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반도체 세계大戰 개막 - 한국의 승부수는 ?
[이병도의 時代架橋] 반도체 세계大戰 개막 - 한국의 승부수는 ?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4.10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4차 산업 패권전쟁
美·中 반도체 전면전
우리에겐 위기이자 기회
한국 반도체 강국 지켜내야
전략 없으면 ‘샌드위치’ 된다
국가안보 필수요소로 부각
정부도 사활 걸고 지원 나서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글로벌 4차 산업혁명 패권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전면전'이 실제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반도체를 비롯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최대 격돌 현장은 역시 반도체 산업이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를 중심으로한 차세대 첨단 기술 주도권을 놓고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가운데 유럽연합(EU), 일본, 대만 등 주요국들도 대거 전례없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 또는 육성을 경쟁적으로 추진, 가히 반도체 '세계大戰'을 발화시킨 국면이다. 

한국이 글로벌 1위권을 점유해온 반도체 산업은 왜 '세계大戰'으로 갈 수 밖에 없는가. 그렇다면, 과제는 무엇인가.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부품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지만, 최근에는 이런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폭탄 못지않은 안보 이슈로 떠오른 것은 휴대전화, 컴퓨터, 서버 등 IT 제품은 물론 자동차에서부터 가전, 군사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분야에 걸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의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로 인텔을 앞세워 반도체 전쟁을 촉발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가 필수 소재가 되면서 각국 정부와 산업계가 ‘2인3각’처럼 뛰고 있는 것이다. 

ⓒ뉴시스
글로벌 4차 산업혁명 패권전쟁이 격화되고 있다.ⓒ뉴시스

한국기업 위기 요인…수성 전략 필요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더욱 가속화돼 세계 주요 산업들이 커다란 변곡점을 지나게 될 것이다. 미·중 갈등도 결국엔 기업 간 경쟁과 산업전쟁으로 표면화되고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전쟁'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거세질수록 한국을 비롯한 제3의 국가들은 미중 가운데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상황을 맞게 될 우려가 있다. 

한국 기업들에는 위기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 우리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통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1위 수성 전략도 긴요하다. 지금은 우리 산업의 미래가 달린 전시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와중에 최근들어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한국에서는 이미 “반도체산업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부가 기업들을 돕기는커녕 노동·환경·지배구조 등에서 끊임없이 규제를 만들어 손발을 꽁꽁 묶고 있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안보나 국가전략 차원의 산업 육성보다는 시대착오적인 ‘반(反)재벌’ 정서가 정부·여당을 지배해온 탓이란 지적들이다. 

“우리 편에 줄 서라” 주문

반도체 패권 전쟁의 포문을 연 것은 사실상 미국이다.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인텔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전쟁을 촉발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검토와 재편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세계대전'이 공개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날로 가열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에서 미국 측이 중대 안보 사안으로 반도체 공급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한편,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선 중국 측이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한국이 협력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세계 1, 2위 패권국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향해 “우리 편에 줄 서라”고 노골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각국 선언 자체가 격변 예고

그렇다면, 세계 '반도체 산업전쟁'의 실상은 어떤가. 그야말로 치열하기 그지없는 격랑속이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력과 생산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는 한편 다른 주요 반도체 강국들을 끌어들여 '반도체 동맹'을 형성하겠다는 움직임마저 보인다. 인텔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SW)와 플랫폼 및 패키징과 제조 공정까지 아우르는, 말 그대로 반도체 거인이다. 세계 1위 반도체 업체가 그동안 동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하던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한다는 선언 자체가 격변을 예고한다.

인텔의 팻 갤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의 새로운 비전인 'IDM 2.0'을 발표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새로운 파운드리 팹을 두 곳 건설, 자국과 유럽 팹리스 업체들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들어가는 투자비는 200억달러(약 22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도 반도체 전쟁에 가세했다. EU는 최근 디지털 산업 전환을 천명하며 2030년까지 EU 내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 점유율을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과감한 투자 계획은 섬뜩함마저 느끼게 한다. 자동차 반도체 수요 등으로 파운드리 제품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늘어난 TSMC는 차세대 칩 개발과 양산에 30조원 이상을 올해 안에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또 미국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 인수를 선언하는 등 인수합병(M&A)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미래 지향적 미·중 패권전쟁

무엇보다 초점은 미·중 패권전쟁의 앞날이다. 

