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철수와 ‘더 큰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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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철수와 ‘더 큰 2번’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1.03.22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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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파와 상식파의 만남 가능할까, ‘안철수式 전략 성공 여부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안철수 10년 정치 인생’은 정치판을 바꿔온 설계자로 요약된다.

정치 데뷔 때부터 진보냐, 보수냐. 굳이 얘기하면 상식파라고 답해온 그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 지금까지 주요 분기점마다 대전환의 물꼬를 터왔다. 2012년 대선 때는 무기력한 야당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상대를 대적할 체급을 높였다. 대세를 형성하던 여당에도 충격파를 줬다. 

새정치라는 국민 열망을 안고 여야 모두에게 숙제를 안겼다. 변화와 혁신이라는 화두 속에 중도 클릭의 바람을 일으켰다. 2016년 총선에서는 일대 다수라는 싸움의 지형을 만들었다. 거대 여야 일대일이 아니어도, 유권자가 전략적 투표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 야권의 파이 넓히기에 성공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추 같은 역할이었다.

2017년 장미 대선 때는 큰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음해성 댓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안철수’였다. 대선 기간 댓글 조작을 광범위하게 벌여온 드루킹 조작단은 안 후보를 표적으로 삼고 집중공격했다.

그는 반문(문재인)의 선봉에 서 왔다. 민주주의를 더 후퇴시키고 말았다며 각을 세워오고 있다. 또 이 때문에 정권 교체를 위한 교두보가 필요하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다고 강변했다. 

이기기 위한 조건으로 안 후보는 ‘더 큰 2번’을 내세웠다. 야권이 승리하려면 대결 구도의 판을 바꿔야 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의당 기호 4번인 자신과 국민의힘 기호 2번 후보가 단일화되면 더 큰 대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더 큰 2번을 만들어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고 했다.

어차피 대선을 앞둔 만큼 정계 개편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어떤 방식이냐다. 보수 그대로 보다 중도와 힘을 합치는 것이 야권의 파이를 키우는 일이라고 그는 자신하고 있다. ‘제3지대 윤석열’까지 스펙트럼을 넓힐 발판이 마련된다는 논리다. 

때문에 당장의 합당은 전략상 좋지 않다는 게 안 후보 지론이다. 국민의힘이 취약하다고 알려진 20·30·40세대와 중도층 중에서는 단 한 번도 보수당을 찍어본 적 없는 이들이 꽤 된다. 그들이 볼 때 국민의힘에 각인된 이미지는 ‘꼰대당’ ‘비호감당’ ‘적폐당’ 이라는 프레임이다. 이에 민주당도 싫어졌지만 차마 국민의힘은 못 찍겠다는 경우도 허다하다.

안 후보는 자신이 그 같은 유권자들의 표를 중간에서 흡수해줄 역할이라 보고 있다. 선거에서 양당은 못 찍어도 ‘안철수 개인’을 찍은 표들은 상당했다. 이들 표까지 더해야 서울 내 기울어진 조직력을 바로잡고 이길 수 있다는 셈법이다. 

과연 이 같은 전략은 통할까. 그래서 상식파와 상식파가 만나는 큰 판이 열릴까.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부를 겨냥해 안 후보와 마찬가지로 ‘상식의 회복’을 강조한 바 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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