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의 역습①] 온라인 시대 ‘뱁새’ 유통 공룡, 오프라인으로 ‘황새’ 꿈꾼다
[오프라인의 역습①] 온라인 시대 ‘뱁새’ 유통 공룡, 오프라인으로 ‘황새’ 꿈꾼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4.16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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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집니다. 지금 유통업계에서 황새는 쿠팡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 업체고, 우리와 같은 대기업들이 오히려 뱁새입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유통업체가 아니라 IT업체죠. 그들은 플랫폼 형태로 어떤 사업이든 펼칠 수 있는 반면, 우리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기엔 덩치도 너무 크고, 온라인 역량도 떨어지죠. 그걸 무시하고 무리하게 경쟁을 펼치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겁니다."

시사오늘 제271호 커버스토리는 '오프라인의 역습'이다 ⓒ 시사오늘
시사오늘 제271호 커버스토리는 '오프라인의 역습'이다 ⓒ 시사오늘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외 전(全)산업군에서 비대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이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시장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와중에도,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조(兆)단위 투자를 통해 오프라인상 고객과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의 프로야구단 인수와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 롯데하이마트의 메가스토어, 현대백화점의 더 현대 서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유통 대기업들이 비대면 디지털 전환 트렌드를 거스르는 주된 이유로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을 꼽는다. 그러나 서두에서 소개한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의 말처럼 유통 공룡들 입장에서 오프라인 접점 확대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분석,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의 재도약을 도모하기 위한 중장기적 포석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팬데믹 가운데 취약점으로 부각된 온라인 역량을 제고하는 데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할애했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 일을 우려하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최대 강점인 막대한 자본력, 부동산과 유통망 등 유형자산을 앞세워 코로나19 파고를 견디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와는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에는 땅 장사나 임대수익을 노리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확보에 집중했다면, 전염병 창궐 이후에는 체험과 여가, 힐링에 중점을 둔 차별화된 오프라인 공간을 선보이는 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2019년 이마트는 자산유동화로 13개 점포의 토지와 건물을 처분했는데, 이듬해 이마트는 점포 리뉴얼에 전체 투자 금액의 30% 가량을 투입했다. 부동산 처분에 따른 차익을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공간 확보에 재투자한 셈이다. 홈플러스도 최근 자산유동화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홈플러스 스페셜' 전환 출점에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대형마트에서 파는 소용량 상품부터 창고형 할인점에서 취급하는 대용량 상품까지 판매하는 하이브리드형 점포다. 온라인 시장 확대로 실적 부진에 빠지자 매장 용도 다양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수년 동안 온라인 플랫폼 업체로 이탈한 젊은 고객들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모으고, 이들을 쓱닷컴(SSG닷컴)이나 롯데온(롯데ON)과 같은 자신들의 유통 플랫폼을 사용하게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루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체험·여가·힐링 공간을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데 따른 기업·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ESG 경영 강화 효과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온라인과 디지털 혁신만이 살 길'이라는 시대에서 유통 대기업들이 '오프라인의 역습'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일단 선전포고는 꽤 성공적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의 야구단 인수 후 쓱닷컴 방문 고객과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오픈한 더 현대 서울도 휴일 하루 매출 100억 원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체험형 가전매장인 메가스토어를 개장하면서 매출이 크게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이 같은 공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팬데믹 속 '뱁새'로 전락해버린 유통 공룡들이 추진하는 오프라인의 역습, 이를 통해 코로나19 파고를 이겨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황새'처럼 넓은 날개를 펴 비상할 수 있을까. 그들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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