미국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중국 최대 파운드리 반도체 업체 SMIC에 대한 제재를 시행하는 등 이슈별로 대응해 왔으나 중국의 위협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해 반도체 분야에서도 '반중 동맹' 결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 회복을 최우선 국정과제의 하나로 제시한 바이든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500억달러 이상의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세제 등의 혜택을 앞세워 외국 기업의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는 와중에도 2019년 기준 15.7%에 불과했던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을 활용해 한국을 비롯한 반도체 선진국 기술과 인력 빼돌리기, 자국 기업의 외국 기업 인수·합병 지원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에 닥치게 될 '위협'

그렇다면, 미·중 패권전쟁이 한국에 닥치게 될 '위협'은 무엇인가. 

미국이 메모리 부문에까지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고 대만 등도 국가 지원체제를 강화하면서 한국의 반도체 아성도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누려온 경쟁력의 우위는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 미국이 '반도체 반중 동맹' 가담까지 요구해올 경우 어려움은 가중될 수 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노력도 위협적이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수십조 원이 투입될 텍사스 오스틴 공장 증설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인센티브 등을 둘러싸고 협의 중인 삼성전자로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큰 압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든 인텔이나 TSMC는 비메모리 반도체 후발주자인 우리 기업들에 버거운 상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미중 간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책 헛발질을 계속한다면 ‘사드 사태’와 ‘일본발 소재 수출 규제 파동’ 이 재연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국제 정치 리스크 속 외로운 싸움

더욱이, 미국은 우위인 비메모리까지 한국 등의 위협을 받는 실정에서 동맹이라고 두고 볼 리 없다. 타깃은 중국이지만 화살이 곧 한국을 향할 것이 뻔하다. 특히 전쟁이 거칠어져 반도체 등의 핵심 재료인 희토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우리 주력 기업들은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분전하고 있지만 힘겨워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에 지난해의 2배인 12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TSMC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 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 등의 선고를 받아 오너의 결단을 통한 과감한 투자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경제 단체들이 잇따라 이 부회장의 선처를 요청하고 나선 데는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담겨 있다.

한국 수출의 20%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초유의 국제 정치 리스크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정부와 보조를 맞춰 공세에 나선 해외 경쟁 업체들을 상대해야 한다. 미국은 반도체 투자 규모의 최대 40%를 세금에서 깎아주고, 유럽연합(EU)은 투자의 20∼40%를 보조금으로 돌려주고 있다. 중국 보조금 규모는 공개조차 안 된다. 반면 한국 기업은 핸디캡을 지고 경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3년간 지출한 법인세 비중은 세전 순이익의 27.3%, SK하이닉스는 23.7%로 대만 TSMC(11.4%), 미국 인텔(16.7%)보다 훨씬 많다. 

국가 간 총력전으로 번진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은 조금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선두인 메모리반도체에선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시스템반도체는 갈 길이 멀다. 강대국 요구에 부응해야 하지만 주문대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다간 국내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민관 합동 종합전략 마련 시급

미국과 중국 양대 강국의 기술동맹 러브콜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도 소홀할 수 없는 우리 입장에서 난처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은 위협 요인이다. 

정부는 미중 갈등이 기술을 넘어 통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냉정하면서도 정밀한 경제 외교를 펴기 위해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는 방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핵심요인은 기업에 대한 세금과 규제 문제로 요약된다. 유·무형의 각종 사회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기술개발, 인력유치, 투자활성화가 모두 이 문제로 귀결된다. 한국의 법인세는 명목세율뿐 아니라 실질세율도 경쟁국들보다 높다. 미국처럼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세제·세율이 경제여건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최근 수년간 ‘대기업·부자 증세’로 치달아온 한국에선 세금을 마냥 늘어나는 것으로 여길 뿐이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 기업이 강점을 지닌 메모리만으로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려울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사업 영역이 훨씬 넓은 비메모리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절실하고 이를 위한 민관 합동의 종합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시계(視界)를 세계로 넓혀야

최근 상황은 위협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는 반도체 동맹을 통해 비메모리 기술을 발전시키고, 중국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의 위상과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반도체와 차세대 이동통신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를 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격변의 와중에서도 인재육성과 기술개발 등 기본에 충실하고 분쟁의 양쪽 당사자들로부터 모두 신뢰받을 수 있다면 반도체 패권 전쟁의 위기를 오히려 또 한 번의 도약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한 몸처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한국이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지키려면 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은 실로 중요하다. 미국과 대만처럼 반도체 공장 건설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차세대 칩 개발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기업과 적극적 소통을 통해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 대등한 조건으로 나설 수 있도록 투자세액 공제 확대, 규제 완화, 통상외교 강화 같은 실질적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大)전환기의 산업 패권전쟁에서 밀리면 일자리도, 복지도 다 헛구호가 된다. 정부·여당은 기업과 산업을 보는 시각부터 바로잡고, 시계(視界)를 세계로 넓혀야 할 때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