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기름, 대기업 정유사 '나 몰라'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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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기름, 대기업 정유사 '나 몰라' 패밀리
  • 강정화 기자
  • 승인 2012.04.23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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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부담 느껴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는 서민에게 날벼락….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강정화 기자]

대기업 브랜드 상표를 내건 일부 주유소가 가짜 기름을 판매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지만 정유사들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식이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형 정유사가 만드는 기름의 품질을 믿고 주유소를 찾는 소비자들은 또 한번 당했다는 말 밖에 하지 못했다.

유류값이 급등하면서 가짜 휘발유와 경유(유사석유)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체 주유소의 약 2%가 가짜 기름을 팔다 적발됐다. 그 비율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 점점 교묘해지는 가짜 기름 파동이후 시민들은 혹시 가짜기름일까하는 의심을 품게된다 ⓒ뉴시스

가짜 기름을 팔다 적발된 곳은 SK이노베이션이 64곳(1.4%)으로 가장 많고 에쓰오일 61곳, GS칼텍스가 46곳, 현대오일뱅크 40곳 순이다. 전체 주유소 숫자가 1291곳인 에쓰오일은 주유소 대비 적발률이 3.2%로 가장 높았다.

특히 최근에는 주유소를 통째로 임대해 가짜 기름을 판매하는 등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가짜 기름 제조업자나 판매업자들은 임대한 주유소가 단속이 걸리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 주유소를 임대하거나 경매에 나온 주유소를 사들여 계속 영업하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석유관리원이 올 상반기 일선 주유소들의 불법 행위(유사 휘발유•경유)를 단속한 결과 218개 주유소가 적발됐다. 이중 대기업 간판을 달고 있는 주유소는 211개다. 올 상반기 기준 전국 1만3300여개 주유소 중 대기업 폴사인을 달고 있는 주유소는 1만319개로 95% 정도다.

주유소들의 불법 행위와 바가지 기름값의 문제 뿐 아니라, 엔진이 심각하게 망가지는 2차 피해가 더 심각하다. 가짜 휘발유와 경유를 쓰면 자동차 엔진이나 부품에 결함을 일으켜 주행중 자동차가 갑자기 서 큰 사고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며 탈세로 유통질서를 깨뜨리는 등 우리경제를 '좀먹는'다는 점에서 근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막대한 이익에 비해 처벌은 5000만 원 벌금과 3개월 영업정지에 불과한 솜방망이 수준이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벌금을 1억 원으로 늘리고 한 번만 적발돼도 주유소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정유사들이 기름 팔아먹을 생각만 하고 있을 뿐 관리책임은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정유 관계 대기업은 ‘나 몰라’라는 식이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는 자사의 간판을 달고 있는 주유소를 관리 책임을 맡고 있다. 하지만 “주유소 품질 관리는 정유사 브랜드 이미지에 직결된 사안”이라며 “정기적으로 품질관리는 물론 교육도 하지만 이익에 눈이 먼 주유소를 일일이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를 빌려준 대형 정유사들은 주유소 측이 속이려 들면 방법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한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도 브랜드 주유소 관리를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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