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공직자 부동산 투기, 발본색원(拔本塞源) 하라
[이병도의 時代架橋] 공직자 부동산 투기, 발본색원(拔本塞源) 하라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3.20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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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 끝까지 추적해 책임 추궁해야
수사주체 놓고 우왕좌왕하는 與
검찰에 맡기는 게 정도(正道)
국회의원 땅투기 전수조사 제대로
대통령부터 모범 보여야
제대로 된 수사 없인 신뢰 회복 어렵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공직자 부동산투기는 국기 문란행위이자 망국적 범죄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많은 의혹이나 일반 국민의 '합리적 의심'에 비해 적발 규모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파문이 정권의 명운마저 위태롭게 할 조짐을 보이자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을 수사에서 패싱하고 국토부를 조사단에 포함시킨 '셀프 조사', 시민단체 폭로 뒤 일주일 가까이 지나 LH 본사 압수수색을 하는 등 늑장 수사를 벌이니 국민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조사단과 청와대 발표가 빙산의 전부일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직계 가족이나 친인척의 명의를 빌리는 차명 거래가 일반적인데다 법인 설립 수법이 동원된 사실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투기 의혹의 불똥은 이제 정치권으로 튀고 있다. 일단, 여야가 LH 직원 투기 파문과 관련해 특검과 국정조사를 도입하고 국회의원 전수 조사를 실시하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일부 혐의 의원들이 투기 의혹을 부인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투기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계속 진통이 예상된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감안하면 정치권부터 전원 제대로 검증받는 것이 당연하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공직자 부동산투기는 국기 문란행위이자 망국적 범죄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만연한 반칙 성역 없이 뽑아내야

투기 관련 언론 보도와 제보는 계속 잇따르고 있다. 공무원들과 정치인, 공기업 직원들의 토착 부동산 투기 비리가 전국에 만연돼 있다고 봐야 한다.

경기도 뿐만 아니라 부산 세종 제주 등 전국에서 연기가 난다. 조사와 수사의 대규모화, 장기화는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난맥상을 보면, 그간 광범위하게 자행돼 온 ‘투기반칙’의 발본색원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불사할 각오라면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 주도로 투기 의혹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특검을 통해 규명하자는 것은 지름길을 버리고 돌아가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겉핥기식 수사로는 몇몇 공기업의 하위직 몇사람만 처벌하는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거나 면죄부를 주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세종시 등 전국에 만연한 반칙을 성역 없이 뽑아내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돈되는 땅’을 전수조사해 매입자금을 추적해야 한다.

제기된 의혹 전방위적

문제의 발단이 된 LH 사태는 국회와 청와대 등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김경만·양이원영·양향자 의원에 이어 서영석·김주영 의원 등도 신도시 인근 땅을 사들여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지자체 자체 조사, 언론 폭로 등으로 제기된 의혹은 현재 전방위적이다. 신도시 지역의 지자체 공무원과 시의원 등 수십명이 이미 투기 의심을 받고 있고 현직 국회의원도 배우자나 직계 가족 명의로 해당 지역이나 인근에 토지를 구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다른 공기업이 관계한 개발지역에서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770명으로 대규모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정부가 정한 ‘선(先)조사 후(後)수사’ 원칙에 묶여 본격수사에 착수도 못 했다. 신속히 국토부, LH 등 유관기관을 압수수색하고, 개발정보 열람자를 확인하고, 돈 흐름을 쫓을 수 있도록 검찰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등 가능한 방안을 총동원해야 한다.

국회 전수조사 필요 이유…농지법 우려

국회도 제자리에 바로 서야한다. 부동산 정책을 최일선에서 집행하는 공기업의 직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얻은 공무상 비밀을 활용해 부동산 투기 행각을 벌이는 것을 막지도 못하고, 설사 사후에 적발한다고 해도 투기 이득도 환수하지 못하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현실을 국회가 더는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야가 스스로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합의했지만, 땅 투기 의혹을 척결하는 데 정치권이 모범을 보인다는 차원에서 정치권 전수조사는 제대로 한번 해볼 만한 일이다.

이와 관련, 한 농민단체가 청와대 시위에서 내놓은 충고는 예사롭지 않다. 농민단체 연대체인 '농민의 길'(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가톨릭농민회·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이 결성한 연대체)'은 이번 투기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현행 '농지법'을 꼽았다.

