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文정부, 3기 신도시-2·4 공급대책 ‘전면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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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文정부, 3기 신도시-2·4 공급대책 ‘전면 중단’해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3.17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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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신뢰 잃은 부동산대책, 강행 시 실효성 없고 국민 불신만 깊어져
남은 임기 시스템 개편 토대 마련에 집중, 정책은 차기 정권에 맡겨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 11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지난 11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3기 신도시와 2·4 공급대책을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 공급대책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은 결코 흔들림, 멈춤, 공백 없이 일관성 있게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도 지난 16일 KBS〈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3기 신도시가 나온 이유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에 대한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주택 공급을 중단해야 하는 것이냐. 주택 공급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불성설, 이치에 맞지 않아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처사다. 현재 정부여당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들로 인해 촉발된 이번 투기 사태를 'LH 사태'라는 테두리 안에 가둬 논란 확산을 막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미 다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고위공직자와 전현직 정치인들이 깊숙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현 정권이 펼치는 부동산대책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이미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 신뢰를 잃었다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다. 강행한다면 오히려 국민 의심만 깊어질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예상치 못했던 사회적 부작용이 생길 소지도 다분하다.

더욱이 정부합동조사단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의 조사가 이제서야 출발 단계다. 일각에서는 졸속 수사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마당에 3기 신도시와 2·4 공급대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건 문재인 정부가 줄곧 내세웠던 적폐 청산 기조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일본 정치권의 특징인 '냄새나는 것에 뚜껑을 덮는다'(臭い物に蓋をする) 행보와 유사해 보일 정도다. 그냥 덮고 간다? 더 추악하고 더러운 작태가 드러날까 염려해 강행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과연 기자뿐일까.

이번 투기 사태는 단순히 특정 공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개발 정책 정보가 LH 임직원들에게 사전 공유되기까지 윗선에서 얼마나 많은 단계들을 거쳤겠는가. 과거부터 썩을 대로 썩은 부동산 정책 시스템이 곪아터져 드디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LH로 꼬리 자르고, 몇 사람 쳐낸다고 해도 시스템을 갈아엎지 않는다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또 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다. 지금은 국민 신뢰를 잃은 정책을 억지로 추진할 때가 아니라 적폐를 뿌리까지 파헤치고 새로운 부동산 정책 시스템을 구축할 때다. 

어차피 3기 신도시와 2·4 공급대책은 사태 이전부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던 정책이다. 3기 신도시는 토지 보상 협의 난항으로 사전청약 일정이 지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특히 2·4 공급대책의 경우 임기를 1년 앞두고 발표된 데다, 부동산대책의 핵심인 언제, 어디서, 어떻게가 빠진 만큼 선거철 공(空)약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정권은 3기 신도시와 2·4 공급대책을 전면 중단하고 지금껏 강조해온 적폐 청산에 집중해, 1년 뒤 출범할 새 정권이 부동산 정책 시스템을 개편할 수 있도록 새판을 짜줘야 한다. 정권 재창출이 이뤄지든, 정권이 교체되든 본격적인 공급대책 추진은 차기 정권에 맡겨야 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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