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40대·50대’도 등돌린 민주당, 결국 집값이 문제였다
[시사텔링] ‘40대·50대’도 등돌린 민주당, 결국 집값이 문제였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4.08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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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한 집값에 대한 좌절과 분노 표출…투기 사태는 기폭제에 불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7 재보궐선거가 야당의 싹쓸이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특히 야권은 가장 많은 관심이 쏠렸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최종득표율 57.50% 대 39.18%라는 큰 격차로 따돌린 겁니다. 국민의힘의 이번 선거 승리 요인으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를 통한 중도층 표심 흡수, 그리고 선거 직전 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발(發) 투기 사태 등이 꼽히는데요. 그중에서도 후자가 야권의 압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나 비록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는 이 같은 요인이 발생하기 앞서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단기간에 폭등한 집값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가 너무나 컸고, 투기 사태는 일종의 기폭제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연령대별 득표율을 살펴보면 결국 집값이 문제였다는 생각은 확신으로 바뀝니다.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연령별 지지도에 따르면 '18, 19세·20대'와 '30대'는 국민의힘을 적극 지지했습니다. 전체 '18, 19세·20대 남성'과 '30대 남성' 가운데 각각 72.5%, 63.8%가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했으며, '30대 여성'도 절반 이상(50.6%)이 오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30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운한 세대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IMF, 금융위기 등 지속된 경기 침체 속에서 자라왔고, 그 어느 세대보다 자기계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음에도 취업난으로 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과거처럼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자산 형성·축적 기회도 거의 없는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2030세대가 최근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크게 뛴 데다, 각종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는 바람에 2030세대는 우리나라에서 부의 주된 원천으로 통하는 주택 구입을 사실상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에 대한 좌절감은 무척 클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와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전국 만 25~39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8.0%가 '개인의 자산 축적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지만, 또한 70.6%는 '내 집 마련은 꼭 필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자산을 만들기 힘든 시대임을 알고 있음에도 내 집은 꼭 갖고 싶다는 욕구가 상당한 겁니다. '18, 19세·20대'와 '30대'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을 택한 이유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2030세대의 보수화라고 보긴 그래서 어렵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국민의힘을 지지한 게 아니라,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든 현 정권과 민주당이 싫어서 야당을 택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현재 40대와 50대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입니다. '집토끼'라고도 하죠. '한나라당에서 개가 후보로 나와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왔던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를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는데요. 당시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연령별 지지도를 살펴보면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최소 20에서 최대 60% 격차로 오 후보가 강 후보를 따돌렸는데, 유독 30대에서 만큼은 오세훈 46.51%, 강금실 41.99%로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세대는 18대 대선과 19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당시 후보를 강력히 지원했었죠. 그리고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4050의 중추가 된 그 세대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40대 남자' 중 45.8%, '40대 여자' 중 50.2%가 국민의힘을 택했다고 응답했으며, '50대 남자'와 '50대 여자'는 각각 52.4%, 58.5%가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변한 겁니다.

이 같은 득표율에서는 일종의 분노감이 느껴집니다. '집값 안정화를 추구하겠다'는 민주당의 공약을 믿고, '부동산만큼은 자신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신뢰해 부동산 투자를 지양하고, 집 구매를 포기하고, 심지어 갖고 있던 집마저 처분했다가 뒤통수를 맞고 등을 돌린 '집토끼'의 분노 말입니다. 남성보다 여성들이 국민의힘을 더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구성원은 주로 40대와 50대 중년의 '아줌마'들입니다. 목소리가 큰 남성들이 아무리 아는 척을 하고 여론을 만들어도 결국 부동산을 돌아다니고, 집을 보러가고, 계약을 체결하는 건 보통 여성입니다. 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성 비위로 치러진 선거여서가 아니라 집 문제 때문에 4050세대 여성들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둔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40대와 50대도 민주당을 외면한 4·7 재보궐선거, 결국 문제는 집값이었다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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