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ITC(국제 무역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11일 합의했다. 

양사는 SK이노베이션이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 원(현금 1조 원+로열티 1조 원)을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급방식이나 지급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양사는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을 하지 않는 데도 동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 4월부터 진행된 소송절차는 2년 만에 모두 마무리 됐다. 

이날 합의는 미국 대통령 거부권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진행됐다. 미국 대통령의 ITC 결정 거부권 행사 시한은 ITC 최종 결정일로부터 60일째인 11일 자정(현지시각), 한국 시간으로는 12일 오후 1시였다.

미국 ITC는 지난 2월 10일, 양사가 진행 중이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최종 승소 판결을 내렸다. 동시에 SK이노베이션에 미국 내 10년간 배터리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최종 판결 이후에도 양사는 합의금 규모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교착 상태를 이어갔다. LG가 배상금 3조 원 이상을 요구한 데 반해 SK는 1조 원 수준을 제시하며 접점을 찾지 못한 것. 

특히 SK이노베이션은 “LG의 요구가 미국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투자를 앞세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에 총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직접 미국으로 넘어가 정부 관계자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한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등에 따르면 중재에 직접 나선 것은 캐서린 타이 신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다.

바이든 정부는 ITC 최종 결정 후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자국 경제적 효과에 더해 지적 재산권 보호까지 두루 고려해 물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대표가 미국 정부에 감사를 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하게 경쟁하고, 우호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와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의를 위해 노력해 준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양사의 배터리 소송은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직원 100여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9년 4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SK이노베이션이 맞불을 놓으면서 2년간 이어졌다. 

양사가 합의하면서 ITC가 SK이노베이션에 내린 수입금지 조처 등은 무효가 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배터리사업 운영과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 된 만큼 △美 조지아주 1공장의 안정적 가동 및 2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정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당사의 의지가 반영된 데다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