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환자생활①] 겨드랑이 멍울을 발견하다
[슬기로운 환자생활①] 겨드랑이 멍울을 발견하다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1.04.18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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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멍울이 만져져 충격에 빠지다
또 다른 증상 불룩한 복부 확인해 미궁으로
병원 검진보다 인터넷 검색에 의지하며
몇 달 동안 무모한 회피 반응 나타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2019년 2월 중순, 4월로 예정된 둘째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오랜만에 단골 마사지숍에 들렀다. 이미 얼굴에 드리운 세월의 나이테가 감춰질까만은, 그래도 예식날 하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자 나선 준비과정이었다. 얼굴에 이어 상체를 마사지하던 원장.

“언니! 이게 뭐예요?” 당황한 듯한 목소리였다. 

“왜? 뭐가 있어?”

“여기 한 번 만져 보세요.”

그녀가 가리킨 곳은 왼쪽 겨드랑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겨드랑이 림프절에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만져졌다.

정말이지 이게 뭔가 싶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온 게 언제였지?”

“2018년 3월이네요.”

멍울의 정체는 뭘까

그렇다면 거의 1년 만에 마사지숍을 방문한 셈이니, 그 사이 언제부턴가 반갑지 않은 멍울이 겨드랑이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것이다. 수시로 가슴 자가진단은 해왔지만, 겨드랑이 부위까지는 미처 손이 미치지 않아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병원에 가보세요” 하는 원장의 권유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귀갓길 내 심경은 매우 착잡했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처럼 내 몸은 한 치 앞도 모를 바람에 휩쓸리는 운명이었다. ⓒ정명화
바닥에 떨어진 낙엽처럼 내 몸은 한 치 앞도 모를 바람에 휩쓸리는 운명이었다. ⓒ정명화

마침 주말이었던지라 일단 인터넷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관리를 하기 위해 가끔 보는 정도 이외에 크게 손이 가지 않는, 즉 만질 일이 별로 없는 신체부위인 ‘겨드랑이’. 하지만 겨드랑이도 위험 신호를 보내기도 하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림프절 멍울이다.

겨드랑이에는 림프절(림프선, 임파선)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데, 림프절은 혈관처럼 전신에 분포하는 면역기관이다. 간혹 피곤할 때 멍울이 만져졌다가 피로가 가실 때 사라지기도 한다. 림프절이 붓는 이유는 감염이 있을 때 면역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림프조직의 증가로 커지기 때문이며, 림프절 종대라 불린다.

의학 정보에 의하면 겨드랑이 림프절 멍울의 지름이 1cm 이내라면 대부분 양성 림프절 종대로 볼 수 있으나, 1cm 이상이라면 감염성 질환, 림프 증식 질환, 악성질환의 침윤(예를 들면 유방암의 전이 등) 등과 구분해야 하므로 병원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원인별 림프절 종대의 특징

- 바이러스 감염 시 작고 압통이 없는 멍울.
- 세균 감염시 열감, 압통이 있고 그 주변에도 발적, 발열, 부종이 있다.
- 악성질환의 침윤에 의한 멍울인 경우 단단하고 고정되어 있으며 통증이나 발적이 없다.

겨드랑이 멍울로 검색해 본 예상 가능한 진단은 피지낭종, 지방종, 부유방, 임파선염, 임파선암, 유방암 등등이었다. 문제는 나의 경우 림프절 멍울이 육안으로도 족히 2cm 이상 돼 보였고, 단단한 데다 통증이 거의 없었다.

