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피하려다 ‘측간소음·벌레’에 몸살…타운하우스의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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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피하려다 ‘측간소음·벌레’에 몸살…타운하우스의 맹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4.01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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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전월세 살아보고 결정하는 게 현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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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장점을 합친 타운하우스(Town house, 도시형생활주택)가 수년 전부터 분양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입주를 마친 일부 단지에서 측간소음, 벌레 등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수요자들이 보다 꼼꼼하게 살펴보고 분양·매매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분양시장에 공급되는 타운하우스는 입지적 강점을 갖춘 곳이 대부분이어서 교통·교육·문화 등 다양한 인프라를 편리하게 누리면서도 도심 속에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어 실수요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일반 단독주택에서는 누릴 수 없는 관리·보안, 커뮤니티 시설 등 아파트 주거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도 수요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독립적인 주거공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더욱 각광을 받는 분위기다. 일반 아파트 단지보다 청약, 대출 등에 있어 비교적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시공능력이 뛰어난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브랜드 타운하우스를 선보이고 있다는 부분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GS건설의 블록형 단독주택 '자이더빌리지', 대형·중견사에 시공을 맡기고 있는 RBDK(시행사)의 단지형 단독주택 '라피아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2017년 GS건설이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운양동과 마산동 일대에 공급한 자이더빌리지는 평균 33.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된 바 있으며, 그 뒤를 이어 분양된 운양역 라피아노 1·2차,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라피아노 등도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 마감을 이뤘다.

그러나 막상 입주를 하고 1~2년 정도 살아보니 예상치 못했던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타운하우스 입주민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환경만족도가 분양 당시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북부에 위치한 한 타운하우스 입주민은 "이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윗집에 아이들이 살고 있어 층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타운하우스로 결정했다. 그런데 여기엔 층간소음이 아니라 측간소음이 있더라"며 "집이 옆으로 따닥따닥 붙어 있으니 옆집에서 계단 오르내리는 소리, 개 짖는 소리가 다 들린다. 계단 좀 소리내지 말고 이용하라고 할 수도 없고, 개한테 짖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진짜 미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단지에 거주하는 다른 입주민도 "타운하우스는 이웃이 어떤 사람인지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옆집 사람이 사교성이 너무 좋다. 거의 매일처럼 마당에서 바베큐 파티를 한다. 본인들은 즐거운 음주가무지만 우리한테는 괴로운 고성방가"라고 토로했다.

수도권 남부 지역의 한 타운하우스 입주민은 "처음에 집을 샀을 때 바로 앞에 하천 조망권을 갖췄다고 해서 무척 기대감에 부풀었다. 창밖으로 물이 흐르는 걸 보면서 가족들과 함께 차 한잔하는 게 로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로망이 다 깨졌다. 하천변에서 벌레가 끊임없이 집으로 들어온다. 날벌레, 기어다니는 벌레, 종류도 참 다양하다. 세스코 같은 방충업체를 통한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알아보고 들어왔어야 했는데, 참 후회스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같은 타운하우스의 다른 입주민은 "생각보다 더 사생활 보호가 되지 않는다. 마당에서 뭘하고 있는지 동네 사람들이 다 안다"며 "전문관리업체 서비스가 있다고는 해도 입주민들이 할 일이 무척 많다. 살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파트 생활이 싫지만 단독주택은 부담스러워서 타운하우스를 선택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아파트의 장점과 단독주택의 장점만 합친 게 아니라 단독주택의 단점은 대부분 그대로라는 걸 인지하고 분양·매매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타운하우스 전문업체 관계자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란 정말 어렵다. 다 잡으려면 그만큼 더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거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는 게 편하다. 측간소음, 벌레, 사생활 문제 정도는 매매에 들어가기 전에 고려했어야 했다. 또한 상품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 격차가 분명히 있으니 어떤 시공사인지, 어떤 관리업체·방충업체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비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타운하우스가 마치 고급주택이라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에 분양가도 높은 편이다. 더 신중해야 한다"며 "최근 대형 업체들이 타운하우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수요가 많아진 만큼, 불만도 많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도 전원생활이나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아니면 하다 못해 테라스하우스라도 살아본 경험이 없다면 일단 전월세로 들어가서 직접 경험한 뒤 분양·매매에 나서는 걸 추천한다"고 충고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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