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네거티브에 강도높이는 여당…궁여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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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네거티브에 강도높이는 여당…궁여지책?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3.29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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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정책 신뢰하지 않는 국민…조직선거로 몰고가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네거티브전에 나서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네거티브전에 나서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4·7 재보궐선거 선거운동 개시일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세훈 후보 관련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분을 보니까 마치 중도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2019년 10월에 태극기 부대에서 연설한 장면을 보니까 MB 아바타를 넘어서서 완전히 극우정치인입니다. (중략)

박형준 후보의 투기 의혹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차도남이 아니라 까도남이라고 누가 그러던데, MB 아바타답게 엽기적인 수준의 비리 의혹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자고 나면 의혹이 생기는 후보가 어떻게 제1야당의 후보로서 부산시장에 출마했는지 의아합니다. (후략)”

선거전(選擧戰)에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민주당의 선거 전략에서 좀 이상한 점이 느껴집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안이든 통과시킬 수 있는 거대 정당, 게다가 2018년 지방선거 대승으로 지방권력까지 장악한 여당이 야당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네거티브 전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 문법상, 여당은 선거를 ‘미래 지향적’으로 치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것보다, 여당이 가진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더 잘 살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쪽이 표를 얻기 쉬운 까닭입니다. 상대 후보의 비리를 폭로하는 것과 출퇴근길을 편하게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유권자의 마음을 더 흔들어놓는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죠.

그럼에도 민주당은 여당의 정공법(正攻法)인 정책 선거가 아니라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전을 몰고 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치권에서는 그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지목합니다. 첫 번째는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29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이 정책 선거를 한다는 건 반만 맞는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당은 임기 초반에만 정책 선거를 한다”며 “임기 초반에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살아있기 때문에 공약이 먹히지만, 지금 같은 임기 후반에는 정부가 무슨 약속을 해도 먹히지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여당은 정책 선거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여당이 무슨 말을 하든 국민은 믿지를 않는데, 어떻게 정책 선거를 하나”라며 “‘나 뽑아 주면 더 잘 살게 해줄게’라는 말을 국민이 안 믿으니까 ‘우리보다 못해. 저X이 얼마나 나쁜 놈인데. 저X보다는 우리가 낫지’ 이렇게 네거티브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두 번째는 여당이 막강한 조직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놈이 그놈’이라는 프레임을 가동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시사오늘>과 만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민주당이 서울 조직을 꽉 잡고 있기 때문에 조직 선거로 가면 민주당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직 선거로 가려면 투표율을 최대한 낮출 필요가 있고, 투표율을 낮추려면 유권자들에게 찍을 사람이 없다는 이미지를 주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며 “원래 조직은 강한데 상황이 불리한 쪽이 제일 많이 쓰는 방법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안 나오게 만드는 거다. 현 상황에서 민주당이 네거티브를 쓰는 건 선거 공식에 딱 맞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철희 전 민주당 의원도 유튜브 채널 ‘한겨레TV’에서 “네거티브를 강하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잃고 적극적 지지층만 투표장에 나오게 된다”며 “적극적 민주당 지지층을 끌어내려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요컨대, 민주당의 네거티브는 정치 혐오를 부추겨 투표율을 낮춤으로써 여당의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궁여지책(窮餘之策)이라는 해석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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