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街 최저가 전쟁 일으킨 쿠팡, 진짜 속내는 ‘충성 고객’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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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街 최저가 전쟁 일으킨 쿠팡, 진짜 속내는 ‘충성 고객’ 확보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1.04.13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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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무조건 무료배송”에 이마트 “최저가 보상”
무료배송 경험 제공 후 유료회원 전환 유도 포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쿠팡 ‘로켓배송상품 무조건 무료배송’ 캠페인 모델 비 ⓒ영상 캡처

쿠팡이 유료 회원에게만 제공하던 무료배송 혜택을 모든 고객에게 한시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나선 뒤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최저가 경쟁에 불이 붙었다. 한 대형마트는 ‘쿠팡보다 싸다’며 쿠팡을 직접 저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불을 지핀 쿠팡은 단순 가격 경쟁에서 나아가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모양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몇 년 간 잠잠하던 가격 경쟁이 뜨겁다. 쿠팡이 지난 2일 ‘로켓배송상품 무조건 무료배송’ 행사를 시작하자, 지난 8일 이마트가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들고 나오며 불씨를 댕긴 것이다.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판매 가격을 비교해 고객이 구매한 상품 중 이마트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준다는 내용이다. 온라인쇼핑몰 3곳을 들었지만 사실상 선두업체인 쿠팡을 정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베이코리아, 마켓컬리도 할인 전쟁에 뛰어들었다.

쿠팡이 내세운 전 고객 무료배송 혜택이 사실상 최저가 경쟁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로켓배송상품 무조건 무료배송은 와우 회원에 가입하지 않아도 로켓배송상품, 로켓직구상품에 대해 가격과 상관없이 하나만 주문해도 무조건 무료배송이 가능한 행사다. 

쿠팡 측은 “와우 멤버십을 한 번도 이용해보지 않았거나 현재 이용 중이지 않은 고객들이 쿠팡만의 무료배송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로켓배송상품 무조건 무료배송 캠페인을 한정 기간 동안 진행한다”며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열심히 최저가를 검색했지만 막상 주문을 하려고 보면 배송비가 추가돼 더 이상 최저가가 아니었다는 소비자들의 경험담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쿠팡이 내부 직원들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구매가격의 평균 10%에 해당하는 배송비를 부담하고 있다. 이에 최저가 검색에 투자한 시간, 쿠폰 할인, 캐쉬백 등이 무의미해지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고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비자의 88%가 구매 확정 전 배송비를 확인하는 등 배송비에 민감하다고 답했으며, 76%가 배송비 때문에 구매를 망설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행사에서 쿠팡이 노리는 건 '배송비가 무료인 쿠팡이 사실상 가장 싸다'가 아니라 유료회원제인 '와우 멤버십 확대'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와우 멤버십은 월 2900원 결제로 로켓배송상품과 로켓직구상품을 무료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기존 일반 회원은 로켓배송상품 1만9800원, 로켓직구상품은 2만9800원 어치를 사야 무료배송이 가능했다. 이 같은 무료배송 경험을 일반 회원에게도 체험할 수 있게 하면서 행사 종료 후 와우 멤버십 가입을 유도하려는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쿠팡에게 와우 멤버십 가입 회원은 '충성고객'이다. 쿠팡은 2018년 ‘로켓와우’를 론칭하면서 이커머스 시장 유료멤버십 모델을 정착시켰다. 당시 업계에서는 국내 소비자에게 생소한 유료멤버십이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쿠팡은 유료 회원들을 발판 삼아 몸집을 지속적으로 불려왔다. 실제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며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로켓와우 가입자는 지난해 4분기 활성 고객의 32%를 차지했으며 구매 빈도도 일반 가입자의 4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유통업계 최저가 전쟁에서 쿠팡의 진짜 목적이 로켓와우 회원 확보로 추정되는 이유다. 유료 회원은 록인(Lock-in) 효과가 큰 만큼 향후 치열해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큰 자산이 될 전망이다.

쿠팡은 신규 유료회원 확보와 함께 기존 충성고객 지키기에도 공을 쏟고 있다. 로켓와우 회원에게 제공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콘텐츠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초반이라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게 공통적인 여론이었지만, 최근 각종 교육, 프리미어리그 중계 등 다양한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업체가 난무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충성고객은 곧 미래 성장동력으로 직결된다”며 “쿠팡의 경우 저렴한 가격보다는 빠르고 편리한 배송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단순한 최저가 경쟁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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