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대’
[주간필담]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대’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04.18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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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패인, ‘페미니즘’ 아닌 ‘공정’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뉴시스
2년 전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을 대신해 2030 남성들의 지지를 받았다.ⓒ뉴시스

정치권이 20대 남자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19년이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난히 지지율이 낮은 이 집단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렇게 내린 진단이 ‘페미니즘’이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과, 그가 속한 민주당의 정책 방향에 대한 20대 남성의 반기라는 결론이었다.

당시 올라간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보고서에는 문제의식이 더 잘 드러난다.

“20대 여성은 민주화 이후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이기주의’ 감성의 진보 집단으로 급부상한 반면, 20대 남성은 경제적 생존권과 실리주의를 우선시하면서 정치적 유동성이 강한 실용주의 집단으로 변화했다.”

이어 보고서가 제안한 대응책은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페미니즘 편향적 교육내용을 전반적으로 점검”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4·7 보궐선거의 패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20대 남성을 소환했다. 그 과정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는 사실이 크게 보도됐다. 이들은 60대 이상 여성(73.3%)과 남성(70.2%)의 지지율에 비견되는 유일한 집단이다. 이러한 결과 앞에서 정치권은 또 한 번 ‘페미니즘’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2019년 민주당 대신 20·30대 남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바른미래당 출신들은 어떻게 봤을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 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 분석했다. 하태경 의원은 “102030대 나의 동지들”이라 칭하며, “2030대 소통에 힘써온 저로서는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민주당이 페미니즘 정당인가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민주당의 패인에 ‘페미니즘’이란 진단을 내리면 이상한 결론이 나온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러나 과연 민주당을 ‘페미니즘 정당’이라 볼 수 있을까. 그간의 행보는 이들 역시 성(性)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역력히 보여주는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2020년엔 故 박원순 사건의 피해자에게 ‘피해호소인’이란 이상한 명칭을 붙였다. 올해 선거에서도, 피해호소인이라 명명했던 3인방(고민정·남인순·진선미 의원)을 박영선 캠프에 배치해 논란이 됐다. 이렇듯 민주당의 페미니즘 정당 이미지는 정책·발언·인사, 그 어디를 보나 퇴색된 지 오래다.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이 ‘민주당이 페미니즘 정당’이기 때문이라면, 반대로 수혜자인 20대 여성의 지지율이 높게 나와야 한다. 하지만 20대 여성들의 표 15%는 세 명의 군소 후보를 향했다. 페미니스트 후보임을 앞세우며, 민주당에 비해 뚜렷하고 구체적인 여성 정책을 내세웠던 △기본소득당 신지혜 △여성의당 김진아 △무소속 신지예 후보다.

이처럼 민주당의 패인에 ‘페미니즘’이란 진단을 내리면 이상한 결론이 나온다. 20대 남성은 민주당이 ‘페미니즘 정당이라’ 지지를 철회했으나, 20대 여성은 민주당이 ‘페미니즘 정당이 아니라’ 철회했다는 모순이다. 2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젠더 이슈’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표면화된 젠더 갈등 너머의, 20대가 가진 사회에 대한 분노를 이해해야 한다.

바로 ‘공정성’에 대한 분노다. 청년 세대가 공유하는 독특한 정서는 ‘개인주의’와 ‘공정’에 대한 갈망이다. 조국·인국공 사태나 부동산 문제와 같이 공정에 대한 기준이 같기도 하지만, 젠더 이슈와 같이 상반된 공정 기준이 부딪치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MB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며 20대 남자를 나무라거나, ‘페미니즘’이란 단어만으로 20대 여자를 흘겨보는 것 모두 옳지 않다. 그렇다고 가부장제에서 여성도 남성도 차별받으니, ‘그냥 둘이 사이좋게 지내라’는 결론 역시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20대는 더 이상 산업화·민주화 논리가 통하지 않는 정체성을 가진 세대다. 동시에 진영론과 색깔론 역시 빗겨간다. 그런 20대를 ‘페미니즘’으로 갈라치고 탓하기엔, 그 너머가 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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