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년짜리’ 시장들에게 바라는 한 가지…“가만히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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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년짜리’ 시장들에게 바라는 한 가지…“가만히 있으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4.06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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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에 빠진 부동산 시장, 더 파헤치지 말고 거둬내는 일에 집중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4·7 재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다. 여야 모두 두 지역에서 총력전을 펼치며 막판 표심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고작 1년짜리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임에도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오른 이유는 이번 선거가 1년 뒤 열리는 대선의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기선을 제압해 승기를 잡아 좋은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중이다. 더욱이 서울과 부산은 다른 광역지자체에 비해 막대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고, 이 같은 재정을 활용해 시민단체들을 옥죄거나 풀 수 있는 만큼, 두 지역에서 승리한 정당은 차기 대선에서 당연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밖에 없다. 권력이 돈보다 강력하지만, 그 권력을 일구는 수단은 결국 자본이다. 다 좋다.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내놔도 좋고, 시민이 아닌 정당을 위해 예산을 마음대로 집행해도 좋다. 원래 그렇게 돌아가던 세상이고,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탄핵과 정권교체 후에도 계속 그렇게 돌아가고 있으니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단 하나만 지켜줬으면 한다.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는 제발 1년 동안 가만히 있어 주길 바란다. 현재 전국 부동산 시장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발(發) 투기 사태로 아수라장이 된 상황이다. 현 정권이 적폐로 규정하며 줄곧 때려댔던 투기세력의 본산이 주택 공급 정책 실무자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졌고, 여야 정치인과 청와대 인사마저 투기 의혹에 연루되면서 가뜩이나 바닥을 찍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을 뚫고 있다. 특히 이번에 보궐선거를 치르는 서울과 부산은 모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한 곳들로, 소득과 연령 구분 없이 거의 모든 시민들이 부동산 문제에 분노, 아니 이제 좌절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 같은 좌절과 분노는 도쿄 아파트, 내곡동, 생태탕, 엘시티 등 선거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과 논란으로 더욱 깊어졌다. 어떤 후보가 당선돼도, 어떤 정책을 펼쳐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선 시민 신뢰를 회복시키는 게 불가능한 실정이다. 곧 본격적으로 열리는 대선 정국과 겹쳐 부동산 시장에 더한 혼란과 부작용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이번 보궐선거 공약들을 살펴보면 일부 소수정당 후보를 제외한 거의 모든 후보들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는 거리가 먼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개발 규제 완화, 도로·전철 지하화 후 주택 공급, 철도 신설·연장 등 또다시 집값 폭등 현상을 발생시키 여지가 상당한 '삽질'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공약 이행 시 서울과 부산 땅이 모두 삽으로 파헤쳐질 판이다. 공약 실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 점이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른다. 1년 남짓한 임기 안에 각종 규제를 풀고, 교통망을 지하화하고, 철로를 깐다, 심지어 광역지자체장의 권한에서 추진할 수 없는 공약까지 남발하고 있으니, 아마 시작조차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책이란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시장에 시그널(신호)을 주기 때문이다.'하겠다'는 물론, '할 예정이다'라는 불확실한 말 한마디에 시장 구성원들의 행동이 달라진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구성원들의 심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수의 수요·공급자들이 전체 시장을 뒤흔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책의 연속성과 예측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1년짜리 시장이 멋대로 규제를 완화하거나 대규모 사업의 첫 삽을 뜰 경우 다음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무척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지금은 파헤칠 때가 아니라 거둬내는 일에 집중할 때다. LH발 투기 사태로 세상에 드러난 부동산 시장 내 불평등·불공정·부정의 사례를 수습하고, 평등·공정·정의가 자리잡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것이 1년짜리 시장이 해야 할 일이자 의무이며, 나아가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현 정권이 해야 할 일과 의무다. 내일이면 새로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정해진다. 서울시장 후보 12명, 부산시장 후보 6명 가운데 누가 시정을 이끌든지 자신의 임기가 불과 1년임을 명심하고, 임기 내 책임지지 못할 일은 삼가 주기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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