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친문’의 민주당은 ‘친박’의 새누리당과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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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친문’의 민주당은 ‘친박’의 새누리당과 다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4.12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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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총선서 친박 전횡 심판받고도 친박 지도부 세웠던 새누리당…민주당은 다를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당시 친박의 전횡을 심판받고도 친박 지도부를 세우며 암흑기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시사오늘 김유종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당시 친박의 전횡을 심판받고도 친박 지도부를 세우며 암흑기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시사오늘 김유종

2016년 4월 13일. 제20대 총선 결과가 나오자, 새누리당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한때 180석 획득까지 바라봤던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는 데 그치며 원내 제2당으로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예상 밖의 결과에 대해 ‘민심이 친박(親朴)의 전횡을 심판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가 등장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친박의 오만이 선거 패배를 불렀다는 해석이었습니다.

친박이 심판받았다면, 새누리당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은 ‘친박의 2선 후퇴’였을 겁니다. 하지만 총선을 통해 당내 최대 계파로 떠오른 친박은 권력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어떻게든 자신들이 당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야 ‘여당의 주류’로서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친박은 ‘친박 원내대표’, ‘친박 당대표’를 만들어내며 민심에 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심은 ‘회초리’를 맞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새누리당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새누리당은 대선과 지선, 총선에서 연전연패(連戰連敗)하는 ‘암흑기’를 맞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제20대 총선 패배 이후 새누리당이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보여줬다면 대선과 지선, 총선에서의 참패는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2021년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를 당했습니다.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180석(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포함)을 몰아줬던 민심이 민주당에게 ‘불신임’ 선고를 내린 겁니다.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론’ 구도로 끌고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 전 지역, 20대 여성과 40대 남성을 제외한 전 연령대가 야당 후보를 선택했다는 건 곧 문재인 정부가 ‘심판’을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5일부터 9일까지 수행해 1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33.4%(매우 잘함 17.4%, 잘하는 편 16.0%)로 역대 최저치였습니다. 반대로 부정평가는 62.9%(매우 잘못함 47.5%, 잘못하는 편 15.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임기 말에 접어든 지금, 국민이 문재인 정부 4년의 성과를 낮게 평가한다는 뜻일 겁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친문의 후퇴입니다. 전문가들이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실패와 친문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태도를 꼽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 정부와 당의 전면에 나섰던 인물들이 물러나고 국정 운영 방향을 조정하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길입니다. 민주당 2030 초선 의원들이 ‘조국 사태’ 등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음을 반성하고 나선 것이나, 너나할 것 없이 ‘혁신’을 외치고 있는 것은 민주당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다만 혁신 의지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제20대 총선 이후 새누리당에서도 변화와 혁신, 쇄신이라는 단어가 습관처럼 나왔지만, ‘진짜 혁신’에는 실패했습니다. 자신의 세력이 원내대표와 당대표, 대선 후보를 만들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권을 끝내 포기하지 못했던 까닭입니다.

친문 역시 여전히 당내 최대 계파고, 마음만 먹으면 친문을 원내대표와 당대표로 만들 능력이 있습니다. 나아가 친문 대선 후보를 내세워 다시 한 번 정권 창출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당내 지분 구조상, 친문의 2선 후퇴는 그들 스스로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2선으로 물러나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원내대표와 당대표, 대선 후보가 친문 인사들에게 줄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을 생각하면, 친문의 2선 후퇴에 따르는 기회비용은 상상 이상으로 큽니다. 그렇다고 ‘친문 대신 친문’이 등판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쇄신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어렵습니다. 과연 친문은, 민주당은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다가올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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