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멘트값 논란-건설기계 수급조절 이슈, 집값 자극 우려된다
[기자수첩] 시멘트값 논란-건설기계 수급조절 이슈, 집값 자극 우려된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4.09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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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집값 올라가는 소리가 또다시 들릴까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 때문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때문도, 4·7 재보궐선거 결과 때문도 아닌 시멘트·레미콘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때문이다.

최근 국내 주요 시멘트사(社)들은 자신들의 주요 고객인 레미콘업체들에게 시멘트 제품 단가를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예고했던 가격 인상을 반드시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시멘트 재고 부족, 실제 판매가격 하락 등이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이르면 이달부터 인상된 가격이 적용된 세금계산서를 끊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레미콘업체들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굳이 시멘트값을 올리지 않더라도 고객인 레미콘사가 오히려 많은 비용을 담당해야 하는 모순된 갑을 구조가 형성된 데다, 코로나19 사태 가운데에도 주요 시멘트업체 대부분이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둔 만큼, 건설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레미콘업체들의 상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멘트 원재료 가격 현황에서도 물음표가 붙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아세아시멘트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슬래그, 모래, 자갈, 규석 등 가격은 모두 전년 대비 줄었다. 성신양회의 사업보고서를 봐도 석고, 수재슬래그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은 일제히 전년보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원료인 석회석 가격도 떨어졌다.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에 시멘트값을 둘러싼 논란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다른 사안은 건설기계 수급조절 연장 여부다. 정부는 영세 건설기계 운전자와 임대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2009년부터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를 시행 중으로, 수급조절 대상은 콘크리트 믹서트럭, 덤프트럭, 펌프카 등 건설기계 3종이다. 이는 건설기계 운전자와 임대업자가 과도하게 많다고 판단되면 신규 등록을 제한하고, 반대로 수요가 많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건설기계 운전자와 임대업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수급조절을 푸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다. 건설기계 제조사, 시멘트·레미콘사, 건설사 등은 수급조절을 푸는 게 유리한 반면, 운송업자와 임대업자, 그리고 이와 관련된 노조들은 수급조절이 연장돼야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2년마다 국토교통부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수급조절 연장 또는 해제를 결정하는데, 올해가 바로 그때다. 지금까지는 늘 수급조절 연장이 이어졌다. 사회적 약자인 영세 건설기계 운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후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업체들도 많은 피해를 입은 데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수급조절을 해제해 진입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업계의 주된 전망은 이번에도 과거처럼 정부가 수급조절 연장을 결정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차기 대선이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가 있어서다. 그럼에도 예전보다는 첨예한 입장 대립이 예상된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두 사안 모두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두 사안은 별건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가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자칫 집값을 자극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시멘트값이 인상되면 레미콘 가격도 자연스레 올라가기 마련이고, 전보다 높은 가격에 레미콘을 사용하게 된 건설업체들은 이를 모두 분양가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가 형성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데, 시멘트 가격 인상이 나비효과처럼 집값 상승으로 번질 수 있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존재한다지만 이 같은 제도는 정치권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동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한번 오른 제품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건설기계 수급조절 연장·해제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양대노총은 건설기계 수급조절 연장과 함께 운송 단가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데다, 팬데믹 영향으로 일거리가 줄어든 실정인 만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이 연장되고 운송 단가마저 인상된다면 건설사들이 그 비용을 어디에 전가하겠는가. 그래서 두 사안은 따로 볼 게 아니라 같이 놓고 풀어야 할 문제다.

집값 올라가는 소리가 또다시 들려오는 것 같다. 각 이해당사자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고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정부는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재에 임하고, 결정의 순간에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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