사전에 겨드랑이 멍울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으나 이미 전조 증상이 있었다. 원래 감기조차 잘 앓지 않던 내가 2018년 12월에 혹독한 감기에 시달렸다. 고열과 심한 기침 때문에 약국에서 남편이 사 온 항생제와 소염제를 계속 먹어도 좀처럼 증세가 가라앉지 않았다. 여러 번 약국을 방문하자 약사는 병원으로 가길 권유했다고 한다. 기진맥진한 상태라 몇 차례 약국 약만 더 사다 달래서 먹었고, 다행히 극심한 감기에서는 가까스로 벗어났다. 내가 태어나 겪은 최악의 감기였다. 그만큼 면역력이 바닥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처음 멍울을 발견했을 때는 ‘나쁜 건(악성) 아닐 거야’, ‘지난 감기 여파로 인한 임파선염 일지 몰라’ 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우매한 자가 진단을 하며, 또 항생제와 소염제를 더 사다 먹는 미련과 오만의 극치를 달렸다. 긍정이 지나쳐 미련했던 게 아닌가. 하지만 손에 촉각으로 충분히 잡히는 멍울, 아무래도 임파선염으로 진단하기엔 사이즈가 크고 심지어 작은 돌멩이처럼 딱딱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럼에도 병원을 찾기보다는 몇 날 며칠 밤을 새 가며 인터넷 검색에 몰두하며, 조금이라도 악성일 가능성을 배제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됐다.

다만, 림프 멍울을 발견한 직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마늘장아찌를 한주먹 집어 먹고 식생활 관리에 들어갔다. 평소 생수는 매일 습관적으로 2리터 정도 마셨는데, 그 외 알고 있던 나 나름 항 염증식을 시작했다. 예를 들면 튀김류, 좋아하던 면 종류 밀가루 음식, 라면, 빵, 설탕이 들어간 과자나 케이크, 아이스크림 그리고 소고기, 돼지고기 같은 붉은 육류 등과는 거리를 두며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마늘과 양파를 매끼 먹었고, 생수 외에 식초를 물에 희석해 마시면서 양배추, 상추, 브로콜리 등 야채와 나물류, 과일 위주로 먹으며 혼자 안간힘을 썼다. 여기에 평소 주류나 커피는 마시지 않는 대신에 생강차나 녹차, 허브티를 즐기는 편이었기에 차 음용에 더 비중을 두었다. 악성인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본격적인 치료 전 전이나 멍울이 자라는데 유리한 고지를 만들지는 않아야 한다고 판단해서였다.

또 날씨가 추워서 그동안 쉬고 있던 뒷산 산책을 나섰다. 인왕산 자락은 그러한 내가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매일 일어나자마자 생수 한 잔을 마시고 500ml 생수통을 들고 만보 걷기는 힘들더라도 조금씩 운동에 습관을 들여 나갔다. 그나마 그 당시 전문가의 진료 전 내가 취한 긍정적인 액션이 식이요법과 운동이다.

또 다른 병폐, 불룩한 복부가 만져지다

한편, 3월부터 대학원에 복학하는 큰며느리의 빈자리를 위해 손주들을 봐주기로 한 데다, 4월의 둘째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 더욱 생각이 복잡했다. 그렇더라도 만사 제치고 하루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정석이건만, 차일피일하며 문제 핵심 언저리에서 맴돌고 회피하고 있었다. 그건 심각한 현실 직면이 불안하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남편에게 조차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나홀로 끙끙거리며 귀중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양성이면 일시적이니 가라앉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좀처럼 사이즈가 줄지 않아 걱정하던 중에, 혹시나 하며 복부로 손이 향했다. 이미 30대에 커다란 난소 낭종으로 인해 한쪽 난소와 낭종을 제거한 경험이 떠올라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곳도 뭔가 심상찮은 징후가 보였다. 그동안 꽤 나온듯한 아랫배를 보며 나잇살 복부지방이려니 치부하며 넘겨왔는데, 반듯이 드러누워 만져본 복부는 바가지를 뒤집어 놓은 듯 꽤 불룩했다. 설상가상이었다.

“Oh! My god. 이건 또 뭔가?” 하며 더욱 혼돈에 빠졌다. 겨드랑이 멍울과 함께 불룩한 복부의 존재 앞에 난 속수무책으로 낙담했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과연 나의 인생에 무엇이 기다리나. 예측할 수 없고 불투명한 잿빛 현실에 늪에 빠진 듯 허우적거리며 무기력해져 갔다.

급기야 크리스천인 나는 손사래를 치며 ‘난 모르겠으니, 신이시여 뜻대로 하시라’고 하늘을 향해 절규한 후 자신을 내 몰라라하며 거의 내팽개쳤다. 현실에서 도망치듯 달아나는 형국이었다고나 할까. 내 몸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바닥에 떨어진 낙엽처럼 나는 한 치 앞도 모를 바람에 휩쓸리는 운명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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