주영·이회창 후보에게 15% 안팎의 표를 잠식당했음에도 중도 확장성을 앞세워 낙승을 거뒀다. 반면 제18대 대선에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 대통합’을 이루고도 51.55%를 득표하는 데 그치며 접전 승부를 벌여야 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3월 9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언론에서는 진보가 유리한 정치 지형이 됐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다. 대표적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강성보수기 때문에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지 않는 것”이라며 “역대 대선을 봐도 강성보수가 나왔을 때는 진보와 아슬아슬한 승부를 했지만 중도보수가 나오면 크게 승리를 거뒀다. 중도보수가 보수의 헤게모니를 잡으면 판도가 바뀔 거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자정능력 상실한 국민의힘…중도보수 신당 등장할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는 제3지대 중도보수 신당이 실패한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는 제3지대 중도보수 신당이 실패한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뉴시스

문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경선 결과에서 나타났듯, 여전히 당심은 강성보수를 향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민의힘 내의 자정(自淨) 능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기문 모델 2.0’이 거론된다. 보수가 ‘제2의 반기문’으로 고려할 수 있을 만한 인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신당 창당 시나리오다.

비록 좌초하긴 했지만, ‘반기문 모델’은 민심과 멀어진 ‘본진’을 버리고 제3지대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이륙시키는 방식으로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당시 친박이 주류였던 새누리당은 민심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반 전 총장의 대선 경쟁력을 활용해 중도보수 신당을 건설하려는 시도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다른 바른정당 출신 인사 역시 과거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왜 당내에서 싸우지 않고 탈당했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박근혜 비대위와 제20대 총선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은 완전히 친박 정당이 된 상태였고 그 사람들은 민심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20대 총선에서 참패한 게 김무성 대표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정도”라며 “보수가 살 길은 중도를 포용할 수 있는 중도보수 신당을 창당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박성민 대표도 “2016년 제20대 총선 때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대패했다. 그 정도 졌으면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박근혜 복심’으로 불리던 이정현 의원을 당대표로 내세웠다”면서 “그것이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잇따른 선거 패배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이 과거 새누리당처럼 계속해서 민심과 유리된 모습을 보일 경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내세우는 중도보수 신당 창당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과거 새누리당처럼 계속해서 민심과 유리된 모습을 보일 경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내세우는 중도보수 신당 창당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뉴시스

때문에 국민의힘이 과거 새누리당처럼 계속해서 민심과 유리된 모습을 보일 경우, 윤 전 총장을 내세우는 중도보수 신당 창당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만약 윤 전 총장이 대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3지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중도보수의 세력화에 성공한다면, 그렇게 국민의힘을 포함한 보수 세력을 흡수할 수 있다면 보수는 중도보수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고 대선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는 까닭이다. 바른정당이 ‘반기문 모델’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목적과 일치한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가 싫어도 국민의힘은 못 찍겠다는 국민이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아직도 강성보수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나경원 전 의원이 당원투표 1위를 했다는 건 국민의힘에 희망이 없다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처럼 개혁보수를 핵심으로 하는 신당이 창당되고 그 밑으로 보수가 헤쳐모여를 해야만 차기 대선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을 그리 높이 보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제3지대 신당에 복속되는 건 제1야당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득권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모험수’인 까닭이다. 중도 낙마했던 반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정치 초보’인 윤 전 총장이 지닌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15%의 강성보수가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지금의 국민의힘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과연 국민의힘은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창조적 파괴’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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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03-13 11:05:35
ys,mb가 중도우파라서 압도적으로 받았다고? 걔들은 군부정권이 끝난후 첫 문민정부, 노무현 4%의 후광을 업은 첫 보수정권 대통령이라는 환경이 있었죠.ys는 지난 10년 넘도록 쌓인 군부정권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반하는 후광이 있었고 이명박때는 보수는 10년동안 정권 잡아본적이 없을때니 보수의 적폐가 1도 쌓으지 않앗던 상황이었고
둘다 한마디로 정말 쉬운 싸움을 한거죠. 반면 박근혜는 mb의 사자방,돈봉투,등등 온갖 어그로를 다 짊어지고도 선거를 이긴거임. 이걸 간신히 이겼다고 표현하니? 원래는 질싸움을 이긴건데? 진보인사는 보수 역사에 대해 나불거리지 말았으면 좋겠읍니다. 사실 니들은 박근혜를 탄핵한 동지들이잖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