우리 헌법 121조는 경자유전 원칙을 명시했지만, 농지법은 영농계획서만 제출하면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어 헌법 원칙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지법이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에 따르면 국회의원 300명 중 76명이 농지를 불법·편법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의원 전수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국회의원 본인 외에 친인척 등 주변인의 땅 투기 의혹까지 낱낱이 검증할 수 있도록 여야 정치인들이 솔선수범 협력해야 한다.

윗물부터 정화해야…각 분야 의혹 규명을

진정 부동산 투기 근절을 원한다면 윗물부터 정화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지난 1월에는 대통령 사저 부지 용도가 농지에서 대지로 전환되면서 투기논란까지 불거진바 있다.

언론이 대통령의 딸과 처남의 부동산 수익에 주목하는 건 위법 여부 때문만이 아니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부동산 투기로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게 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우리 정부 기간에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부동산 수익 자체를 범죄시 했지만, 정작 대통령 가족은 부동산을 사고팔아 돈을 벌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의 양산 사저 취득 관련 농지법 위반 의혹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부지 매입 과정에서 불법·편법은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2009년 이후 국회의원, 야당 대표, 대선 후보를 지냈던 문 대통령이 해당 부지에 유실수를 심어 농사 지을 여력이 있었겠느냐는 의심은 상식적 문제 제기다.

또한, 대통령의 처남은 2002년, 2005년, 2009년 세 차례에 걸쳐 경기도 성남시 그린벨트 내 논밭을 사들였다가, 2010년 한국 토지주택공사(LH)에 수용되면서 토지 보상금을 58억원 받았다고 한다. 실매입가가 11억원이어서 47억원 차익을 본 셈이다.

LH 사태는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믿음의 근간을 훼손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LH로남불’ ‘LH돈LH산’ 같은 조롱과 패러디가 난무할 정도로 ‘공공’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판국이다. 투기 연루 정황이 있는 LH 임직원 몇 명을 찾아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친인척 이름을 빌리는 차명 투자도 적지 않으므로 앞으로는 공직자들의 토지 매입 여부를 단순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돈이 되는 신도시 토지의 수상한 거래 의혹부터 규명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 청와대와 국회 국토교통위, 지방 의회 관련 상임위 소속 위원들의 친인척 토지 거래도 주목해야 한다.

제도적 허점과 초대형 악재들

지금까지의 조사는 실로 허술했다. 총리실 주관 아래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여러 관계기관이 참여한 합동조사단은 수사권이 없어 조사 대상자들로부터 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아 부동산거래시스템과 국토정보시스템을 통해 거래내역과 소유정보를 각각 조사하고 상호 대조하는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한계가 뚜렷했다. 이런 방식으로는 친인척 등의 명의를 빌린 차명투자나 은밀하게 제삼자에게 개발정보를 흘려주고 반대급부를 얻는 것과 같은 부정행위를 파악하기 어렵다.

LH발 투기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데도, 실제 정부와 여당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시민단체 고발 후 9일 만에 셀프조사로 ‘겉핥기 쇼’를 하더니 이번에는 느닷없이 특검카드를 꺼냈다.

당초 직원 본인만 대상으로 하고 신도시 예정지로 지역을 국한했으니 결과야 애초부터 뻔했다. "직원을 조사할 게 아니라 돈 되는 땅 조사하고 매입 자금 따라가야 한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훈수는 지극히 타당하다.

이번 사태로 발견된 제도적 허점은 한두군데가 아니다. 농촌 활성화를 위해 농지 규정을 꾸준히 완화하는 과정에서 관련 계획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공직자에게 악용의 길을 열어줬다. 토지보상금의 부동산 투기 유입을 우려해 도입된 대토보상제 역시 이를 알고 덤빈 자들에게 대박의 꿈을 안겼다. 해당 업무에 밝은 관계 공기업이나 공무원은 생선가게를 맡은 고양이나 다름 없었다. 
 
