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LH 사태 책임의 절반은 ‘국회’ 몫이다
[주간필담] LH 사태 책임의 절반은 ‘국회’ 몫이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3.21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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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빠트린 ‘이해충돌방지법’이 낳은 예견된 사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같은 문제가 반복될 땐 분명한 원인이 있다. 알면서도 내버려뒀거나, 해결하려는 의지는 있으나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경우다. 신도시 투기는 후자에 해당했다. 30여 년 동안 신도시 투기 역사는 계속됐으나, 사전에 방지할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매번 공직자들의 부당한 사적 이익 추구에 대한 ‘청렴성’과 ‘공정성’ 문제제기가 반복됐다.

ⓒ뉴시스
2015년 3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뉴시스

2012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른바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다.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입법예고한 지 3년 뒤, 2015년 제19대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법안 통과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의 아쉬움은 ‘이해충돌방지법’에서 비롯됐다.

원안은 크게 세 가지 규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제정된 법률명에서 드러나듯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수수 금지’는 담겼으나, 마지막 ‘이해충돌방지’가 빠졌다. 이해충돌방지는 직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충돌의 사전 예방·관리가 목표다. 직무가 친인척과 관련 있으면 신고·회피하며,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이익을 취할 경우 몰수하고 처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이 조항은 아예 삭제됐으며, 남은 두 조항마저 수정되며 난도질당했다. 당시 ‘반쪽짜리 법’, ‘국회의원 특권 지키기’라는 비판이 있었던 이유다.

그렇다면 왜 국회는 제도 마련 기회를 걷어찼을까. 그 이유는 ‘광범위함’에 있다. 2014년 정무위원회 제1차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최시억 전문위원은 이해충돌방지 조항에 대해 “넓은 범위의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는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한테 제척 제도를 도입할 경우, 자칫하면 직무에서 배제되는 공무원 규모가 과다해 공직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검토를 요청했다.

그러자 당시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사립학교 교원 56만 명, 공무원 99만 명, 유관단체 2~30만 명 잡으면 195명인데, 기자들 넣으면 200만 훌쩍 넘어간다”며 “이리저리 다 걸려서 아무 부서도 못 가는 사람들도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국회의 고민은 ‘연좌제(김용태 소위원장)’, ‘원님 재판(김기식 의원)’이라는 용어에서 잘 드러난다. 결국 수정된 위원회안이 재석 247인 중 찬성 226인·반대 4인·기권 17인으로 통과됐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6일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로부터 6년이 흘렀다. 공직자들의 부당한 사적 이익 추구에 따른 문제는 여전히 반복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신도시 투기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참여연대는 이해충돌방지법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이들은 16일 “이번 사태는 직무 수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방지할 통제장치 부재로 벌어진 예견된 참사”라며 “자신의 업무와 관련 있는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해 외부의 감시가 가능했다면, LH는 이렇게까지 곪아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에 제21대 국회는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한 논의를 재개했다. 정무위원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는 등 뒤늦은 움직임이 펼쳐졌다. 그간 김영란 전 위원장은 세 가지 조항이 함께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금품수수와 부정청탁뿐만 아니라(부정청탁·금품수수 금지), 공직자의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모든 형태를 막아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이해충돌방지). 2021년, 국회는 6년 전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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