현란한 레토릭 보다 실질이 중요

투기 의혹은 이제 국토부·LH를 넘어 지방 공무원, 여당 국회의원, 지방 의원, 다른 공공 기관 직원과 가족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합동조사단이 2차 조사에서 대상을 지방자치단체, 지방 공기업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이런 조사 방식으로는 뻔한 결과만 나올 뿐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참석해 “(국수본이) 우리 사회의 공정을 해치고 공직사회를 부패시키는 투기행위를 반드시 잡아달라”고 했다. 이 때 당은 특검을 주장했다. 당청의 자중지란 아닌가. 통상 특검은 수사기관이 부실수사를 했을 때 도입을 요청하는 게 관례다. 경찰 수사가 겨우 첫걸음을 뗐는데 뜬금없는 특검제안은 선거용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투기 공직자 즉각 퇴출, 투기이익 몰수, LH 개혁 등을 공언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현란한 레토릭이 아니라 실질이다. 국회에 장관을 불러다 놓고 호통을 치거나 상대 당 인사의 부동산 관련 비리를 들춰내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태를 규명하고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국민이 보고 싶어하는 모습도 아니다.

조사 대상은 내부 개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보다 많은 국회의원들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은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국민과 숱한 약속을 해 왔지만 말만 요란했을 뿐 제대로 이행한 적이 거의 없다. 국회 장기 파행 등으로 국민의 분노가 들끓으며 세비 인하 또는 자진 반납을 들고나온 사례가 여러 차례였지만 그때마다 위기를 모면했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약속은 흐지부지됐다. 국회는 지금까지 거론된 여러 문제점을 재정리해 다시는 국민이 부동산 문제로 절망하고 분노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

여야 정치인들 솔선수범 협력해야

국회의원 땅 투기 전수조사와 관련해서는 국회의원 재산등록제도를 거론하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 국회의원들의 주택·토지 보유 현황이 이미 공개되기 때문에 투기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목포 땅 투기 의혹으로 지난해 법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손혜원 전 의원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또 국회의원 본인 외에 친인척 등 주변인의 땅 투기 의혹까지 낱낱이 검증할 수 있도록 여야 정치인들이 솔선수범해서 협력해야 한다.

전수조사에는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들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지역개발 이권에 관련돼 있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최근 경기 시흥시의회 의원이 투기 의혹을 받자 민주당을 탈당하는 등 지방 정가도 들썩이고 있다. 차제에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던 지방 의원들의 투기 문제도 뿌리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여당은 뒤늦게 ‘LH 5법’을 입법하겠다고 나섰다.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공공주택특별법 등 5개 법안으로 예방시스템을 구축하고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입법의 속도를 높이는 한편 소급 적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을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 LH와 서울도시주택공사(SH)를 비롯한 지방공기업 등의 임직원에 대한 부동산 취득 제한 및 불가피한 부동산 매입시 신고 의무화의 필요성에 관해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큰 틀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부동산 관련 기관 임직원의 재산 등록 의무화나 이들과 일정 범위 이내 친인척의 부동산 거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거래 정보 시스템의 구축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법으로 원천 봉쇄하는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현재로서는 허술한 법망 탓에 공직자의 투기 연루가 드러나도 처벌이 쉽지 않다. 10년 가까이 국회에서 방치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입법도 서둘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을 지난해 미래 입법과제로 올려두기만 했을 뿐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6월 부동산 투기이익 환수 및 사전신고 등의 내용을 담은 이해충돌방지법안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민주당은 사실상 거부했다.

현행 법체계 하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방안들이 대부분이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국토부 공무원과 LH 임직원 12명이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한 것이 법적 뒷받침 없는 조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은 주로 새로운 입법이 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국회의원들, 특히 소관 상임위인 국토위 소속 의원들이 주도해야 할 일이다.

검찰과 감사원 본격수사로 한탕주의 박멸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검찰과 감사원에 수사와 감사를 맡기는 게 정도다. 땅 투기 수사에는 청와대와 국회, 기획재정부 등 어느 곳이라도 성역이 있을 수 없다. 사람 위주의 조사 방식도 노른자위 땅과 돈의 흐름 추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LH 사태도 제대로 수습하고 성난 민심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집값 폭등과 투기 난장판에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주도하게 하고 감사원도 참여시켜 투기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는 한편 투기 공직자를 엄중 처벌해야만 한탕주의를 뿌리 뽑을 수 있다. 근원을 끝까지 찾아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정권에 대한 불신만 커진다. 부동산 부패 사슬을 끊어내지 못하면 나라의 장래도 위험하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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